실제 검찰 내에서는 영장 청구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그래도 증거가 나온 부분은 조국 전 장관이 해명해야 한다”는 입장이 대검찰청 측에서 나오기도 했는데, 이를 놓고 “검찰 수사가 단단한 증거를 확보하고 있음을 알리고 영장 필요성을 강조하려는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소환에 불응하던 조국 전 장관…또 깜짝 출석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고형곤)는 조 전 장관 측에 지속적으로 출석 의사를 타진했다. 하지만 조국 전 장관은 변호인을 통해 다른 날짜를 조율하자고 요청했다. 11월 21일, 1차 조사 때처럼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깜짝 출석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진=박정훈 기자
11월 14일 1차 조사에 진술 거부권을 활용했던 조국 전 장관은 2차 조사에서도 이 전술을 유지했다. 조 전 장관은 첫 조사 직후 변호인을 통해 검찰이 아닌 법원에서 유무죄를 다투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었는데, 그는 SNS에 올린 글을 통해서도 “기억나지 않는 일로 곤혹스러운 일을 겪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일일이 답변하고 해명하는 것이 구차하고 불필요하다, 수사팀이 기소 여부를 결정하면 법정에서 모든 것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려 진실을 밝히고자 한다”고 밝혔다. 법원에서 판단을 받고 싶다고 검찰에 ‘빠른 수사 마무리’를 부탁한 셈이다. 추가 소환도 원치 않았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검찰 입장은 다르다. 형식적으로라도 조사는 필요했고, 향후 재판 등에서 ‘불충분한 해명 기회 제공’이 문제되는 것을 막고자 했다. 준비한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긴 검찰 신문 조서를 통해 ‘해명 기회를 충분히 줬음’을 증거로 남기려 했다는 얘기다.
실제 검찰은 1·2차 조사에 앞서 △부인 차명투자 관여 △딸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장학금 수령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증명서 허위발급 △웅동학원 위장소송·채용비리 △사모펀드 운용현황보고서 허위 작성 △서울 방배동 자택 PC 증거인멸 등 의혹과 관련해 100쪽 안팎의 질문지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국 전 장관은 일체의 진술을 거부했지만 검사들은 조국 전 장관의 표정과 반응만 읽더라도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다. 특수수사 경험이 많은 검사는 “질문을 할 때 피의자들이 ‘답’을 하지 않아도, 질문마다 표정이 미세하게 변화하는 것만 봐도 얼마나 당당한지 혹은 비리가 많은지를 읽곤 한다”며 “그런 측면에서 ‘촉’을 세워 질문하고 지켜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점이 문제일 뿐 구속영장 청구가 유력해졌다. 검찰 수사팀 정보에 밝은 검찰 관계자는 “영장을 칠 것이기 때문에 두 번 부른 것이지, 영장을 칠 생각이 없었다면 조국 전 장관의 SNS 부탁처럼 바로 기소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추가 소환은 구속영장 청구 앞둔 명분 싸움”
구속영장 청구에서는 뇌물수수 혐의 적용 여부가 관건이다.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등 조국 전 장관 일가 펀드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취득한 주식 등이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을 염두에 둔 ‘뇌물’로 볼 수 있을지를 두고 고민 중인 것.
앞선 수사팀 흐름에 밝은 검찰 관계자는 “사실상 99% 결정이 났다고 보면 된다”며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그는 “수사팀은 언론이 알지 못하는 구체적인 증거나 자료가 많고 이를 모두 감안해서 검토를 하지 않겠느냐. 검찰에서 처음 수사에 착수할 때부터 ‘영장 청구’는 가능성이 높았던 옵션”이라고 설명했다.
굵직한 수사 경험이 많은 특수통 검사 역시 “원래 특수수사의 경우 사건의 정점 인물인 ‘최종 타깃(조국 전 장관을 의미)’은 무조건 영장을 친다”며 “영장이 기각되더라도 검찰 수사가 필요했음을 대내외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고, 그런 측면에서 청와대에 반기를 든 모양새가 된 이번 수사는 더더욱 검찰의 판단이 확고했음을 알려야 한다”고 얘기했다.
기각되더라도, 청구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영장이 기각될 것을 걱정하는데 상상해 보라, 영장조차 청구하지 않으면 ‘영장도 치지 않을 수사를 왜 시작했느냐’는 비판이 나온다”며 “차라리 영장이 기각돼서 ‘법원이 사건을 제대로 보지 않는다’고 책임을 일부 떠넘기며 사건을 마무리하는 모양새가 검찰에 입장에서도 더 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환한 객원기자
문재인 대통령 국민과의 대화에 미소 지은 검찰 11월 19일 열린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이 묻는다-2019 국민과의 대화’는 검찰에 호재라는 평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서는 두 차례에 걸쳐 ‘신뢰’라는 단어를 사용했고, 조국 전 장관에 대해서는 ‘사과’라는 표현을 썼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준비된 문장들인 만큼 조 전 장관 수사에 있어서는 인사권자의 명분을 확보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검찰 개혁 관련 질문에 “(검찰 관련) 법·제도 개혁은 법무부가 하는 것이지만 (검찰의) 조직 문화, 수사 관행을 바꾸는 건 검찰 스스로 해야 한다”면서도 “검찰 내부 개혁은 윤 총장을 신뢰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권 일각에서 조국 전 장관 수사 개시와 함께 제기된 윤 총장 비판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서 열린 ‘국민이 묻는다-2019 국민과의 대화’에 출연해 국민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그러면서 조국 전 장관 임명을 강행한 것에 대해서는 사과를 내비쳤다. 공식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사과의 뜻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조 전 장관 문제는 제가 그분을 장관으로 지명한 취지하고는 상관없이 결과적으로 많은 국민에게 갈등을 주고 분열을 시킨 것에 대해서는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다시 한 번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실제 조국 전 장관은, 검찰과 2차 소환 일정을 조율하다가 국민과의 대화가 있은 지 이틀 뒤인 11월 21일 검찰에 출석했다. 조국 전 장관 수사팀 입장에서는 ‘구속영장’ 등 강도 높은 수사의 명분을 얻었다는 평이 나오는 대목이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이런 수사에 있어서 인사권자이자 통치권자인 대통령의 발언 하나하나는 수사팀 입장에서 큰 가이드라인이 되기 때문에 예의주시하곤 하는데 이 정도 발언이라면 ‘인사 실수’를 인정하는 셈이기 때문에 수사를 인정받은 것과 마찬가지”라며 “분명 수사팀도 이런 대통령의 단어 하나하나를 신중하게 해석하고 수사의 동력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환한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