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축구 레전드 히바우두가 경기를 보고 남긴 말이다. 국내 팬들의 신경이 집중된 대한민국 대표팀과 브라질의 친선전에 앞서 그들은 남미 라이벌 아르헨티나와 경기를 펼쳤다. 브라질 에이스 네이마르가 부상으로 빠진 이번 명단에서 등번호 10번의 주인공은 루카스 파케타였다. 2019년 1월 AC 밀란으로 이적하며 유럽 무대에 갓 모습을 드러낸 22세 유망주다.
히바우두는 유망주 파케타(가운데)의 10번 기용에 부정적 견해를 드러냈고 팬들도 이에 반응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브라질이 약해졌다?” 히바우두 일침에 반응한 축구팬들
히바우두의 비판은 엄밀히 말해 파케타가 아닌 브라질 스태프를 향한 것이다. 아직은 보호를 받아야 할 유망주가 등번호 10번을 달고 팬들에게 비난을 받을 수 있는 험지로 내몰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수의 축구팬들은 히바우두의 속뜻보다 다른 면에 집중했다. 특별한 의미가 담긴 10번 셔츠를 유망주에 불과한 파케타가 입은 것에 대해 ‘과거의 브라질과 다르다’는 평을 줄줄이 내놨다.
브라질은 ‘영원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축구 초강대국이다. 특유의 노란색 유니폼의 왼쪽 가슴에 새겨진 엠블럼에는 5개의 별이 표기돼 있다. 월드컵 5회 우승을 의미한다. 독일, 이탈리아 등 전통 축구 강국을 통틀어서 최다 우승 기록이다. 이외에도 이들은 1930년 우루과이에서 열린 1회 월드컵부터 최근 2018 러시아 월드컵까지 빠짐없이 본선 무대에 오른 세계 유일의 팀이다. 그런 브라질의 10번은 어떤가. 히바우두는 브라질 10번의 무게감을 언급하며 펠레, 히벨리뉴, 지쿠, 본인, 호나우지뉴, 카카, 네이마르의 이름을 나열했다. 10번이 각 팀의 에이스로 간주되는 축구계 오랜 전통도 펠레에서 시작된 것이다.
세계 축구의 아이콘 브라질은 최근 수년간 과거의 성공에 못 미치는 성과를 냈다. 자국에서 열린 2014년 월드컵에서는 4강에 올랐지만 독일을 상대로 1-7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절치부심한 4년 뒤 월드컵에서도 8강에 머무르며 체면을 구겼다. 4강과 8강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성적이지만 언제나 많은 기대를 받는 브라질이기에 팬들의 실망감은 컸다.
지난 19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열린 브라질과 친선경기에서 슈팅을 시도하는 손흥민. 대한민국은 이날 브라질에 0-3으로 패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썩어도 준치’…여전한 축구 강국 브라질
최근 월드컵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브라질은 여전히 강팀으로 간주된다. 그 나라 대표팀 실력을 가장 직관적으로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인 피파랭킹에서 브라질은 벨기에, 프랑스에 이어 3위에 올라 있다.
지난 6월 남미 최강자를 가리는 코파아메리카에서 브라질은 12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2007년 우승 이후 4강에도 오르지 못하던 무기력함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특히 준결승서 라이벌 아르헨티나를 2-0으로 물리쳐 더욱 의미 있는 우승이었다. 이번 대한민국 대표팀과 평가전에서도 브라질은 코파 우승 패치를 가슴 정중앙에 달고 뛰었다.
브라질은 또 2016년부터 지금까지 A매치에서 단지 5패만 기록했다. 이 기간 동안 약팀만 상대한 것도 아니었다. 콜롬비아, 칠레, 독일, 크로아티아 등 남미와 유럽 강호에도 승리를 거뒀다. 선수단도 여전히 화려한 면면을 자랑한다. 지난 19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평가전에 나선 선발 명단을 살펴보면 유럽 주요리그 우승팀인 파리생제르망(프랑스), 유벤투스(이탈리아), 맨체스터 시티(영국), 바르셀로나(스페인), 바이에른 뮌헨(독일) 소속 선수들이 한 팀을 이뤘다. 이밖에도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팀 리버풀을 포함해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 AS 로마(이탈리아), 첼시(잉글랜드) 등 명문 클럽 선수들이 스쿼드를 채웠다.
대표팀 주축 수비수 김민재(왼쪽)는 직접 상대한 브라질의 전력에 대해 “내가 지금까지 상대한 이들보다 한 단계 높았다”고 평가했다. 사진 속 김민재의 마크 상대는 맨체스터 시티 소속 공격수 가브리엘 제주스. 사진=대한축구협회
#‘영원한 우승후보’의 밝은 미래
현재 성적뿐 아니라 유망주 자원이 쏟아져 나오면서 브라질 축구의 미래에도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한국전에 선발로 나선 11명 중 6명이 23세 이하 선수들이다. 23세의 바르셀로나 주전 미드필더 아르투르는 지난해 말부터 대표팀 선발명단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또 후반 42분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은 호드리구는 18세에 불과한 ‘소년’이다. 이 소년은 지난 11월 6일 레알 마드리드 소속으로 3골을 몰아넣어 챔피언스리그 최연소 해트트릭 기록을 세워 유럽에서 가장 주목받는 유망주가 됐다. 이번 A매치 기간엔 부상으로 빠졌지만 수년째 대표팀 핵심으로 활약 중인 네이마르도 27세로 전성기를 달리고 있는 선수다.
7년 만에 맞대결을 펼친 대한민국 선수들도 “배운 점이 많다”며 브라질을 강팀으로 인정했다. 주장 손흥민은 “브라질은 어느 대회에 나가도 우승할 수 있는 팀”이라며 “이번 경기로 많은 것을 배웠다”는 말을 남겼다. 수비수 김민재는 “지금까지 상대한 팀과는 다르다. 그동안 내가 상대했던 선수들보다 한 단계 높았다”며 치켜세웠다.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월드컵 무대에서 부진했지만 브라질은 여전히 강팀이다. 코파아메리카 우승으로 오랜만에 메이저대회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건재를 과시하기도 했다. 잠시 부진했던 과거를 딛고 떠오르는 유망주들과 함께 브라질이 세계 축구 무대에 또 어떤 역사를 새길지 팬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