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축구 레전드 히바우두는 본인 SNS 계정을 통해 “어린 유망주에게 함부로 10번 등번호를 달게 해 부담감을 지워선 안된다”는 비판을 남겼다. 사진=히바우두 인스타그램 캡처
히바우두의 주장은 “등번호 10번 유니폼이 가지는 상징성에 자칫 유망주(파케타)가 과한 부담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상윤 해설위원도 같은 시대를 뛰었던 브라질 레전드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비슷한 상황을 경험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 해설위원은 대학생 신분으로 나선 1990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10번을 받았다. 그는 “당시 코칭스태프가 번호를 지정해주셨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10번을 달게 됐다”면서 “지금이나 그때나 10번은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번호다. 내로라하는 선배들을 제치고 내가 10번을 받은 것이 엄청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고 털어놨다.
이상윤 해설위원(가운데)은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며 히바우두의 견해에 동의했다. 대한축구협회가 주최한 축구캠프 행사에 나선 이상윤 해설위원. 사진=대한축구협회
1990년 당시 등번호 10번을 단 이 해설위원은 그러나 월드컵 본선 경기에 나서지는 못했다. 그는 “성인 무대에서 보여준 것이 없는 대학생이었다. 월드컵 이전까지 A매치 출장 기록도 4경기에 불과했다. 왜 그때 나에게 10번을 주셨는지 지금도 모르겠다”며 “그래도 영광스러운 대표팀 10번 유니폼 아닌가. 다른 대표팀 용품은 거의 없는데 지금도 그 10번 유니폼은 집에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다”며 웃었다.
최근 대표팀 분위기는 다르다. 이 해설위원은 “요즘 젊은 선수들은 10번이나 7번, 11번 등 소위 ‘좋은 번호’에 서로 욕심을 내기도 한다고 하더라(웃음). 과거와 달라진 문화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자신감 있게 자신의 의사를 표출하는 부분은 좋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번 A매치 기간 레바논, 브라질과 2연전을 치른 대표팀에선 미드필더 이재성이 10번을 달았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