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친’ 이상윤 해설위원(왼쪽)과 하석주 아주대 감독은 1990년대 대표팀 주축으로 활약하며 브라질을 상대한 경험이 있다. 사진=이상윤 해설위원 제공
이 해설위원과 하 감독이 대표팀 주축으로 활약하던 1990년대는 2010년대보다 브라질과 친선경기가 잦은 편이었다. 당시 2002 한일 월드컵 개최국인 한국 시장 개척을 위해 대표팀 용품 후원사로 글로벌 기업인 나이키가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나이키는 한일 월드컵 공동개최가 확정된 1996년을 전후로 대표팀과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이후 재계약을 위해 세계 최강 브라질과 친선경기를 약속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브라질 대표팀의 후원사 역시 나이키였다. 이에 대표팀은 브라질과 1995년 최초의 A매치 이후 1997년과 1999년 2년 간격으로 A매치를 치렀다. 이상윤 해설위원은 1997년 1경기, 하 감독은 1995년은 벤치를 지켰고 1997년과 1999년 2경기에선 선발로 풀타임을 소화했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현재와 달랐던 당시 ‘환경’을 이야기했다. 경기가 열리기 전까지 막연히 브라질이 세계 최강이라는 것만 알 뿐 피부로 와닿은 점은 적었다는 것이다. 이 해설위원은 “그땐 지금처럼 해외 축구 정보가 많지 않던 시절이다“라고 설명했고 하 감독은 ”유럽에서 활약하는 선수도 그때 대표팀에는 없었다. 해외파라고 해도 일본 J리그에서 뛰던 선수들이 전부“라고 덧붙였다.
과거 한국과 A매치에 출전한 브라질 선수 면면은 지금 봐도 화려하다. 1997년엔 호나우두, 데니우손, 호베르투 카를루스, 둥가 등이 나섰으며 1997년엔 히바우두, 주닝요 페르남부카누, 제 호베르투, 카푸 등 세계 축구사에 전설로 기록된 선수들이 출전했다. 당시 이들을 상대했던 이 해설위원과 하 감독은 “그저 유명한 선수 몇몇을 아는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로 “그때 이름이나 알기나 했냐”며 서로 장난을 치기도 했다.
1999년 잠실에서 열린 브라질과 평가전은 김도훈 감독(가운데 9번)의 득점으로 승리하며 지금까지 아시아 국가 유일의 브라질 상대 승리 기록으로 남아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상대에 대한 정보는 많지 않았지만 세계 최강과 맞대결은 긴장되는 일이었다. 이 해설위원은 “1997년은 월드컵을 1년 앞두고 있는 시기였기에 ‘나도 통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기도 했다”면서 “학생 때부터 20년 가까이 축구선수 생활을 하면서 다리에 쥐가 딱 한 번 났는데 그게 브라질전이었다. 경기 뛸 때는 몰랐는데 긴장감도 있었고 의욕을 앞세워 더 열심히 뛰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하 감독은 “긴장은 됐지만 부담은 없었다”고 말했다. “당연히 강팀을 상대로 하기에 긴장되는 경기였다. 하지만 상대는 세계 최강 브라질이니까 ‘우리는 져도 본전, 비기면 잘한 것’이라는 여론도 있어서 ‘한번 붙어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하 감독은 브라질을 상대로 승리한 경험도 있다. 1999년 평가전에서 대표팀은 김도훈 현 울산 현대 감독의 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하 감독은 “그 시기 브라질을 만나 우리가 꽤나 좋은 경기들(1995년 0-1 패, 1997년 1-2 패)을 펼쳤다. 패배에 대한 부담이 적어 오히려 강하게 맞붙을 수 있었던 것 같다. 홈경기였기에 열성적인 팬들의 응원도 힘이 됐다. 당시 잠실종합운동장에 꽉 들어찬 팬들의 모습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상윤 해설위원과 하석주 아주대 감독은 “이번 브라질전을 통해 분명 선수들이 다방면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입을 모았다. 사진=대한축구협회
후배들의 경기를 지켜본 이들은 브라질과 재회가 앞으로도 계속 되기를 기대했다. 하 감독은 “0-3으로 패배했지만 아무것도 못하고 진 것이 아니다. 선수들은 우리의 강점을 보여주기도 했다”면서 “이번 경기로 분명 배운 점도 많을 것이다. 경기장 위에서 브라질 같은 강팀과 몸으로 부딪히는 것은 정말 좋은 경험이 된다. 나도 20년 전 둥가의 플레이를 실제로 보며 놀랐던 기억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해설위원도 “평가전 단 1경기로 많은 기량 향상을 기대하긴 어려울 수도 있지만 자신감이라는 측면에서는 확실히 도움이 된다. 나도 선수 시절 그런 부분을 많이 느꼈다. 지금 대표팀이 이후에도 브라질과 같은 평가전을 자주 치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