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원정 도박 혐의로 입건된 양현석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가 피의자 신분으로 지난 8월 29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버닝썬 게이트’의 중심에 섰던 승리(본명 이승현·29)의 퇴출 후 남은 빅뱅의 멤버는 리더인 지드래곤(본명 권지용·31), 태양(본명 동영배·31), T.O.P(탑, 본명 최승현·32), 대성(본명 강대성·30) 4명이다. 이 가운데 빅뱅의 완전체 컴백에 걸림돌이 되는 멤버는 탑과 대성이다. 특히 대성의 경우 YG의 수장 양현석 전 대표 프로듀서와 함께 현재 경찰의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대성은 군 복무 중이던 지난 7월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서울 강남의 시가 310억 원 상당의 건물 내에서 불법 유흥업소 영업으로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당시 대성은 공식입장을 내고 “군 입대 직전에 매입한 것으로 불법 영업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지만 경찰은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 10일 전역한 대성을 상대로 소환조사를 진행해 유흥업소의 불법 영업 사실을 알면서도 방조했는지 여부를 캐물을 것이란 게 경찰의 입장이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4월 대성이 소유한 빌딩 지하 1층과 6~8층 소재 무허가 유흥주점 등 업소 4곳을 단속해 식품위생법상 시설기준 위반 등 혐의를 확인했다. 또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한 뒤 노래방 기계를 설치해 영업한 업소 3곳을 추가로 적발했다. 이후 7월에는 이른바 ‘대성 전담반’이 경찰 내에 꾸려졌다. 건물 압수수색까지 실시한 결과 관계자 84명 가운데 45명이 입건됐으며, 이 과정에서 건물 내 유흥업소에서 여성 도우미 고용 사실이 함께 적발됐다. 다만 성매매 여부 등은 아직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도 대성의 탈세를 겨냥하고 나섰다. 지난 20일 방송된 채널A의 ‘뉴스A’는 “세무당국이 최근 건물주 대성에게 거액의 지방세를 추가로 내라고 납부고지서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유흥주점이 들어선 건물은 현행법상 ‘고급 오락장’에 해당하기 때문에 일반 건물보다 최대 16배의 재산세가 부가되는 중과세 대상이다. 그러나 대성은 2017년 건물을 매입한 뒤 일반 건물로 신고해 세금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대성에게 추가로 부과된 지방세 중과세분은 12억 원 상당.
서울 강남 논현동 소재 빅뱅 대성 소유 건물. 사진=박은숙 기자
대마 흡연 혐의로 멤버들 가운데 가장 먼저 법정에 서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맏형 탑도 대중의 따가운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현재 인스타그램으로만 생존 신고를 알리고 있는 탑은 지난 10월 12일 “자숙이나 해라, 인스타그램 하지 말고 복귀도 하지 말아라”라는 네티즌의 댓글에 “네! 하느님! 저도 할 생각 없습니다. 동물 사진이나 보세요”라고 답해 빈축을 산 바 있다. 본인이 직접 “복귀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그를 향한 대중의 반응도 차가운 만큼 YG가 탑을 포함한 완전체 빅뱅의 컴백을 강행하기엔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남은 멤버는 지드래곤과 태양이다. 지드래곤 역시 군 복무 전에는 대마초 흡연 논란이, 군 복무 당시에는 ‘부실 군 복무’ 논란이 불거진 바 있지만 아직까지는 YG의 굵직한 스캔들에서 비켜 서 있는 상태다. 더욱이 지드래곤은 지난 10월 26일 전역한 뒤 나이키와 협업해 내놓은 ‘에어 포스1 파라-노이즈’로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리며 여전한 인기를 과시했다. YG 내부의 논란이나 ‘버닝썬 게이트’와 같은 사회적 이슈도 지드래곤에게는 영향을 끼치지 못한 셈이다.
멤버들 가운데 가장 논란의 여지가 적은 태양도 큰 문제 없이 복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두 멤버는 ‘GD X TAEYANG(태양)’의 유닛으로도 활동해 온 만큼 문제 멤버인 대성과 탑을 제외하더라도 이들만으로도 충분히 활동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문제는 YG가 어떤 방식을 취할 것인가다. 현재 YG는 1997년 첫 엔터 사업에 뛰어든 이래 사상 최악의 상황을 맞닥뜨리고 있다. 지난 8월 2분기 실적에서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84% 감소하는 어닝쇼크(시장 전망치 하회)를 기록한 YG는 3분기에도 영업손실 29억 원을 나타냈다. 여기에 자회사들의 손실폭도 확대되면서 또 다시 어닝쇼크가 닥친 상황. 더욱이 승리의 ‘버닝썬 게이트’로 촉발된 경찰의 칼날이 양현석 전 YG 대표 프로듀서에게 겨눠지며 투자자들의 불안도 커져가고 있다.
전 멤버 승리를 제외한 완전체 빅뱅.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다수의 연예계 관계자들은 YG가 정면승부에 나설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일단 완전체 빅뱅을 활동 전면에 내세워 급한 불부터 끌 것이라는 관측이다. 국내에서는 비난 여론이 클 수 있지만 일본, 중국 등 해외 투어와 해외 음반 발매로 부진한 국내 실적을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극적인 자세로 돌아선 투자자들도 빅뱅을 매개로 투자성향이 바뀔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다만 매년 계약이 끝날 때마다 YG의 가장 큰 리스크로 꼽혀온 빅뱅의 재계약 문제가 맞물려 있는 것이 걸림돌이다. 2011년과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끈끈한 정”을 과시하며 재계약을 한 빅뱅이 YG의 사상 최악의 상황까지 포용할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빅뱅이 YG의 ‘캐시카우’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고 YG 역시 재계약만 체결된다면 빅뱅의 활동에 전력을 쏟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지드래곤이나 태양처럼 다른 소속사에서 러브콜이 쏟아지거나 직접 개인 소속사를 차릴 역량이 충분히 되는 인재들이 현 상황에서도 ‘옛 정’을 운운하며 남아 있겠나”라고 말했다.
특히 2015년 빅뱅과 같이 YG와 재계약을 체결한 가수 싸이가 2019년 개인 소속사 피네이션을 설립해 독립한 점을 주목하기도 했다. YG라는 대형 연예기획사를 배경으로 삼지 않고도 충분히 홀로서기가 가능한 아티스트가 굳이 문제 많은 소속사와 재계약해서 자신의 브랜드 가치에 먹칠을 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앞의 관계자는 “특히 지드래곤의 경우는 이미 YG가 아닌 GD라는 개인을 세계적인 브랜드로 완성한 상태”라며 “그런 그가 양현석과 또 재계약을 한다면 그게 과연 ‘의리’ 때문일지, 아니면 재계약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따로 있는 것인지 먼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