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업체로부터 뒷돈을 받고 회사자금을 빼돌려 거액을 챙긴 혐의를 받는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표가 2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현주 회장 일가, 공정거래위원회 제재 받나
공정거래위원회는 2년여 동안 조사 끝에 미래에셋대우가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박현주 회장 일가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제재절차에 착수됐다. 미래에셋대우가 사실상 경영권을 행사하는 사모펀드(PEF)들의 투자자산인 포시즌스서울호텔, 블루마운틴컨트리클럽 등의 임대관리 수익을 미래에셋컨설팅에 몰아줬다는 것이다. 직접 지배하지 않아도, 계열 금융투자회사를 통해 사실상 경영권을 행사하는 자산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총수 일가에 몰아주는 것도 불법이란 판단을 내린 셈이다. 미래에셋컨설팅은 박 회장이 48.6%, 친족이 43.2%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밖에도 미래에셋컨설팅은 100% 자회사인 미래에셋펀드서비스를 통해 펀드 관련 부수입도 얻고 있다. 공정위는 이러한 거래 과정에서도 가격, 기회 제공 등에 특혜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동안 미래에셋 측은 사모펀드 투자자산일 뿐 계열사가 아니라는 점, 미래에셋컨설팅이 영업적자를 보고 있어 ‘사익편취’와는 거리가 있다고 항변해왔다. 미래에셋의 설명과 달리 미래에셋컨설팅 매출액은 2013년 147억 원에서 2018년 3745억 원으로 5년 사이 25배 불어났다. 또한 2015~2016년에는 영업적자를 냈지만, 2017년 이후엔 영업흑자로 돌아섰다.
미래에셋그룹 지배구조.
공정위는 박 회장과 일가가 지배하는 회사에 일감 몰아주기를 했다는 내용 등이 담긴 심사보고서를 미래에셋에 발송하고, 공정위 전원회의에 상정했다. 특히 박 회장과 법인을 검찰에 고발하는 의견도 심사보고서에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 관계자는 “최근 공정위의 심사보고서를 받은 상태로 심사 보고서를 면밀히 검토한 후 정해진 절차에 따라 의견서 등을 제출할 예정”이라며 “향후 공정위 전원회의 과정에서 충분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현범 대표 구속, 브랜드사용료 지급도 부당이득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부장검사 김종오)는 지난 19일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표를 배임수재, 업무상횡령, 범죄수익은닉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조 대표는 21일 밤 구속됐다. 지난해 7월 이뤄진 국세청 특별세무조사 결과에 따른 조치다. 조현범 대표는 조양래 명예회장의 차남이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셋째 사위다.
조 대표가 받고 있는 혐의인 납품대가 수뢰 및 비자금 조성은 과거 다른 대기업 총수일가에도 있었던 비리의 유형이다. 하지만 이번에 눈길을 끄는 것은 지주사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30% 지분을 가진 한국타이어로부터 받은 브랜드 사용료를 문제 삼은 대목이다. 광고비를 제외한 매출액의 0.75%를 상표권에 지급했는데, 통상 0.2%를 넘지 않는 다른 기업들의 사례에 비춰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것이 세무당국의 판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검찰이 조 대표 등 총수일가 지분율이 74%에 달하는 지주사가 사업회사로부터 부당이익을 챙긴 구조를 인정한 셈이다. 실제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별도기준 순이익 2439억 원 가운데 557억 원을 배당했다. 반면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492억 원 가운데 무려 275억 원을 배당했다.
#소송까지 간 효성, 판단 유보된 SK
조현범 대표의 사촌형인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도 공정위와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4월 총수 사익편취 혐의를 적용, 조 회장과 (주)효성 등에 과징금 30억 원을 부과하고 검찰 고발을 의결했다. 공정위는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GE)를 사실상 조 회장 개인 기업으로 보고, 효성 계열사들이 도산 위기에 몰린 총수 개인 기업을 위법하게 지원했다고 판단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역시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일고 있다. 최태원 회장이 특수목적법인(SPC)과 총수익스왑(TRS) 계약을 통해 SK실트론 지분 29.5%를 매입한 것을, 금융당국이 지난 5월 개인 차원의 보유로 보고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판단은 공정위의 몫이다. 다만 이 건과 관련해 TRS 거래를 중개한 한국투자증권이 금융당국의 관련 제재에 대해 불복, 최근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따라서 법원 판단이 나올 때까지 공정위의 판단이 유보될 가능성이 있다.
최열희 언론인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