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이번 프리미어12에서 한국을 상대로 7-0 완봉승을 거둬 우리에게 충격을 안겼다. 사진=연합뉴스
야구 수준은 그리 높지 않다. 리그 역사가 승부조작을 비롯한 각종 사건·사고로 얼룩지면서 좀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할 기회를 놓쳤다. 메이저리그 전문가들은 “KBO 리그가 더블A에서 트리플A 정도 수준이라면, 대만 프로야구는 싱글A나 루키리그 정도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실제로 한국에서 뛰다 퇴출된 외국인 투수들이 갈 곳을 잃었을 때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리그이기도 하다. 넥센 에이스로 오랜 기간 활약했던 앤디 밴 헤켄(전 넥센)이 퉁이 라이온스에서 뛰었고, 닉 애디튼(전 롯데), 마이크 로리(전 KT), 지크 스푸루일(전 KIA) 등도 올해 대만에서 뛰고 있다. 지난해에는 크리스 세든(전 SK), 알프레도 피가로(전 삼성), 스캇 맥그레거(전 넥센), 코리 리오단(전 LG), 스캇 리치몬드(롯데) 등이 대만 프로야구에 몸 담았다. 올해는 헨리 소사(전 SK)가 대만 리그에서 뛰다 시즌 도중 SK 유니폼을 입고 KBO 리그로 돌아오기도 했다.
대기업들의 주도로 시작된 KBO 리그와 달리 대만 프로야구는 대부분 중소기업이 참여한 리그로 출발했다. 선수들의 몸값 역시 KBO 리그 선수들의 3분의 1 정도 수준이다. 대만 프로야구에 대대적인 승부조작 사건이 터지자 현지 관계자들이 “선수들의 연봉이 워낙 적어 ‘검은돈’의 유혹에 빠지기가 더 쉽다”고 분석했던 이유다.
하지만 최근엔 대기업의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 원년부터 구단을 운영해온 퉁이그룹이 여전히 대만 내 20대그룹 안에 건재하고, 2014년엔 대만 10대그룹 안에 이름을 올린 중신금융지주가 슝디 엘리펀츠를 인수해 리그에 뛰어 들었다. 2017년에는 대만 5대그룹 안에 포함된 푸방 금융지주가 EDA 라이노스를 인수하면서 리그 분위기를 바꿔 놓았다. 다만 대만 프로야구의 숙원인 ‘6구단 체제’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승부조작 사건이 남긴 어두운 이미지가 남아 있는 데다 여전히 관련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대기업들이 안심하고 야구단을 창단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승부조작 사건으로 프로 리그가 위기를 맞기는 했지만, 여전히 야구는 대만의 ‘국기’로 통한다. 국제대회에서 한국과 일본을 꺾는 일을 ‘사명’으로 여긴다. 야구 월드컵이나 대륙간컵 국제야구대회처럼 한국과 일본이 최정예 대표팀을 내보내지 않는 1.5군급 대회에도 꾸준히 프로 주전 선수들을 출전시켰던 이유다. 한국과 일본에선 TV 중계도 하지 않는 대회를 대만 TV에선 프라임 타임에 대대적으로 방영하는 일도 잦았다. 대만 지상파 방송 개시와 종료 때 나오는 국가 연주 화면에 한국전 연장 승리 장면을 삽입했을 정도다.
리그 경쟁력이 높지 않은 탓에 기량이 특출한 대만 출신 유망주들은 일찌감치 미국이나 일본으로 향하는 일이 많다. 같은 이유로 이 선수들이 모두 대표팀에 합류할 경우 대만 대표팀 전력이 급격히 상승한다. 특히 올림픽이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처럼 큰 대회에선 메이저리그나 트리플A에서 뛰고 있는 에이스급 투수들을 한국전에 주로 투입한다. ‘두 수 위’인 일본보다 한국을 꺾을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높다는 판단 때문이다.
배영은 일간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