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언론은 이번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에서 열린 한일전을 두고 “결과와 무관한 볼 배합을 했다”며 한국의 대량 8득점을 폄하했다. 사진=연합뉴스
일본 ‘주니치 스포츠’는 2019 프리미어12 결승전을 앞두고 “일본 야구대표팀이 하루 전날 열린 슈퍼라운드 한국전에서 결승전을 미리 준비하는 고급 정보전을 펼쳤다”며 “선발 투수 기시 다카유키는 결과와 무관하게 결승전을 대비한 볼 배합을 했다”고 전했다. 일본이 7-1까지 앞서다 10-8까지 쫓긴 채 경기를 마무리해야 했던 원인을 ‘최선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 것이다.
슈퍼라운드 한일전에 선발 출장한 일본 포수 아이자와 츠바사는 이 매체와 인터뷰에서 “경기 전 기시가 ‘나를 내일 경기를 위해 버리는 돌로 쓰라’면서 마음대로 볼배합을 하라고 얘기했다”며 “결승전을 위한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무라타 요시노리 배터리 코치 역시 “(한국 타자들이) 어떤 공에 어떤 반응을 할지 보기 위한 재료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며 “결승전에서 실점을 적게 하기 위한 경기였다고 생각해 (상대가) 강하다고 생각한 코스에도 일부러 던졌고, 포수 3명 전원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국은 일본과 첫 대결에서 8-10으로 패해 슈퍼라운드를 2위로 마쳤다. 그러나 결승전에서 일본과 재대결하기 위해 에이스 양현종의 등판을 뒤로 미뤘고, 선발 라인업도 그동안 경기에 많이 출전하지 않았던 선수 위주로 구성했다. 일본 역시 이틀 연속 열리는 한일전 가운데 결승전에 더 무게를 두고 준비를 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다음 경기를 위해 상대의 반응을 살피는 경기를 했다”는 발언은 일부러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경기 내용으로 국제대회의 가치를 훼손했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를 남기기에 충분했다.
한국 주전 포수 양의지는 이와 관련한 질문을 받자 “말 같지도 않은 소리”라고 잘랐다. “모든 선수는 다 점수를 주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며 “타자에게 치라고 던진다고 해서 다 치는 것도 아니다. 그냥 (점수를 많이 준 데 대한) 변명일 것”이라고 단언했다.
직접 슈퍼라운드 한일전 선발 포수로 나섰던 박세혁도 “헛소리다. 그럼 시험한다고 약한 코스에 던졌다가 아웃 잡으면 ‘오, 나이스 플레이’ 할 것 아닌가”라며 “그러다 (한국에) 큰코다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명 투수 출신인 김시진 KBO 기술위원장 역시 기가 막힌다는 듯 웃음을 지었다. “말도 안 된다. 투수가 국제대회에서 마운드에 올라가서 일부러 타자의 반응을 지켜보기 위해 다른 공을 던진다는 건가”라며 “국가대표 투수 자존심이 있는데 그런 일을 하다니 말도 안 된다. 한국 타자들을 너무 무시하는 발언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한국 대표팀에는 작은 오점으로 남은 보도였다.
배영은 일간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