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다양성 확보와 독과점 해소를 위한 영화인대책위원회가 22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스크린 독과점을 우려하는 영화인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영화법 개정, 규제와 지원 정책 병행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22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영화다양성확보와 독과점해소를 위한 영화인 대책위원회(영대위) 주최로 ‘겨울왕국2 스크린 독과점 사태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회견에는 영화 ‘블랙머니’를 연출한 정지영 감독을 비롯해 부산영화협동조합 황의환 대표, 독립영화협의회 남희섭 대표, C.C.K픽처스 최순식 대표,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안병호 위원장,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이은 회장, 반독과점영대위 권영락 운영위원과 배장수 대변인이 참석했다.
영대위는 선언문을 통해 “‘겨울왕국2’가 ‘어벤저스: 엔드게임’ 등에 이어 스크린 독과점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며 “상영점유율(63.0%)과 좌석점유율(70%)를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영화 다양성의 증진과 독과점 해소는 법과 정책으로 풀어야 한다. 이는 특정 영화의 배급사와 극장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겨울왕국2’ 등 관객들의 기대가 큰 작품의 제작·배급사와 극장은 의당 공격적 마케팅을 구사한다. 하지만 이로 인해 (관객들의) 영화 향유권과 영화 다양성이 심각하게 침해되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발언하는 ‘블랙머니’ 정지영 감독. 사진=최준필 기자
정지영 감독은 이날 봉준호 감독을 언급하며 그와 스크린 독과점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정 감독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라며 “저는 당시 이 영화가 스크린 독점을 할 것이라 생각해서 개봉 전에 개인적으로 친한 봉 감독에게 문자를 넣었다. ‘개봉을 축하하지만 이번 상영에 스크린을 (전체의) 3분의 1을 넘지 않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때 봉준호 감독은 ‘제가 배급에 관여를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 죄송하다. 다만 50%가 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라며 “그러나 이행되지 못했다. 봉 감독은 애써 노력했지만 안 됐다는 점에서 자괴감에 슬펐을 것 같다. 봉 감독에게 미안했다. 되지도 않는 일을 주문한 게 어리석었다”고 덧붙였다.
정 감독은 지난 11월 13일 개봉한 영화 ‘블랙머니’의 연출을 맡았다. 현재 한창 상영 중인 작품의 감독이 회견에 나선다는 이야기에 제작진들이 반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 감독은 영대위의 고문을 맡고 있기도 하다.
정지영 감독. 사진=최준필 기자
그는 “‘블랙머니’ 제작진이 (회견에) 나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비난하는 댓글이 엄청나게 올라올 거고,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얘기였다”며 “하지만 시장의 공정성을 회복하겠다고 기자회견을 여는데 역풍을 맞는다면 그것이 잘못됐다고 알려줘야 하는 것”이라고 힘 주어 말했다.
이어 “댓글을 쓰는 사람들은 이런 상황을 모르고 ‘겨울왕국2’를 많은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니까 스크린이 많이 배정되는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하지만 ‘블랙머니’의 스코어가 올라가고 있는 상황에서 어제(21일) 이후로 갑자기 하루만에 스크린 수가 줄었다. 이 억울함을 호소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대위 측은 “‘겨울왕국2’도 물론 좋은 영화다. 그런데 그렇게 단기간 내에 스크린을 독과점하면서 다른 영화에 피해를 주면서 빨리 매출을 올려야 하겠는가”라며 “초반에 독과점을 하긴 했지만 ‘기생충’도 53일에 천 만을 봤고, 독과점을 안 한 ‘알라딘’도 50일을 넘어 천 만을 돌파했다. 그런가 하면 11~12일에 천 만 가는 영화도 있다. 그런 걸 지양하자는 거다. 단순히 기업에 맡기는 것은 안 되니까 법으로 개정하자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한편, ‘겨울왕국2’는 21일 개봉 당일에만 60만7855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블랙머니’ ‘신의 한 수: 귀수편’ 등 흥행 상위권에 안착해 있던 국내 영화를 밀어내고 박스오피스 1위로 올라섰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