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서대문구 청년임대주택에서 개인정보를 이용해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 발생했다. 건물 관리인이 20대 여성 입주자에게 사적으로 접근한 것. 그런데도 임대주택 사업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여성은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사건이 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아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청년임대주택 관리인이 입주자의 개인정보를 이용, 사적으로 활용해 논란이다. 사진=온라인카페 캡처
A 씨는 B 씨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용을 공개했다. B 씨는 11월 19일 “노처녀 아가씨 당신에게 관심 없다, 착각하지 마라. 딸 같아서 그런 것이고 유자차는 반품 처리했다. 직업에 대해 편견이 있다면 버리길 바란다”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고는 20일에 B 씨는 “정직하게 말하면 당신을 사랑하고 좋아했어. 하루도 당신 생각 안 한 적이 없어. 나이 때문에 당신을 좋아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갈등했어. 왠지 자꾸 보고 싶고 걱정되고 이런 감정은 처음이야. 나의 진실된 마음은 당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A 여성은 불안에 떨고 있다. 입주자들은 임대주택 입주 시 이름, 주소, 전화번호, 주민번호를 다 기재해 신상이 노출됐다. 피해자는 관리인이 개인정보를 이용해 불쾌감을 조성하고, 자신이 하는 행동이 스토킹인지 인지조차 못하고 있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또 임대주택사업을 총괄하는 LH는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A 씨에 따르면 도어록은 쉽게 해제가 가능해, 추가로 문에 보조 자물쇠를 달아달라고 LH에 요청했다. 하지만 LH는 아무 조처도 취하지 않았다. 또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교체하는 등 최소한의 사후조처조차 피해자가 직접 호소한 끝에 이뤄졌다.
LH의 대처는 논란이 됐다. 임대주택 관리를 외주 용역을 주고 책임을 회피한다는 지적이다. 2018년 국정감사에서도 LH는 분양주택은 자체감리를 하고 임대주택은 외주관리를 하고 있어 차별운영으로 지적 받았다. LH는 이번 사건에 대해 지금으로선 조처를 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LH 관계자는 “민간 위탁 관리 업체를 선정할 때 정보보호에 관해 각서를 쓰는데, 사건을 일으킨 분이 계약관계가 끝난 뒤 개인적 일탈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며 “B 씨는 집에 침입을 시도하거나 그러진 않아, 이 건으로 잠금장치 강화를 추진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임대사업자인 LH의 청년임대주택 관리부실과 경찰의 대응이 비판받고 있다. 사진=마이홈 캡처
불안한 마음에 경찰에 신고하려던 A 씨는 이마저 좌절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경찰에서 개인정보보호법으로 고소가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업무 중 취득한 개인정보인 경우 고소 성립이 안 되고, 협박죄나 불안감조성죄 고소도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경찰의 대처는 더 큰 비판에 휩싸였다. 더군다나 경찰은 최근 한 순경이 민원인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사적으로 연락한 사건에 대해 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경찰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유권해석을 의뢰해 해당 순경은 법의 규제를 받는 개인정보처리자가 아니라 ‘관리자’ 정도로 봐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법은 개인정보처리자에 대해서만 처벌을 명시하고 있어 이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게 경찰의 주장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개인정보보호법 적용대상자를 폭넓게 보고 있다. 대법원 판례를 살펴보면 개인정보처리자 외에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했던 사람까지도 ‘개인정보처리자’ 범주에 포함시킨다.
경찰은 제식구 감싸기식 수사를 하고 성인지감수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올해 3월 경찰은 부산의 한 공무원이 민원인 개인정보를 이용해 욕설 문자를 보낸 사건에 대해서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의견을 냈다.
누리꾼들은 “무섭고 징그럽다. 이런 일이 처벌받지 않으면 앞으로 저런 범죄자가 활개치고 다닐 것”이라며 “사람이 죽어나가야 수사하는 시늉이라도 할 거냐”며 경찰을 비판했다. 또 “나이 50 먹고 젊은 아가씨한테 무슨 짓이냐 엄벌해라, 소름 끼친다”와 같은 지적도 줄을 이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