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에 이어 KEB하나은행과 교보생명도 알뜰폰 시장에 뛰어들어 금융·통신 결합이 활발해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고성준 기자
하나은행은 국내 2위 알뜰폰 사업자 SK텔링크와 제휴하고 12월 중반 금융서비스를 결합한 알뜰폰 요금제를 출시할 예정이다. 지난 10월 31일 SK텔링크, SK텔레콤과 디지털 기반 금융·통신 혁신 서비스 제공을 위한 업무제휴 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실행에 옮기는 차원이다. 하나은행이 직접 알뜰폰 사업자로 나서는 것이 아니라 자사 고객의 금융거래 실적에 따라 통신비를 할인해주는 SK텔링크 전용 요금제를 선보이는 방식이다.
교보생명도 SK텔링크와 업무협약을 맺고 연내 보험서비스와 결합한 요금제를 내놓기로 했다. 보험설계사들이 고객과 소통하면서 통신 데이터를 많이 소진하는 만큼 많은 데이터를 저렴한 가격에 쓸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출발해 교보생명 임직원과 고객들로 서비스 대상을 확대해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하나은행, 교보생명 등 금융사들이 알뜰폰 시장에 뛰어드는 모습은 국민은행이 LG유플러스와 손잡고 알뜰폰 서비스를 출시한 것에 대응하는 차원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은 11월 초 직접 알뜰폰 사업자로 뛰어들어 서비스를 출시했다. LG유플러스의 망을 빌려 알뜰폰 최초 5G 요금제를 선보이며 눈길을 끌었다. 별도 단말기는 판매하지 않고, 사용 중인 스마트폰이나 자급제 스마트폰 단말기에 유심을 넣으면 공인인증서 설치 등 복잡한 절차 없이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하나은행과 교보생명은 국민은행처럼 직접 알뜰폰 사업자로 진출하는 건 아니지만, 유심을 꽂으면 특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같은 방식으로 사업모델을 구상 중이다.
금융과 통신업계의 이 같은 연합은 이탈 고객들을 묶어두려는 이해관계가 일치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토스와 카카오페이, 페이코 등 유사 금융업종이 급성장하면서 빼앗기는 고객들을 붙잡아두는 것이 시급하다. 통신사들도 알뜰폰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고 요금제가 저렴하다는 강점마저 통신 3사의 저가 요금제 출시로 희석되면서, 고객 이탈이 잦다. 따라서 실생활에서 필수적인 금융·통신을 융합한 ‘집토끼 지키기’ 전략이라는 것.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ICT 기업들이 유사금융업종에 진출해 고객을 빼앗아가니 금융사 입장에선 역으로 통신사와 제휴해 금융거래 실적에 따라 통신비를 깎아주는 등 통신 결합 서비스를 출시해 고객을 지키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알뜰폰은 요금제가 저렴한 대신 부가서비스 등 혜택을 포기해야 하는 데다 통신 3사 요금제와도 가격 차이가 좁혀지다 보니 가격 경쟁만으론 경쟁이 안 된다”며 “금융이용실적과 연동해 통신요금을 깎아주는 등 서비스를 차별화하면 기존 금융·통신 고객을 묶어두는 락인(Lock-in)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두 업계가 보유한 방대한 고객 정보를 활용해 다양한 맞춤형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다는 점도 한 이유다. 통신사와 금융사가 가진 신용정보를 통해 정밀한 신용도 파악이 가능한 건 물론, 빅데이터를 활용해 결제·지출 내역을 분석함으로써 소비 패턴을 파악하고 이에 맞는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등 특화 서비스와 사업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 통신업계 다른 관계자는 “결제와 보험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와 요금제를 연계할 수 있고 소비패턴을 활용해 서비스를 마련하는 등 사업의 기회가 무궁무진하다 보니 결합이 활발해지고 있다”고 했다.
KB국민은행에 이어 KEB하나은행과 교보생명이 기존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금융과 통신 서비스를 결합한 알뜰폰 요금제 출시에 나서고 있다. 사진=고성준 기자
흥행 여부에 대해서는 업계 의견이 엇갈린다. 우선 ‘반짝’ 많아졌다가 사라지는 한시적 마케팅으로 남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앞둔 2016년 우리·신한은행은 각각 KT·SK텔레콤과 제휴 통장을, 국민·하나은행은 LG유플러스·SK텔레콤과 손잡고 금융플랫폼을 출시했지만 흥행하지 못했다. 서지용 교수는 “금융권의 통신업 진출이 활발해지면 통신사들도 다양한 대응 서비스를 내놓을 것이기 때문에, 금융사들이 알뜰폰 시장에서 대성공을 거두긴 쉽지 않다”며 “단기 홍보 효과는 있겠으나 오래 가진 못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휴대폰을 활용한 금융거래가 활성화하는 시기이니만큼 더 큰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앞의 통신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간편 결제 서비스가 대중화하고 있는 시기여서 금융·통신 결합이 더 큰 고객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며 “통신비 할인은 단기가 아닌 장기로 누릴 수 있는 혜택이고 금융 고객들은 한 번 이용한 금융사에 대한 충성도가 높기 때문에 이번 결합으로 체리피커가 아닌 진성고객들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