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자택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 가수 구하라. 사진=구하라 인스타그램 캡처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9분께 자택에서 구하라가 쓰러져 있다는 신고 전화가 접수됐다. 신고자는 구하라의 지인으로 알려졌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외부 침입 등 타살 흔적이 발견되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해 구하라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구하라는 지난 5월, 자신의 SNS에 “안녕”이라는 게시물을 남긴 채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당시 구하라는 지난해 전 남자친구 헤어디자이너 최아무개 씨와의 법정 다툼과 이로 인한 악플로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구하라는 산케이스포츠, 스포츠호치 등 일본의 주요 연예매체에 “걱정을 끼치고 소란을 일으켜 죄송하다”며 “건강상태는 회복되고 있다. 여러 가지 일이 겹쳐서 마음이 괴로웠지만 이제부터는 마음을 강하게 하고, 또 건강한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앞으로의 활동에 매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의 말대로 구하라는 사건 발생 다음달인 6월 일본의 오기프로덕션과 계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일본 활동에 착수했다. 지난 13일에는 일본 새 싱글앨범 ‘미드나잇퀸’을 발매했고, 14일부터는 후쿠오카 등 일본 일부 지역을 순회하는 ‘하라 제프 투어’를 진행했다. 이와 관련한 사진과 영상, 팬들에게 보내는 감사의 인사는 모두 구하라의 SNS에 올라왔다.
가수 구하라. 사진=구하라 인스타그램 캡처
지난 22일 구하라는 자신의 SNS에 침대에 누운 셀카와 “잘 자”라는 한 마디를 남겼다. 이것이 구하라의 마지막 게시물이 됐다.
구하라는 절친이었던 고 설리(본명 최진리·향년 25세)의 비보 이후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어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4일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자택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설리의 소식이 전해졌을 때 구하라는 일본에 머물고 있었다. 이튿날인 15일 그는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으로 설리를 추모하며 그를 걱정한 팬들에게 “저는 괜찮다. 설리의 몫까지 열심히 살 것”이라고 안심시켰다. 그러나 결국 설리의 사망 42일 만에 그 역시 슬픈 소식으로 팬들과 마주하게 됐다.
구하라의 비보가 전해졌을 때 대중들의 화살이 향해진 것은 그의 전 남자친구 최씨였다. 지난 8월 구하라에 대한 상해, 협박, 재물 손괴, 강요, 성폭력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위반(카메라 이용) 등의 혐의 가운데 성폭력 특례법을 제외한 혐의만 인정돼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최씨는 자신의 헤어숍을 새로 오픈하고 이를 홍보하는 등 반성 없는 모습으로 대중들의 공분을 사온 바 있다.
특히 그의 지인 가운데 일부가 구하라를 옹호하는 네티즌들과 설전을 벌인 사실이 지적되면서 최씨는 물론 그의 지인들도 비판을 받았다. 비판이 쏟아지자 최씨와 지인들은 24일 오후 SNS를 모두 비공개로 전환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상담전화 1393,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