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기 셰프. 그는 정직한 맛에 행복을 담고 싶다. (사진제공=김근기)
처음부터 꿈은 아니었다. 그저 먹고 살기 위해 선택했던 생업(生業), 어느새 꿈이 되고, 지금은 천직(天職)이 된 그 일, 셰프 김근기에게 주방은 삶의 터전이며 존재의 증명이다.
“22살에 요리전문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주방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잠깐 아르바이트로 시작했었죠. 이 일이 내 평생의 천직이 될 거란 생각은 못했어요. 그런데 참 사람의 운명이라는 게 얄궂어서, 내가 만든 음식을 먹고 행복해하는 사람들의 얼굴에서 나도 행복을 느끼더라구요.”
셰프를 천직으로 받아들인 순간, 그가 다짐한 단 하나는 “음식으로 장난치지 말자. 맛으로 거짓말하지 말자” 그것이었다. 3년 전 고향 이천에 자리 잡으며 문을 연 ‘김쉐프의 텃밭’은 그 다짐의 결실이다.
“셰프는 나의 꿈, 나의 천직…거짓 없는 행복한 맛을 요리하겠다.”
그는 이천에서 나고 자라 20년을 살았다. 고향을 떠나 조리사의 꿈을 꾸던 시절, 외롭고 힘겹던 순간순간마다 풍요로운 고향의 넉넉함과 풍성한 맛은 김근기 요리 인생의 이정표가 됐다.
“고향을 떠나 25년을 셰프로서의 외길을 쫓아 살았어요. 언제나 바빴지만 늘 공허했어요. 그러나 고향에 돌아온 후 내가 음식에 담지 못했던 그 하나를 찾았죠. 고향의 맛, 어머니의 정성. 저는 그 맛을 요리에 담아내고 싶어요.”
고향에 돌아온 후 그의 요리에도 변화가 온다. 이탈리아 음식을 전문했던, 이탈리아 셰프로서의 자존심이 강했던 그가 고향에서는 가족 모두가 한식부터, 양식(이탈리아), 일식(초밥)까지 모든 음식을 한 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음식농장을 만든다. 그래서 이름도 ‘김쉐프의 텃밭’이다.
김근기의 요리에는 정직과 행복이 담겼다. (사진제공=김근기)
그냥 ‘맛있기만’ 했던 음식에 건강과 정성이 담겼다. ‘많이 파는’ 이문(利文)보다 먹는 이의 행복이 남았다. 찾아주는 손님들이 어린 시절을 함께 부대끼며 추억을 만든 이들이기에 더욱 조심스럽고, 겸손해진다. 특히, 그는 가능하다면 고향 이천에서 나는 로컬푸드를 재료로 고집한다.
“사람의 혀끝만큼 냉정한 것이 없어요. 요리사의 손이 거짓말을 하면 반드시 알죠. 그래서 한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 없죠. 조리사는 언제나 정직해야 해요.”
행복한 맛을 향한 그의 요리 철학은 양양 연어요리대회, 사천 해산물 요리대회, WACS 코리아 푸드드렌드페어(2016), 몽골 세계요리대회(2017) 등 각종 국제 요리대회에서 심사위원으로 활약하며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또한, 김근기는 맛컨설턴트로 활동하며 요리와 맛에 대한 자신의 철학과 노하우를 어려운 소상공인들과 함께 나누고 있다.
맛컨설턴트는 맛에 대한 깊은 이해와 맛의 감동을 섬세하게 파악하면 그 맛을 연출할 수 있는 기량이 생긴다. 이는 맛컨설턴트 교육을 통해 맛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갖추게 해 소상인들의 식당도 맛집으로 거듭나 경쟁력을 갖추게 한다는 것이다.
“요리는 나누는 것이에요. 같이 먹어야 맛있다고들 하잖아요. 나 혼자만 맛있는 요리를 하는 게 아니라 요리에 종사하는 모든 이들이 건강하고 정직한 맛의 요리를 만들고, 그것을 먹은 이들이 행복을 느낄 때 비로소 셰프는 그 존재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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