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관리사법 제정안은 공동주택관리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주택관리사의 업무 범위 등을 독립시킨 법안이다. 주택관리사 자격시험, 주택관리업을 수행하는 주택관리법인 등의 내용도 포함돼 있다.
올해 6월 더불어민주당 김철민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처음부터 반대 기류가 만만치 않았다. 먼저 주무부서인 국토교통부와 충분한 논의가 없었다. 통상 법안은 주무부서와 논의를 통해 흔히 의원입법으로 발의한다. 처리 절차가 정부 입법에 비해 간소하기 때문이다. 법안 발의 직후 국토교통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주택관리사법 제정안은 우리와 관계가 없다. 상호 논의, 협의를 거쳐서 발의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국토교통부 이유리 주택건설공급과장도 올해 4월 주택관리사협회가 주최한 토론회부터 “주택관리사법이 기존에 형성된 법체계, 이해관계와 충돌 없이 분리될 수 있을지 우려된다”는 회의적인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주택관리업체의 모임인 한국주택관리협회도 주택관리사법 제정에 부정적이다. 한국주택관리협회는 “주택관리사법은 주택관리사가 아닌 주택관리업자의 퇴출을 의미한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지난 17일 주택관리사법 제정안 반대 서명부(4,505명)를 국회 국토교통위원장 박순자 의원실, 국토법안심사 소위원장 이헌승 의원실, 국토위 간사 윤관석, 박덕흠 의원실에 제출했다. 제정안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법안의 처리는 의원들의 의지가 중요하다. 하지만 총선을 5개월 남긴 상황에서 정부 부처와 이해 단체 간 다툼에 개입하는 건 부담스럽다. 공천과 본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을 달가워할 의원은 없다.
현재 주택관리사법 제정안은 국회 국토교통위 소위에 계류돼 있다. 6월 10일 발의 후 7월 12일 전체회의에서 상정됐지만 그 이후 단 한 차례도 논의되지 않았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관계자는 “다른 법안들도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발의 순서대로라면 주택관리사법안은 한참 뒤”라고 했다. 올해는 특히 법안심사소위가 하반기에 거의 열리지 않아 법안의 정체가 예년보다 심한 상태다.
법안을 발의한 김철민 의원실은 21일 “국토교통부의 반대 의사가 강하다. 정부부처가 반대하면 여당의원이 강하게 밀어붙이기 힘들다”고 했다. “주택관리사법을 만들어주면 다른 직종의 동일한 요구도 다 들어줘야 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반대하는 기류도 만만치 않다고 들었다”는 얘기도 했다. 법안 통과 가능성에 대해서는 “김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이고 노력하고 있다. 다만 가능성은 반반이라고 본다”고 했다.
다른 의원실은 “소위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 일정 자체가 없고 안건의 순서도 정해지지 않았다. 다른 첨예한 법들이 대기하고 있어 처리 여부나 일정을 확답하기 어렵다”라고 했다. “법안이 차후 논의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통과 가능성이 커 보이지는 않는다. 이해 단체 간 갈등이 심화되면 의원들도 적극적으로 법안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17일 반대 서명부를 받은 의원실 보좌관의 말이다.
21일 국토교통부 주택건설공급과는 “공동주택관리법으로 충분히 가능한 것을 주택관리사법으로 분리할 필요가 있느냐는 게 국토부의 공식 입장”이라며 “이해 단체인 주택관리업자들의 의견도 감안하지 않을 수가 없다. 모두가 동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라고 못 박았다.
제정안이 주무 부처인 국토부와 충분한 협의 없이 발의돼 반대하는 건 아니냐는 질문에 “그건 아니다. 법안이 적절하고 타당하다면 국토부도 반대할 명분이 없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제정안을 기존 법(공동주택관리법)에서 분리해야 할 필요성이 부족하고 이해 단체들의 반대도 강하기 때문”이라고 거듭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회기뿐 아니라 다음 국회에서도 제정안이 현재와 동일한 상황이라면 국토부의 큰 입장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오는 27일 국토법안심사소위를 연다. 간사 협의를 거쳐 주택관리사법 제정안이 안건에 오를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창의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