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혜의 절경을 간직한 거제 노자산 전경
[경남=일요신문] 정민규 기자 = 거제남부관광단지로 지정돼 골프장으로 개발예정인 거제 ‘노자산’이 국제적인 시민단체의 ‘이곳만은 꼭 지키자!’ 제17회 시민공모전에서 ‘환경부장관상’을 수상했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공동대표 이은희 임항)는 지난 22일 보존가치가 높지만 훼손위기에 처한 자연·문화유산 10곳에 대한 발표 및 시상을 진행했다. 이 행사에서 ‘거제 노자산을 ‘환경부장관상’으로 선정하고 응모단체인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을 시상했다.
노자산은 1971년 우리나라에서 팔색조 번식지가 최초로 확인돼 천연기념물 제233호로 지정된 학동동백숲이 있는 산이다.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은 골프장 예정지에서 팔색조 둥지 2개를 최초로 발견해 국립생물자원관, 국립생태원 등에 보고했고, 한국내셔널트러스트도 현장 심사에서 이를 확인했다.
이밖에 골프장예정지에는 267종의 환경부지정 멸종위기종 중 ‘거제’ 지명이 붙은 유일한 종인 ‘거제외줄달팽이’(Satsuma myomphala Martens) 서식도 확인했다. 거제외줄달팽이는 거제도 모식산지(최초 발견해 등록된 지역)에서 멸절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재까지 노자산에만 서식이 확인됐다.
또한 노자산에는 긴꼬리딱새 둥지 2개, 수달, 두견이, 대흥란 등 다수의 법정보호종이 확인됐다.
동부면 율포리와 남부면 탑포리 쪽의 노자산 남서사면은 ㈜경동건설이 신청한 거제남부관광단지(총 369만3875제곱미터, 육지부 329만5622제곱미터, 해면부 39만8253제곱미터)로 지난 2019년 5월 지정고시 됐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거제 노자산을 환경부장관상으로 선정한 취지에 대해 “노자산은 난대림지대로 팔색조를 비롯한 거제외줄달팽이 등 다양한 멸종위기야생생물의 보고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인접지역이 명승2호 해금강, 한려행상국립공원이 위치한 청정지역임도 감안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약 370만 제곱미터에 이르는 사업대상지에 대한 부실한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우려한다”면서 “사업추진으로 125만대 분의 절성토가 발생할 정도로 광범위한 산림파괴에 따른 생태계 훼손과 해양오염이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골프관광단지로 훼손될 우려가 높은 노자산에 환경부장관상을 수여함으로써 거제시와 경남도의 개발계획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다.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이종우 상임의장은 “지난 5개월동안 치밀한 생태조사 결과 전략환경영향평가는 거짓부실이라고 단언한다”면서 “낙동강유역환경청도 전략환경영향평가의 거짓부실을 가리기 위한 전문가 조사를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또 “사업자와 거제시는 향후 사업실시계획승인을 위해 낙동강유역환경청의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받아야 하는데, 낙동강환경청의 상위기관인 환경부가 노자산개발예정지를 사실상 ‘지켜야 할 곳’으로 장관상을 수여한 것은 아주 큰 성과”라면서 “거제도 최고, 최후의 생태계보고인 노자산을 지키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주관하는 ‘이곳만은 꼭 지키자!’ 시민공모전은 한국환경기자클럽과 한국환경회의 그리고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공동주최하며, 환경부, 문화재청, 산림청이 후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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