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는 부모로부터 주어진 적은 용돈으로 시작했다. 한두 번 했던 것이 점점 베팅액수가 커지면서 도박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까지 했다고 한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될 무렵 실시간 도박게임인 ‘사다리’와 ‘달팽이’에도 손을 되면서 도박비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특히 실시간 도박 게임은 짧게는 1분, 길어야 5분이면 한 판이 끝난다. 빠른 시간에 도박을 여러 번 할 수 있어 더 빠져들었다고 한다.
A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에 입대하기 전까지 ‘바카라’, ‘룰렛’ 등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사이버 도박에 손을 대면서 3년 동안 총 5000여만원을 탕진했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인터넷 접속이 일상화 되면서 사이버도박의 피해가 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과거 컴퓨터를 통해 사이버도박 사이트에 접속하던 시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이다.
대구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대구지역에서 발생한 사이버도박 단속 건수는 318건에 376명이다. 전년 동기간 79건에 114명 검거 수준이었던 것에 비하면 302.5% 증가한 것이다.
유형별로는 ▲포커·고스톱·카지노 등 전통적인 도박 ▲각종 스포츠 경기 결과에 돈을 거는 스포츠토토 형태 ▲경마·경륜·경정 등을 불법 중계 형태 ▲홀·짝이나 사다리처럼 단순 놀이까지 도박 사이트에 이용되면서 거액의 돈이 오가고 있다.
문제는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종류가 다양해져 도박에 빠져드는 연령대가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단속된 도박 행위자 중 20대 이하는 45명 수준이었던 것에 비해, 올해는 108명으로 급증했다. 이들 가운데 도박 자금을 구하기 위해 2차 범죄를 저지르는 일들도 심심치 않게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는 일당들의 수법도 교묘해지고 있다. 이들은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도박사이트를 제공하는 서버를 해외에 둔다. 현재는 운영자들도 중국·동남아 등 해외를 근거지로 체류한다. 사이트명을 수시로 바꾸고 입출금용 대포통장도 1~2개월마다 수십 개씩을 바꾸면서 범행을 저지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접근 방법도 다양하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등을 통해 나타나는 초기 화면에는 도박사이트인지 알 수 없도록 다른 사이트로 위장하는 경우도 많다. 이후 유튜브나 오픈채팅 등을 통해 사람들을 모으거나 휴대전화 문자까지 무작위로 살포해 도박을 유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도박사이트들은 프로그램 조작에 의해 이용자들의 승률을 최대한 낮춰 운영자들만 이익을 얻는 구조로 설계되는 것이 기본이다. 혹시 운이 좋아 도박에서 이기더라도 출금을 지연시키며 계속 도박을 하게 만들거나 사이트를 폐쇄해 출금하지 못하도록 하는 경우가 태반이라는 것이다.
경찰은 올해부터 사이버도박 전담수사팀을 신설해 연중 집중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해외에서 범행 중인 도박 사이트 운영자는 물론, 대포통장 명의자 검거 및 도박 사이트 운영 범죄수익금 추적에도 나선다. 신고자에 대해서는 적절한 포상금도 지급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결코 일확천금의 꿈을 이룰 수 없으며 본인도 처벌받고 가족들까지 불행에 이르게 한다”면서 “사이버도박은 입금하는 순간 소중한 재산을 범죄자들에게 헌납하는 것이며 그와 동시에 이용자 본인도 도박 범죄자가 되고 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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