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의 노란 딱지. 기존의 초록 딱지는 광고 게재가 가능하다는 표시다. 이 초록 딱지가 노란 딱지로 바뀌면 광고 수익이 막힌다. 사진=구글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구글의 정치적 입장 때문이라는 소문이 퍼졌다. 구글코리아 고위 관계자와 더불어민주당의 관계 때문이었다. 구글코리아 전략기획본부장이라고 알려진 이재현 씨는 2017년 더불어민주당 정치발전위원회 기획단 부단장 출신이라고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강북갑지역위원회 제1차 강북교육포럼 때 강의를 맡기도 했다. 이 씨는 우파 유튜버 사이에서 노란 딱지 테러 주범으로 낙인 찍혔다.
취재 결과 구글코리아 안에서 ‘Jay Lee’로 불리는 이재현 씨는 구글코리아 대관팀으로 불리는 GR팀(Government Relations Team) 소속 인사였다. 직위는 부장과 상무 사이쯤 됐다. 대관이란 정부와 정치권·공공기관 등을 상대하는 일을 일컫는다. 정치권과 거리가 가깝긴 하다. 하지만 본연의 업무는 노란 딱지 관련 의사 결정이 아니었다.
구글코리아 사정을 잘 아는 업계 관계자는 “이재현 씨는 대관 업무만 담당한다. 구글 본사가 대관 업무 담당에게 유튜브 관련 정책을 맡길 거라 생각하는 게 이상한 거다. 노란 딱지를 붙이는 건 그 사람의 일이 아니다”라며 “이 씨가 정치권의 외압을 받아 특정 유튜버에게 노란 딱지를 붙인다는 주장은 구글의 조직 문화를 모르고 하는 소리다. 구글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나 FBI가 까라고 해도 안 까는 조직”이라고 말했다.
노란 딱지를 붙이는 이유는 광고주 보호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노란 딱지 정책은 기본적으로 채널을 통제하려고 만들어진 게 아니다. 광고주 보호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했다. 구글은 여러 광고주에게 동영상 기반의 광고 영상을 받아 주요 유튜버 게시물 사이 사이에 배치한다. 논란이 되는 영상에도 여과 없이 광고가 붙게 되면 문제 영상에서 비롯된 부정적인 반향이 기업 이미지로 연결돼 광고주 입장에선 되레 피해를 입게 된다.
실제로 노란 딱지는 광고주의 필요로 만들어졌다. 2017년 2월 영국에서는 나치 옹호 영상에 정부 광고가 붙어 논란이 크게 일었었다. 광고주는 “우리도 이런 영상에 광고를 붙이기 싫다”며 적극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구글은 즉시 노란 딱지 제도를 도입했다. 최근에는 광고주와 구글 사이 계약에 논란 게시물 관련 광고 노출 거부 항목도 포함됐다고 알려졌다.
유튜브 이미지. 사진=임준선 기자
노란 딱지가 붙게 되는 과정은 인공지능과 구글 직원의 판단이 차례로 개입한다. 업계에 따르면 1차적으로는 유튜브 인공지능이 노란 딱지를 붙이고 이의제기가 들어오거나 신고가 몰리면 구글말레이시아와 구글싱가포르에서 직원이 직접 검열한다. 좀 더 세분화하자면 구글싱가포르는 정책을 담당하고 구글말레이시아는 검열을 맡는다.
이런 사실이 업계에서 알려지자 구글 직원의 정치 성향이 문제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구글싱가포르에서 일하는 한국인 정책 담당자의 정치 성향에도 의문이 붙은 까닭이었다. 구글싱가포르에서 최근까지 정책(Safety and Trust)을 담당했던 A 씨는 정치권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구글싱가포르에서 정책을 담당한 A 씨는 서울대를 나와 세계적인 경영전략 컨설팅 회사 맥킨지앤드컴퍼니를 거친 뒤 구글에 합류했다. 그는 자신의 이력을 시작하기 앞서 19대 국회 때 국회에서 일했다.
취재 결과 A 씨는 과거 새누리당 소속 의원실에서 근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우파 유튜버의 의혹과 달리 친여계 인사가 아니었다. 새누리당 의원의 보좌진으로 일했던 그의 정치 성향 때문에 우파 유튜버에만 가혹한 처분이 내려진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게다가 좌파 유튜버에도 똑같이 노란 딱지는 붙고 있다. 일각에서는 아무런 내용도 담기지 않은 영상에도 노란 딱지가 붙었다며 거듭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아무 내용이 담기지 않았는데 광고를 붙이는 게 더 이상한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구글의 내부 제재에 대해 추가적인 정교화 작업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뚜렷한 기준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지적은 계속 나온다. 인공지능과 직원의 판단 기준은 신고 100건으로 알려졌는데 이 신고 숫자는 이른바 ‘칭찬’으로 달성 가능한 숫자이기 때문이다.
최근 여권 열성 지지자 약 500여 명은 텔레그램에 ‘가짜뉴스 칭찬방’이란 걸 만들어 특정 우파 유튜버나 언론인의 게시물을 집단 공격하고 있다. 일단 특정 유튜버나 언론인의 게시물이 올라오면 주소를 올린 뒤 “집중 칭찬하러 가자”는 말이 올라온다. 그러면 지지자 다수가 게시물의 댓글창에 혐오 발언이라고 적거나 가짜 뉴스라는 댓글을 단다. 신고도 줄을 잇는다. 이런 공격 행위를 여권 열성 지지자는 ‘칭찬’이라 부른다. 원래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서 시작된 이 모임은 텔레그램으로 최근 둥지를 옮겼다.
500명이 넘는 이런 집단이 한꺼번에 몰리면 구글의 검열 판단 기준인 신고 100건은 순식간에 넘어선다. 비정상적인 접근이지만 구글 입장에서는 정상적인 신고로 받아들이는 셈이다.
또한 구글의 모호한 계정 삭제 정책도 여전히 의문을 남긴다. 채널 삭제 기준은 보통 경고 3회지만 일부 유튜버 채널은 경고 3회 없이 삭제됐다. 채널 복귀도 마찬가지다. 어떤 유튜버는 채널 삭제 처분을 받은 뒤 다시 계정을 만들자마자 채널이 삭제되는 이른바 영구 정지를 당했다. 그러나 다른 유튜버는 경고 누적 등으로 채널이 삭제된 뒤에도 다시 만든 채널로 여전히 활동 중이다. 이에 대한 뚜렷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게 유튜버들의 주장이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