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표지
[일요신문=완주]신성용 기자=“신랑이 옆집이라 우리집으로 걸어와서 결혼해서 옆집으로 걸어갔지 (중략) 시댁에서 구박을 하도 많이 받아서 저녁마다 울었어 하늘보고 별보고”
“오늘은 학교가는 월요일 아침, 나는 바쁘게 준비하고 가방을 매고 현간문을 열었다. 마당에 핀 철쭉꽃이 나를 보고 예쁘게 빵끝 웃어주었다.”
완주군 성인문해 진달래학교에서 한글을 깨우친 할머니들이 ‘나를 보고 예쁘게 빵끝’이라는 제목의 그림책을 출간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림책은 ‘진달래할매 그림책 작가학교’ 수업에 참여한 34명의 할머니들이 그린 그림과 글로 엮어졌다.
‘현간문’과 ‘빵끝’, ‘카네션’ 등 어감들이 누구에는 어머니를 또 다른 누구에는 할머니의 추억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림책 작가학교 수업을 통해 할머니들은 가난했던 시절 슬프고 가슴 아픈 이야기, 어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 가족에 대한 사랑 등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해내는 능력을 키웠다.
그 덕분에 책에는 어릴 적 차별받았던 설움, 나이가 팔십이 되어도 여전한 부모님의 그리움, 남편에 대한 정, 손자에 대한 사랑 등이 가득하다.
‘진달래할매 그림책 작가학교’는 지난 5월부터 9월까지 교육부 공모사업으로 추진된 성인문해 특성화 수업으로 70여명을 대상으로 글쓰기와 그림그리기를 거쳐 추억이야기을 담은 그림책을 만드는 수업으로 운영됐다.
서진순 완주군 도서관평생학습사업소장은 “한 평생 누군가의 아내, 며느리, 부모로 살아오신 어르신들의 삶속에서 이번 그림책 수업이 특별하게 즐겁고 보람있는 시간이 됐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배움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