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증거가 되는 성관계 동영상들이 있다. 관련 사진도 있을 수 있다. 연예인은 물론 일반인 사건들에서도 관련 증거가 급증하는 추세다. 이런 증거들은 수사 과정에서 경찰과 검찰 그리고 재판에선 법원의 손을 거치게 된다. 그리고 어딘가에 보관돼 있다.
검찰 개혁이 사회적인 이슈가 되면서 새삼 주목받고 있는 영화 ‘더 킹’에 여자 연예인 성관계 동영상 관련 장면이 나온다. 체육교사의 여학생 성추행 사건을 수사 중이던 박태수(조인성 분)는 양동철(배성우 분)로부터 사건 무마 청탁을 받는다. 전략3부 한강식 부장(정우성 분) 라인으로 끌어주겠다는 제안과 함께 양동철은 청순 미인으로 유명한 여자 연예인 차미련(이주연 분)의 성관계 동영상을 보여준다. ‘탈렌트 차미련비디오’라는 제목으로 시작되는 영상물을 보며 박태수는 무너져간다.
사진=영화 ‘더 킹’ 영상 캡처
사실 이 설정은 오랜 루머에서 비롯됐다. 검찰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연예인 성관계 동영상을 여럿 확보하고 있는데 신임 검사가 오면 환영식 차원에서 이를 전부 보여준다는 것. 그걸 보고 싶다면 공부 열심히 해서 검사가 되라는 식의 우스갯소리 섞인 루머지만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실제로 경찰이나 검찰이 그런 동영상을 다수 확보하고 있을 가능성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런 루머의 시작은 2001년 여자 연예인 A 양 매니저 안 아무개 씨가 구속되는 사건에서 비롯됐다고 알려진다. 안 씨는 A 양에게 “성관계 비디오테이프를 공개하겠다”고 협박하며 수익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안 씨는 A 양 외에도 여러 명의 신인 여자 연예인 성관계 동영상을 보관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문제가 된 A 양 동영상은 발견하지 못했다는 경찰은 ‘협박은 있었지만 실제로 A 양 비디오테이프는 없었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미 1999년과 2000년에 연이어 연예인 성관계 동영상이 유포됐던 터라 이 사건에도 큰 관심이 집중됐다. 당시 경찰은 A 양 성관계 동영상은 찾지 못했지만 최소한 여러 신인 연예인의 성관계 동영상은 확보했다. 경찰과 검찰은 이렇게 확보한 동영상 증거들을 보관하고 있다. A 양 사건처럼 언론에 알려지지 않고 조용히 처리된 사건으로 확보된 증거도 있을 테고 다른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확보한 것도 있을 수 있다. A 양이 성관계 동영상으로 협박당한 사건은 최근 세상을 떠난 구하라 사건과 유사하다. 그리고 연예계에선 이와 유사한 협박 사건이 종종 발생하곤 한다. 이런 분위기가 앞서의 루머를 만들어낸 것이다.
수사 기관에서 다루는 것은 연예인 동영상에 국한되지 않는다. 요즘에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몰카와 리벤지포르노 관련 사건도 많다. 성관계 동영상이나 사진 등으로 협박 당하는 일은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많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예민한 증거들이 수사기관과 법원을 거쳐 가게 되는 셈이다.
수사기관이 확보한 동영상 증거.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하다. 사진=일요신문DB
앞서 언급한 루머에 대해 검찰 관계자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입장이다. 분명 수사 과정에서 그런 종류의 증거가 확보되는 경우도 있지만 재판이 끝나면 관련 증거는 모두 증거보관실에서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것.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 관계자들이 수사 등 공무를 위해 해당 증거를 다시 볼 수는 있지만 명확한 근거를 밝혀 허락을 받아야 하며 모든 절차가 기록된다”라며 “유출될 위험이 있어 성관계 동영상 같은 민감한 증거는 검찰 내부 서버에도 올리지 않고 별도로 보관한다. 검사들이 그런 증거를 자료로 개별 관리하며 아무 때나 꺼내 보고 누군가를 보여주는 일은 결코 없고, 있을 수도 없다”고 얘기한다.
그렇지만 증거로 보관되기 전, 그러니까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수사팀이 관련 증거를 보관하다 유출될 수는 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과정에서 그런 동영상이 핵심 증거일 경우 관건은 동영상 속 인물이 정말 그 사람이 맞는지가 중요하다. 관련 증거는 수사팀만 공유해야 하지만 다른 팀 관계자에게도 보여주며 ‘이거 정말 그 사람으로 보여?’라고 묻기도 했었다”라며 “이처럼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수사팀이 증거를 관리하는 과정에서 유출될 위험성은 존재하지만 ‘김학의 별장 동영상’ 사건 이후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의 관리가 더욱 철저해졌다. 행여 외부로 유출될 경우 자칫 검찰에서 유출됐다는 의심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