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발의된 ‘전과 연예인 방송 출연 금지’ 개정안은 이수근과는 무관하다. 사진=박정훈 기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해프닝’이다. 중요한 의미를 갖는 방송법 일부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돼 소관 상임위원회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회부돼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미 지난 7월 24에 대표발의자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국회의원 10인이 이런 취지의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내용은 대략 이렇다. 마약, 성범죄, 음주운전, 도박 등 네 가지 범죄에 연루돼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연예인에 대한 방송 출연 금지다. 이를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처벌 규정도 있다.
의안문을 통해 오 의원은 “현행법은 방송의 공적책임으로 범죄 및 부도덕한 행위나 사행심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최근 방송에 출연하는 연예인이 음주운전, 마약 투약, 성범죄, 도박 등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라며 “방송의 사회적 영향력을 감안하여 범죄자의 방송 출연을 제재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일요신문DB
그런데 지난 11월 27일 갑자기 오 의원의 방송법 일부개정안이 다시 화제가 됐다. 그것도 ‘이수근’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게다가 7월에 발의된 법안을 다룬 기사와 달리 이번 기사의 흐름은 이수근을 비롯한 전과 연예인의 방송 출연이 금지된다는 내용이었다. 안타깝게도 현재 방송에서 활동 중인 연예인 가운데에는 마약, 성범죄, 음주운전, 도박 등으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이들이 많다. 이들이 모두 방송 출연을 금지당할 수도 있다는 내용인 터라 7월보다 이번에 화제성이 더욱 컸다.
‘이수근’ 등 전과 연예인의 방송 출연 금지를 다룬 기사들은 해당 법률이 ‘지난 25일에 발의된’ 것으로 보도됐다. 그렇지만 11월 25일 물론이고 10월 25일에도 그런 법률은 발의되지 않았다. 대신 앞서 언급한 7월 24일에 발의된 법안은 존재한다. 따라서 7월 24일에 발의된 법안이 ‘지난 25일 발의’로 잘못 보도된 것으로 보인다.
7월 24일 발의된 오 의원의 방송법 일부 개정안은 부칙을 통해 ‘범죄자에 대한 방송 출연 금지에 관한 적용례’를 밝혔는데 여기에는 ‘이 법 시행 후 최초로 해당 죄를 범하여 판결이 확정된 사람부터 적용한다’고 돼 있다. 다시 말해 소급적용은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수근을 비롯해 최근 기사에서 언급되고 있는 수많은 전과 연예인은 물론이고 아예 은퇴를 선언한 정준영 최종훈 박유천 등도 적용 대상이 아니다. 또한 이 법은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
결과적으로 언젠가 오 의원의 방송법 일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공포될지라도 그때부터 6개월이 경과한 시점(시행일) 이후에 해당 범죄를 범해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연예인부터 방송 출연이 법적으로 금지되는 것이다. 현재 방송 활동 중인 전과 연예인과는 무관한 법인 만큼 최근 논란은 하나의 해프닝에 불과하다.
당연히 연예계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언론에서 언급된 전과 연예인의 소속사들이 한바탕 소동을 치렀다. “올해 7월에 발의된 법률보다 더 강력한(소급적용이 되는) 법률이 새로 나온 것이냐?” “이번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냐?” 등의 질문을 쏟아내는 연예관계자들이 많았다. 그렇지만 소급적용이 안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허탈하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물론 오 의원의 방송법 일부개정안 자체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는 분명 연예계에서 존재한다. 한 중견 연예기획사 대표는 “연예계는 대중과 호흡하며 돌아가는 터라 그렇게 법으로 강제하지 않아도 대중이 싫어하는 연예인은 방송에서 퇴출되기 마련이며 잘못을 저질렀음에도 대중이 용서하면 다시 방송에 출연하게 된다”면서 “이미 방송국마다 출연 금지 연예인 리스트를 관리하는 등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는 있는데 아예 법으로 방송 금지를 정해 놓겠다는 생각은 다소 무리가 따르는 게 아닌가 싶다”는 의견을 밝혔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