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재직 당시 업체들로부터 뇌물 등을 받고 편의를 봐준 혐의로 서울동부지법에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사진=연합뉴스
유재수 전 부시장의 개인비위가 금융위까지 연결된 고리는 그의 명예퇴직이다. 국가공무원법 제78조의 4항은 퇴직을 희망하는 공무원의 징계사유 확인 등에 관련한 조항이다. 이 조항에 따라 임용권자 또는 임용제청권자는 공무원이 퇴직을 희망하는 경우에는 제78조 1항에 따른 징계사유가 있는지 여부를 감사원과 검찰·경찰, 그 밖의 수사기관에 확인해야 한다.
법 제78조 1항은 △이 법 및 이 법에 따른 명령을 위반한 경우 △직무상의 의무(다른 법령에서 공무원의 신분으로 인해 부과된 의무를 포함한다)를 위반하거나 직무를 태만히 한 때 △직무의 내외를 불문하고 그 체면 또는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를 한 때이다.
제1항에 따른 확인 결과 퇴직 희망자에게 파면·해임·강등 또는 정직에 해당하는 징계사유가 있으면, 소속 장관 등은 지체 없이 징계 의결 등을 요구해야 한다. 이 경우 해당 공무원에게 직위를 부여하지 아니할 수 있다. 하지만 유 전 시장의 경우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 재직 시절 그러지 않았다.
2018년 12월 27일 최종구 당시 금융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감찰 결과 유 전 국장에 대해 품위손상 문제(가 있으니) 인사에 참고할 필요가 있겠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구체적인 내용을 통보 받은 것은 없지만 (그것만으로) 엄중하다고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이어 “유 전 국장이 병가를 낼 만큼 건강이 좋지 않다는 점도 감안해 보직 없는 본부대기로 발령을 냈다”면서도 “따로 자체 조사한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김성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청와대에서 통보 받은 비위사실이 무엇인지 묻자 최종구 위원장은 “고위 공무원으로서 품위유지와 관련이 있다고는 들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통보 받은 것 없다”고 답했다. 또한 최 위원장은 “청와대에서 연락할 때는 충분히 합리적으로 조사가 이뤄졌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유 전 국장 본인도 청와대 감찰조사를 받고 있다고 우리에게 알려줬기 때문에 그만한 사유가 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건강도 감안했다. 본인이 극심한 피로와 건강상 이상을 느껴 병가를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민정수석실의 통보를 받았다면 감사원, 검찰, 경찰 등 외부기관이나, 최소한 내부 감찰 조치라도 있어야 했다. 청와대 조사를 받았다면 최소한 그 결과를 확인하고 그에 따른 조치도 취했어야 했다. 결국 유 전 부시장은 금융위에서는 아무런 조치를 받지 않은 채 퇴임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검찰이 유 전 부시장 수사와 관련해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차관은 유 전 부시장이 금융위 재직 시절 금융위 부위원장을 역임했다.
유 전 부시장의 비위사실 여부는 검찰 수사와 법원의 판단을 거쳐 전모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유죄가 확정된다면 유 전 부시장은 물론 이른바 경제·금융 관료 네트워크가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도 있을 전망이다. 유 전 부시장은 금융관료 가운데서도 상당한 마당발로 소문이 나있다.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 사진=고성준 기자
유 전 부시장을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에 임명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변양호 고문의 재경부 국제금융 라인으로 분류된다. 2013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을 끝으로 공직을 떠난 최 전 위원장은 비교적 외직인 서울보증보험 사장으로 재직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 수출입은행장으로 공직에 복귀했고, 문재인 대통령 당선 후 초대 금융위원장에 전격 기용된다. 당시로써는 파격 인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현재 최 전 위원장은 고향인 강원도 강릉에서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릉 지역구 현역은 3선의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이다.
변양호 고문은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재직 당시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헐값 매각했다는 논란이 제기돼 2005년 공직을 떠나 보고펀드를 세웠다. 2006년 론스타 논란 관련 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이후 보고펀드는 설립과 함께 돌풍을 일으키며 동양생명(2006년), 노비타(2006년), 아이리버(2007년), LG실트론(2007년), 비씨카드(2009년) 등 굵직한 딜을 성사시켰다. 하지만 이후에는 대형 딜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던 중 변 고문은 올해 초 신한금융지주 사외이사에 취임했다.
한편 유 전 부시장은 1964년생으로 강원도 춘천시에서 태어났다. 춘천고,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대학원 재학시절 제35회 행정고시에 합격, 1992년 공직에 임용됐다. 임용 후 첫 근무처는 총무처였지만, 경제관료계(모피아) 대부격인 홍재형 경제부총리 비서관으로 일한 후 재정경제부로 부처를 옮긴다. 이어 2004년 청와대에 파견돼 대통령 제1부속실 행정관이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수행비서 임무였다.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던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와는 같은 강원도(평창) 출신이자 연세대 동기였다.
3년여의 청와대 근무 이후 2006년 재경부 은행제도과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재경부 내 금융관련 부서 가운데 핵심 요직이다. 이후 금융위로 자리를 옮겨 주요 보직을 맡다가,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외직을 돈다. 하지만 2015년 금융위로 복귀했고,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핵심 보직인 금융정책국장이 됐다.
하지만 취임 직후 급작스럽게 퇴직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민주당 수석전문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어 6개월여 만인 지난해 7월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됐다. 유 전 부시장은 내년 총선을 준비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