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모델 케이트 모스가 존 갈리아노의 1995년 봄/여름 컬렉션의 투피스를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때 디올의 수석 디자이너였던 존 갈리아노의 의상은 3년 전보다 두 배가량 더 많이 경매에서 거래되고 있다. 사진=포쿠스
과거에는 이처럼 갑부들 사이에서만 투자처로 인식되던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최근 들어서는 보편적인 투자처로 인식되고 있다고 ‘포쿠스’는 밝혔다. 요컨대 저금리 시대에 접어들면서 디자이너 브랜드의 중고품들이 주식이나 채권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고급 와인, 클래식 자동차, 미술품 등의 뒤를 이어 매력적인 투자처로 떠오른 것은 핸드백, 옷, 신발 등이다. 둘의 차이점은 단지 소유하는 것에 만족하느냐, 아니면 쉽게 사고팔면서 수익을 달성하느냐에 있다. 가령 과거 대부분의 수집가들은 애정에서 우러나와 고급 와인이나 빈티지 자동차, 그림을 사들였다. 이들 미술품 수집가나 클래식 자동차 애호가들은 그저 자신 주변에 물건을 두고 감상하거나 벽에 걸어놓거나 혹은 주말마다 드라이브를 나가는 데 만족했다. 다시 말해 무엇을 소유하고 있으며, 어디에 열정을 갖고 있느냐가 중요했지, 그것을 다시 사고팔면서 돈을 버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반면, 패션용품은 운반하거나 착용도 할 수 있는 데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쉽게 사고팔 수 있다. 투자가치가 있는 제대로 된 물품만 구입했다면 손쉽게 수익을 실현할 수 있어 잠재적으로 볼 때는 주식이나 채권보다 더 안정적인 투자처이기도 하다.
물론 모든 명품 브랜드가 투자 가치를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매력적인 투자 상품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이에 대해 ‘포쿠스’는 “핵심은 불변성, 진실성, 스토리텔링”이라고 보도했다. 어떤 브랜드가 이 세 가지를 갖췄다면, 그 브랜드는 패션 그 이상이다. 예를 들어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미국 브랜드인 ‘랄프 로렌’ 의상을 가리켜 ‘매우 랄프 로렌답다’라는 말을 하지만, 패스트패션 브랜드인 H&M의 옷을 보고는 ‘매우 H&M답다’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이유는 고유의 상징적인 스타일 때문이다. H&M의 스타일은 일관성 없이 수시로 변하지만, ‘랄프 로렌’에는 브랜드 고유의 스타일이 있다.
비슷한 예로 어떤 재킷은 비록 ‘샤넬’ 제품은 아니더라도 ‘샤넬스러울’ 수 있으며, ‘버버리’ 트렌치코트나 ‘미소니’ 패턴 역시 마찬가지다. 이처럼 패션은 상업적일 뿐만 아니라 동시에 예술적일 때 항상 가치가 있으며, 동시에 고유의 스토리도 있어야 한다고 ‘포쿠스’는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서 ‘크리스티 경매’의 핸드백 및 액세서리 판매 책임자인 레이첼 카프스키는 “중고품 가격을 결정하는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것은 브랜드, 소재, 상태, 그리고 희귀성”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패션 중고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이를 전문으로 하는 온라인 중고 거래 사이트도 급증했다. 크리스티, 소더비 등과 같은 경매업체를 통해서 거래되던 중고품을 이제는 누구나 손쉽게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사고팔 수 있게 된 것이다. ‘베스티에 컬렉티브’ ‘스톡X’ ‘빈티드’ ‘르벨’ 등과 같은 중고 사이트의 수익률은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고 있으며, 현재 이곳에서는 에르메스 버킨백부터 샤넬, 펜디, 크리스티앙 디오르, 랄프 로렌, 그리고 나이키 한정판인 ‘에어이지2 레드 옥토버’까지 각종 브랜드의 물품들이 거래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가장 높은 수익률을 자랑하는 것은 단연 명품 브랜드의 핸드백들이다. 카프스키는 “수집가들은 그들의 삶에서 어떤 업적이나 이정표를 축하하고자 할 때 핸드백을 구입한다. 가령 승진이나 아이의 탄생을 기념하기 위해서다”라면서 “그렇게 구입한 가방은 종종 옷장에서 가장 귀중한 물건이 된다”고 말했다. 카프스키는 중고 핸드백 시장에 새로 뛰어드는 잠재적인 투자자들을 위해 이런 조언을 했다.
“프랑스의 클래식한 명품들은 항상 좋은 투자처다.”
가령 1989년에 2595달러(약 306만 원)에 판매됐던 그레이스 켈리의 이름을 딴 에르메스의 ‘도마뱀 가죽 미니 켈리백 20’은 26년 후인 2015년 한 경매에서 4만 5363달러(약 5300만 원)에 낙찰됐다. 그리고 지난 6월, ‘크리스티’에서 판매된 로켓과 비슷한 모양의 ‘루 사이트 샤넬 백’은 당초 예상가였던 8000달러(약 900만 원)를 훌쩍 넘긴 2만 1250달러(약 2500만 원)에 팔렸다.
아무리 그래도 고가의 핸드백에 투자하는 것이 무리라면 다른 방법도 있다. 적은 돈으로 고위험 상품에 투자하고 싶다면 ‘오래된 옷’에 투자하라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앞으로는 빈티지 패션이 곧 중고 핸드백만큼 왕성하게 거래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중고 의류 시장은 핸드백보다는 조금 더 까다롭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왜냐하면 가방을 구입할 때는 개개인의 신체 사이즈에 전혀 신경을 쓸 필요가 없지만 옷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방은 좀 낡아도 여전히 아름다울 수 있지만 옷은 그렇지 않다.
또한 유명인이 입었던 이브닝드레스라고 해서 무조건 투자 가치가 높은 것은 아니다. 행여 특별한 얼룩이 있을 때만 투자처로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도 있다. 가령 레이디 가가가 실수로 샴페인을 흘렸을 경우가 그런 경우다. 이럴 경우 그 드레스는 그 드레스만의 이야기를 갖게 되고, 그만큼 가치도 올라간다.
이와 관련, 런던의 와인 경매 회사인 ‘케리 테일러’의 케리 테일러는 “와인과 마찬가지로 의상은 분명한 출처와 적은 수량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런 옷들은 주로 박물관이나 전시회장에 판매되거나 심지어는 해당 브랜드의 기록실에 되팔리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일부 오뜨 꾸뛰르 패션 제품은 한정판 에디션으로만 제작되었거나 제작되고 있다. 그럴수록 가치가 뛰는 것은 물론이다. 일례로 1988년 봄/여름 ‘입 생 로랑’ 컬렉션의 ‘아이리스’ 재킷은 빈센트 반 고흐를 기리기 위해 그의 작품을 모티브로 수를 놓은 것으로, 당시 단 두 벌밖에 제작되지 않았다. 현재 한 벌은 ‘입 생 로랑’ 박물관 보관실에 보관되어 있으며, 다른 한 벌은 지난 1월 경매에서 17만 5000유로 (약 2억 원)가 넘는 가격에 낙찰됐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존 갈리아노와 알렉산더 맥퀸의 기성품들은 아직은 비교적 싸게 구입할 수 있다. 맥퀸의 상징과도 같은 ‘아르마딜로’ 하이힐은 지난 6월, 7만 유로(약 9000만 원)에 팔렸으며, 1995년에 제작된 갈리아노 양복은 지난해 1만 7000유로(약 2000만 원)에 판매됐다. 테일러는 패션 투자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몇 가지 조언을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패션쇼 런웨이 올라온 제품에만 투자하라. 또한 의상의 경우 사이즈가 작을수록 더 잘 팔린다. 왜냐하면 수집가와 박물관 측은 자신들의 보물을 표준 사이즈의 마네킹에 입혀 전시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핵심은 따로 있다. 바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구입하라”는 것이다. 테일러는 이 모두를 가리켜 ‘열정 투자’라고 말하면서 만일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그 회사의 주식을 사는 방법도 있다고 귀띔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중고 의류 사이트가 뜨는 숨은 이유 ‘베스티에 컬렉티브’ ‘스톡X’ ‘빈티드’ ‘르벨’ 등과 같은 해외 중고 의류 사이트는 옷을 사고파는 기능뿐만 아니라 회원들이 서로에게 디지털 옷장을 보여주거나, 스타일을 제안하거나, 어떤 상황에서는 어떤 옷을 입는 게 어울리는지 조언을 해주는 식의 커뮤니티 역할도 제공하고 있다. 이에 대해 ‘포쿠스’는 옷장 안의 옷들은 앞으로 자동차 공유 시장에서의 자동차와 비슷한 방식으로 공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최대의 온라인 재활용 플랫폼인 ‘스레드업’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고 의류 시장은 미국에서만 향후 5년간 240억 달러(약 28조 원)에서 510억 달러(약 60조 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 중고 의류 시장은 지난 3년 동안 신상품 시장보다 21배 빠르게 성장했으며, 2028년이 되면 패스트 패션의 저가 의류 시장보다 1.5배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11개국 2300만 명 이상의 회원을 거느리고 있는 ‘빈티드’의 CEO(최고경영자) 인 토마스 플란텡가는 “지난 3년 6개월 동안 우리 회사는 폭발적으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여기에서는 중고 바지, 코트, 스커트, 셔츠 등이 사고 팔리고 있으며, 품목당 평균 가격은 15유로(약 2만 원) 정도다. 그런가 하면 ‘스톡X’ 플랫폼과 같은 곳에서는 카니예 웨스트와 같은 스타들과 협력해서 만든 희귀한 스니커즈가 특히 높은 수익을 내고 있다. 이에 대해 ‘베스티에 컬렉티브’의 공동창업자인 패니 모이잔트는 “젊은 세대는 소유권에 대해 완전히 다른 접근법을 가지고 있다”면서 “과거에는 겨울용 코트를 한 벌 구입하면 몇 년 동안 입었다. 하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중고 의류를 사서 몇 주일, 혹은 며칠 입고는 다시 판매한다”고 말했다. 이는 환경에 민감한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이기도 하다.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 세대의 소비자들은 옷을 구입할 때도 환경 및 기후 측면에서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 중고로 산 옷을 입는 것은 밀레니얼 세대들에게는 돈 문제일 뿐만 아니라 일종의 성명서이기도 하다. 사실 이들에게 가격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심지어 패스트패션 업체의 신제품들은 10대와 20대들이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중고 옷보다 종종 저렴할 때도 있다. 요즘 밀레니얼 세대들이 온라인 중고 사이트에서 주로 구매하는 브랜드들은 휠라, 엘레세, 라코스테, 랄프 로렌, 타미 힐피거, 슈프림, 챔피언과 같은 주로 1990년대 브랜드들이다. 여기에는 빈티지에 대한 애정이 숨어있다. 이들에게는 예전에 인기 있었던 브랜드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중요한 것이다. 자신들이 태어나기 전부터 이미 존재했던 브랜드의 스웨터, 청바지 및 재킷의 진정성 같은 것이 그것이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
엘리자베스 테일러 유품들 경매 시장에 쏟아진다 지난 2011년 79세의 나이에 울혈성 심부전으로 사망한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유품들이 대거 경매에 나올 예정이어서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테일러는 일생 동안 디자이너 브랜드의 옷, 액세서리, 가발, 가구 등 수많은 컬렉션을 수집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번 경매에서는 이 가운데 1000여 개의 아이템들이 출품될 예정이다. ‘줄리앙 옥션’이 12월 6일부터 3일간 ‘테일러 하우스’와 제휴해서 판매할 물품들로는 크리스티앙 디오르, 에디스 헤드, 구찌, 오스카 드 라 렌타 등 명품 디자이너들의 영화 의상과 개인 의상, 그리고 테일러의 개인 소장품이었던 독특한 개인용품 몇 가지가 포함되어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할 만한 것으로는 1992년 ‘자니 카슨 쇼’에 출연했을 당시 입었던 베르사체의 가죽 재킷이 있다. 현재 이 재킷은 4000~6000달러(470만~700만 원)에 팔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1974년 영화 ‘엔터테인먼트’ 시사회 때 입었던 ‘에디스 헤드’의 블루 쉬폰 드레스 역시 비슷한 가격에 팔릴 것으로 경매업체 측은 예상하고 있다. 또한 테일러의 개인 소장품 가운데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테일러가 생전에 어머니에게 준 까르띠에 골드 체인벨트다. 이 선물에는 ‘To My ‘Hippy’ Mom All my love Elizabeth(나의 ‘히피’ 어머니에게. 사랑하는 엘리자베스가)’라고 적혀 있으며, 예상 낙찰가는 1000~2000달러(117만~235만 원)다. 가장 고가에 낙찰될 것으로 예상되는 물품은 미국의 댄서 로이 풀레를 모델로 한 ‘아가톤 레오나드’의 황금빛 청동 램프다. 현재 ‘줄리앙 옥션’ 측은 1만 5000~2만 달러(1800만~2300만 원)를 예상하고 있다. 이 밖에도 일반인 팬들이 구입할 수 있는 좀 더 저렴한 물품들도 나올 예정이다. 몇몇 목걸이, 팔찌, 잡지들은 100달러(약 12만 원) 정도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테일러의 개인 소장품들이 경매에 나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1년 테일러가 사망한 후 ‘크리스티’가 일주일간 진행했던 경매에서 팔린 유품들의 가격은 총 1억 5600만 달러(약 1800억 원) 정도였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