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정부종합청사 해양수산부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삼성물산 하도급사 관계자들
▲ 삼성물산 하청업체 겨울철 해수부 앞 천막농성 이유는?
[일요신문=목포] 강효근 기자=지난 26일 세종시 종합청사 해양수산부(이하 해수부) 정문 옆에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이 모이더니 억울함을 호소하는 현수막과 해수부 벽에 걸리고, 보도블록 위에는 천막이 세워졌다.
아침이면 영하 가까운 추운 날씨로 떨어지는 겨울철에 접어든 시기에 이들은 왜 천막농성에 들어갔을까? 따뜻한 여름철도 아니고 서늘한 가을도 아닌 추운 겨울에 천막농성까지 한다는 것은 뭔가 억울한 사정이 있으리라 여겨지는 대목이다.
이른 아침부터 천막을 세우고 피켓을 들고 있는 이들은 전남 신안군 가거도항 방파제 공사를 삼성물산으로부터 하청을 받아 시공했던 목포 소재 세기건설 관계자들로 정정재 사장을 비롯한 그 현장에서 일했던 근로자들이다.
생계까지 팽개치고 편안한 집을 떠나 고생을 사서 하는 격인 추운 겨울 이들이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는 사연이 궁금했다. 이런 사연을 듣고 지난 28일 필자는 세종종합청사를 향해 차를 달려 오후 2시경 시위 현장에 도착했다.
해수부 건물은 고속도로를 통해 진입한 도로에서는 보이지 않아 찾는 것에도 애를 먹었다. 자동차로 인근을 몇 번을 돌다가 시위 현장을 찾는 것에 실패하고 다른 부처 정문에서 근무하는 사람에게 물어물어 해수부 앞 시위 현장을 발견하고, 차를 세우고 시위 현장으로 향했다.
시위 현장에 도착한 기자의 시선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문구가 있었다.
“해수부와 삼성물산 검은커넥션으로 대규모 국고손실에 하청업체 쪽박도산“.
”부실설계 손실책임 하도급사 책임전가¡ 삼성물산 갑질행위 즉각 중지하라¡“.
”특정업체 일감 몰아주는 적폐세력 해피아를 측각 해체하라¡“, ”가거도가 떡밥이냐¡ 삼성물산 해수부를 즉각 감찰하라¡
지난 2012년 태풍 볼라벤이 불고 있는 신안 가거도항
▲ 가거도항 공사는 어떤 것?
이들이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가거도항 공사는 지난 2012년 12월 해양수산부 산하 목포지방해양수산청은 ‘가거도항 태풍피해 복구공사’란 명칭으로 조달청을 통해 발주했고, 삼성물산이 지난 2013년 1월 25일 1800억 원대 공사를 66.064%인 1189억 원대를 제시 ‘가거도항 태풍피해 복구공사’를 수주했지만, 시공과정에서 연약지반 170M가 발견돼 목포해수청이 추가 공사비 450억 원의 증액을 기획재정부에 신청하는 등 부실설계 논란을 일으켰다.
국토 최서남단에 위치한 가거도항은 목포에서 직선거리로 150km가 떨어진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리로 해마다 큰 파도에 방파제가 견디지 못해 방파제 파손과 재시공이 반복되면서 지난 35년간 방파제 공사에 천문학적 세금이 투입된 곳이다.
가거도항이 지난 35년 동안 파손과 재시공의 반복을 끊지 못하는 주된 이유는 가거도항에 걸맞은 설계를 내놓지 못했던 국가기관의 설계 부실이 주요 원인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12년 태풍 볼라벤이 가거도항을 덮치면서 또다시 방파제 130M 이상이 부서지면서 피해 상황 점검을 위해 현지 시찰 온 김황식 전 총리가 ‘항구적 어항시설’를 만들라는 지시로 해양수산부가 긴급으로 설계를 진행 공사가 발주됐고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나 본지 취재 4년이 지난 올해 9월 태풍 링링에 의해 가거도항은 또다시 파손되는 등 문제점이 지속해서 도출되고 있다.
가거도항에 설치된 케이슨을 선박으로 운반하고 있다
▲ 부실설계 지적하는 가거도항 1만 톤급 케이슨 공법의 타당성과 문제점
가거도항 방파제 발주처인 목포지방해수청 어항건설과는 조직 개편 전 농림수산식품부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당시인 지난 2012년 8월 방파제 설계용역을 통해 현재 시공 중인 이중오픈슬릿 케이슨 식(중량 1만 톤급)을 채택했다.
어항건설과가 채택한 이 공법은 가거도항에 처음으로 시공되는 것으로 목포해수청은 이 공법이 울산과 제주도 군산 새만금 등에 채택된 공법으로 100년 빈도의 큰 태풍인 최대 12M의 파도에도 견딜 수 있다고 타당성을 설명했다.
하지만 가거도항은 기존 케이슨 공법이 시공된 곳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기상조건이 악조건으로 공사 기간 내에 10년 빈도 태풍 즉 6~7M의 파도가 한 번도 오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설계된 것으로 완벽한 준공 여부는 목포해수청 관계자도 담보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더구나 어항건설과가 공법선정을 위한 용역 전 태풍피해 긴급 보고를 통해 현재 시공되는 케이슨 공법을 염두에 두고 공사비를 책정해 보고했고, 이 과정에서 기존 파손된 방파제 잔해를 바닷속에서 빼내는 부분을 계산하지 않아 그대로 진행 시 공사비 증가와 공사 지연이 예상되는 첫 번째 실수를 범했다.
따라서 긴급 보고 시 1만 톤급 케이슨 4개만 투입할 예정이던 것이 정식 용역에서는 기존 방파제에서 100M를 바다로 나가서 총 19개의 케이슨을 투입하는 것으로 공사 범위와 금액이 커지는 것으로 결정됐다.
그러나 여기서 또다시 기한 내 용역발주가 되지 않으면 해양수산부에 책정된 100억 원의 사업비를 국가에 반환해야 한다는 이유로 1만 톤이란 엄청난 무게를 지탱할 수 있는 단면안정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지반조사를 시행하지 않고 실제 공사를 발주하는 두 번째 실수를 범했다.
결국, 공법 선정 후 경쟁 입찰을 통해 삼성물산이 지난 2013년 1월 25일 1800억 원대 공사를 66.064%인 1189억 원대를 제시 ‘가거도항 태풍피해 복구공사’를 수주했고, 시공과정에서 연약지반 170M가 발견돼 목포해수청이 추가 공사비 450억 원의 증액을 기획재정부에 신청하는 등 부실설계 논란을 일으켰다.
삼성물산 하도급사가 도산 주된 이유로 주장하는 해상작업 가능 일수를 보여주는 용역보고서(상 중간보고, 하 최종보고서)
▲ 천막농성 세기건설이 주장하는 가거도항 년 중 작업 가능일 수 16.6일/월 산정의 문제점과 공사 지연
목포해수청 어항공사과는 지난 2012년 4월 12일 가거도항 태풍피해복구공사 실시설계용역 중간보고회를 통해 가거도항의 공사 실적치 등을 고려 해상 작업 가능일 수는 해상의 경우 항 내 16.3/월, 항 외 9.5/월로 발표했다. 가거도항 방파제 공사는 항 외에 해당된다.
그러나 4개월 뒤인 2012년 8월 9일 최종보고회에서는 항 내 항 외 구분 없이 해상 16.6일/월 결과를 발표했고, 이 결과를 그대로 적용 공사비를 책정 공사를 발주 현재 시공사인 삼성물산과 법적 분쟁을 일으키는 원인을 제공했다.
목포해수청은 용역 최종 보고서에 표기된 작업일 수 16.6/월 기준으로 해서 삼성물산이 2차분 공사 준공을 지난 2013년 6월 30일까지 하기로 계약했으나 5개여 월이 뒤진 지난 2014년 12월 11일 준공을 하는 등 공사를 지연했다며 지체상환금 1억 8600만원을 청구했었다.
그러나 시공사인 삼성물산은 작업 착수 후 2년 동안 실제 가거도항에서 작업 해본 결과 월평균 10일(해수청 설계 16.6일/월의 60%)의 작업만 가능하다고 밝혀 어항건설과 중간 용역보고서 결과와 비슷한 데이터를 내놓으면서 목포해수청의 지체상환금 청구가 부당하다며 이에 반발 법원에 민사재판을 청구 소송 전으로 번졌다.
또한, 삼성물산은 해상 가능 작업일 수 편차뿐 아니라 파손된 방파제 잔해를 바닷속에서 건져내 폐기물을 처리하는 절차 등 행정적 처리에도 6개월이 걸리는 등 설계에 반영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고 반발했었다.
이에 대해 당시 목포해수청 관계자는 “가거도항 작업 가능일 수 산정은 월별 평균 해면 기압과 천기일 수 폭풍과 뇌전 안개 강설, 강수, 저온 등 여러 가지 데이터를 적용 확정된 것이다”고 해명을 했지만, 항 내와 항 외 구분 없이 해상으로만 표기된 이유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답을 내 놓지 못했다.
삼성물산이 책임져야 하는 피해를 하도급사인 자신들이 떠안았다고 주장하는 세기건설 정정재 사장이 해수부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 발주처-시공사, 작업 가능일 수 편차 법적 분쟁 실제 속내는?
공사 초기부터 발주처와 시공사가 마지막 방법이라는 법적인 분쟁을 공사 말기도 아닌 시작단계부터 벌이는 주된 이유는 단순 지체상환금 1억 8600만원만이 아닌 더 큰 금액이 관계된 것으로 목포해수청이나 삼성물산 서로 양보할 수 없는 처지였던 것으로 분석됐었고 이러한 피해는 현재 하도급을 맡았던 세기건설이 떠안았다는 것이 세기건설 주장이다.
가거도는 목포에서 150KM가 떨어진 먼바다에 위치한 곳으로 공사에 필요한 모든 장비를 한번 실어가면 공사가 끝날 때까지 사실상 빠져나올 수 없고 인원 또한 수시로 오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러므로 작업 가능일 수는 실제 공사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삼성물산 측은 공사일 수 부족으로 현재 책정된 공사비보다 수백억 원 이상의 공사비가 더 투입될 것을 우려했었고, 그 피해를 세기건설이 볼 수 있다고 당시 가거도항 건설 경험자들은 지적이었다.
해수청 또한 수백억 원의 공사비가 추가로 들어갈 경우 공사를 추진했던 관계 공무원의 문책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며 이 때문에 발주처와 시공사가 서로 양보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된 것이다.
목포해수청 어항건설과 관계자는 시공사인 삼성물산의 주장대로 공사 가능일 수가 객관적 데이터로 밝혀진다면 줄어든 만큼 공기 연장은 물론 공사비 보전을 해 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데이터는 삼성 측의 주장이 아닌 객관적 데이터라”고 거듭 강조했다.
▲ 목포해수청 관계자들의 주장인 삼성물산의 저가 공사 수주 여부와 신공법 경사식 공법의 신뢰성
5년 전뿐만 아니라 최근에도 목포해수청 관계자들은 시공사인 삼성물산이 저가로 공사를 수주했고,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 기존에 설계로 결정된 케이슨 공법이 아닌 경사식 공법을 주장하고 있는 등 삼성물산이 제시한 공법의 신뢰성에 문제를 지속해서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본지가 지난 2013년 1월 25일 발표된 ‘가거도항 태풍피해 복구공사’ 입찰 심사결과를 토대로 기초공사금액 1801억 363만 9000원 입찰에 참여한 국내 굴지의 건설사들의 입찰 순위 중 상위 5개 건설사를 분석했다.
이 심사결과에 따르면 1순위 삼성물산(주) 1189억 8417만 385원(66.084%), 2순위 (주)한진중공업 1200억 7154만 3592원(66.668%), 3순위 현대건설(주) 1222억 7299만 5000원(67.890%), 4순위 삼부토건(주) 1233억 2800만원(68.476%), 5순위 한신공영(주) 1239억 730만원(68.798%)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상위 5개 순위 건설사들이 목포해수청이 제시한 데이터를 가지고 1~2% 이내 편차의 비슷한 금액을 제시하는 등 입찰 금액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어 단순 입찰률만 보고는 삼성물산이 저가로 수주했다고는 판단될 수 없다.
또한, 시공사인 삼성물산이 전남대학교에 의뢰해 비교한 완경사 S-profile형+케이슨식 공법과 목포해수청이 관동대학교 수리모형 실험 결과를 토대로 이번 공사에서 결정한 이중슬릿오픈 케이슨식 공법을 비교했다.
전남대학교 결과에 따르면 삼성물산이 제시한 경사식 공법은 신기술로 고중량 소파블록식 S-profile형 단면계획 및 기 제작케이슨을 활용한 것으로 연약지반에 대한 단면안정 확보로 별도 추가 지반개량 공사가 불필요하다.
또한, 신기술 고중량 소파블록으로 100년 빈도의 태풍에 견딜 수 있는 단면안정 확보로 기존 구조물 제거 최소화로 시공성 및 유지관리가 쉬워 공사비를 절약할 수 있다.
이에 반해 해수청이 결정한 이중오픈슬롯 케이슨 식(1만 톤급)은 혼성제 단면계획 및 매립사석을 사용하고, 연약지반에 대한 단면안정 미확보로 지방개량공사비 434~953억 원 증가, 공사기간 14~30개월 추가 소요되는 등 100년 빈도의 태풍에 견딜 수 있는 단면안정 확보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됐다.
이와 더불어 기존 구조물 다량제거로 시공성 불리로 공기 지연이 우려되고 태풍피해 시 복구가 곤란 특히 케이슨 파손 시 복구 기간이 필요 등 유지관리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히고 있어 목포해수청이 선정한 공법이 최선의 선택으로는 보이지 않는 대목이다.
한편, 건설관계자들은 국가가 공법 선정 시 공정하고 최선의 공법을 선정하기 위해서는 ‘설계심의 자문위원회’를 구성 심사를 하는 방법도 한 방법이다고 제시했고, 삼성물산도 당시 설계 변경의 타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설계심의 자문위원회’를 열 것을 주장했으나 해수부는 결국 설계심의 자문위원회를 열지 않았다.
한편, 본지는 이와 관련 현 목포해수청 가거도 T/F 박준하 팀장과 인터뷰를 통해 해수부의 입장을 확인하려 했으나 “나는 당시 담당자가 아니어서 자세한 상황은 모른다. 문제가 제기된 작업일수 등이 나와 있는 중간보고서는 가지고 있지 않고, 최종보고서가 원칙이다 삼성이 제기한 공사일정 관련 재판에서 매년 차수별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고 지난 10월 31일 본소송에서 51억 중 1억 8000만 원만 인정받았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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