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은 2019시즌 4승을 올리며 올해의 선수, 상금랭킹 1위, 최저타수 1위 등 각종 상을 휩쓸었다. 사진=갤럭시아 SM 제공
#역대 최다 15승, 개인상 휩쓸어
LPGA 투어 생활을 하고 있는 한국인 선수 중 고참 격인 지은희는 지난 1월 20일 막을 내린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 우승을 하며 역대 최다 우승 시즌의 신호탄을 쐈다. 이후 2월 24일 양희영(혼다 타일랜드), 3월 3일 박성현(HSBC 챔피언십)이 뒤를 이었다. 한국인 골퍼들의 승전보는 매달 빠지지 않고 이어졌다.
한국인 골퍼들의 15승에 해외 국적을 가진 이민지(호주)와 대니엘 강(미국)의 우승은 빠진 수치다. 지은희, 양희영, 박성현을 포함해 고진영, 김세영, 이정은, 허미정, 장하나가 잇달아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그중 박성현, 고진영, 김세영, 허미정은 2회 이상 ‘멀티 우승’을 경험했다.
한국인 골퍼들은 시즌이 마무리되는 시점에도 함께 웃었다. 우승의 산물인 상금 랭킹 최상단에 고진영, 김세영, 이정은의 이름이 나란히 올랐다. 박성현과 김효주도 각각 7위와 10위에 랭크됐다. 특히 고진영은 상금왕 이외에도 개인상을 휩쓸었다. 메이저대회 2회를 포함해 4회 우승을 달성한 그는 올해의 선수, 평균 타수 1위(베어 트로피)까지 차지했다. 세계랭킹 1위 등극은 덤이었다.
올 시즌 본격적으로 미국 무대 도전에 나선 이정은은 신인상을 수상했다. 김세영, 전인지, 박성현, 고진영에 이어 5년 연속 한국인 신인상이었다. 시즌 초부터 나서는 대회마다 줄곧 상위권을 유지하던 그는 6월 개인 첫 우승 소식을 전했다. 다름 아닌 LPGA 투어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US 여자 오픈이었기에 관심이 더했다.
#전성기 구가하는 고진영
8명에 달하는 한국인 선수가 우승을 차지하는 시즌 중에서도 가장 빛난 별은 고진영이었다. 이번 시즌 32개의 투어 대회 중 4승을 거두며 날아올랐다. 그중 2승은 메이저대회(아나 인스퍼레이션, 에비앙 챔피언십)였다.
시즌이 종료되는 시점, 올해의 선수와 상금왕 등 많은 상이 있지만 골퍼들이 특히 탐내는 상은 ‘베어 트로피’로 불리는 최저 타수 상이다. 한 시즌 동안 기복 없이 가장 꾸준히 골프 실력을 뽐낸 이에게 돌아가는 상이기에 욕심이 날 수밖에 없다. 고진영은 평균 타수 69.062타를 기록하며 69.408타를 기록한 김효주를 2위로 따돌렸다.
그는 이번 시즌 22개 대회에 나서 2라운드를 마치고 기권을 선언했던 타이완 스윙을 제외하면 모두 30위 이내의 성적을 냈다. 참가한 전 대회에서 최소 1만 달러 이상의 상금을 벌어들인 것이다. 단일 대회 최고 상금은 우승을 차지한 메이저대회 에비앙 챔피언십으로 61만 5000달러(7억 2619만 원)였다.
고진영의 질주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고 자리에 올랐지만 고작 미국 진출 2년차의 어린 선수다. 그는 시즌 4승을 달성한 직후 일요신문 인터뷰에서 “매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이 목표”라며 “올해 성적에 정말 감사하지만 지금까지 그랬듯이 앞으로도 달라지는 것 없이 열심히 할 것”이라고 했다(관련기사 2년차 메이저퀸 고진영 “이미 목표 달성했냐고요? ㅋㅋ 제 목표는요…”).
김세영은 시즌 최종전 우승으로 세계랭킹 6위로 뛰어올라 올림픽 진출권 경쟁에 불을 지폈다. 사진=LPGA 페이스북
#한국인 동반 활약에 올림픽 출전권 관심
2016 리우올림픽은 여자 골프가 116년 만에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대회였다. 당시 박인비의 금메달 획득은 많은 골퍼들에게 자극제가 됐다. 다수의 태극낭자들은 기회가 될 때마다 “올림픽에 도전하고 싶다”는 말을 거듭 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인 골퍼들의 동반 맹활약으로 약 8개월 앞으로 다가온 2020 도쿄올림픽에 나설 국가대표의 주인공은 누가 될지 오리무중이다. 60명이 나서는 올림픽 무대에는 한 국가에 최대 4명까지 출전할 수 있다. 세계랭킹 15위 이내에 4명 이상이 올라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붙는다.
올림픽 출전권의 기준인 15위 이내에는 6명의 한국 선수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김세영이 시즌 마지막 대회에서 우승하며 6위로 뛰어올라 10위 이내에만 4명의 한국인 골퍼가 이름을 올렸다. 현재 고진영(1위)-박성현(2위)-김세영(6위)-이정은(9위)-박인비(13위)-김효주(14위) 순이다. 하지만 포인트 면에서 멀찍이 앞서나간 고진영(10.19)을 제외하면 언제든 순위는 바뀔 수 있다. 이들 외에도 류소연(18위), 양희영(20위), 허미정(21위) 등이 기회를 노리고 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