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이 MLB 진출을 위한 포스팅 공시 요청을 마쳤다. 그는 어떤 유니폼을 입게 될까. 사진=SK 와이번스
지금까지 나타난 김광현의 빅리그 도전은 ‘맑음’이다. 김광현이 좌완 에이스라는 사실은 그의 몸값을 올리는 주요 요소로 작용되는 듯하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LA 다저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캔자스시티 로열스, 시카고 컵스, 뉴욕 메츠 등이 김광현한테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요신문에서는 메이저리그 해설위원, 김광현 에이전트, 그리고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과 인터뷰를 통해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입성 전망을 살펴본다.
우선 송재우 메이저리그 해설위원은 언론을 통해 드러난 5개 팀의 장단점과 관련해 이렇게 설명했다.
“먼저 LA 다저스는 거론되고 있는 5개 팀 중 가장 낮은 점수를 받는 팀이다. 다저스의 선발 경쟁도 만만치 않고, 투수 운영 체계가 독특한 형태로 이뤄지고 있어 적응이 필요한 선수한테는 불안한 환경일 수밖에 없다. 류현진이 있을 때의 다저스는 클레이튼 커쇼-워커 뷸러-류현진을 제외하고는 4, 5선발을 짧게 돌려썼고 나중에는 불펜 자원으로 활용했다. 메이저리그 커리어가 없는 김광현한테 다저스의 이러한 시스템은 오히려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송재우 위원은 LA 다저스가 내년에도 포스트시즌과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강팀이라는 점, 모든 선수들이 팬들과 미디어의 주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으로 다가오겠지만 투수진 운영 체계는 제일 나쁜 평가를 받는다고 지적했다. 송 위원은 또 류현진이 7시즌을 뛰었던 LA 다저스라는 사실도 김광현한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류현진이 부상으로 공백이 있었지만 건강한 몸 상태에서는 최고의 성적을 올렸고,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류현진과 같은 좌완이고, 한 살 차이인데다 비슷한 시기에 KBO리그에서 활약한 부분 때문에 만약 김광현이 다저스에 입단한다면 계속 비교 대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잘하면 상관없겠지만 조금이라도 부진한 모습을 보인다면 류현진의 그늘이 김광현한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토레이 로불로 감독이 이끄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도 김광현에게 적잖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재우 위원은 “LA 다저스보다 애리조나가 김광현한테 유리한 팀이 될 것”이라고 호의적인 평가를 내렸다.
“로불로 감독은 ‘믿음의 야구’를 지향하는 지도자다. 그런 환경은 새로운 리그에 적응하는 선수한테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특히 애리조나는 잭 그레인키가 휴스턴으로 트레이드된 상황에서 좌완 에이스인 로비 레이의 트레이드설이 꾸준히 나돌고 있다. 4, 5선발을 찾고 있는 팀 상황을 고려한다면 애리조나 카드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로불로 감독은 선수가 적응할 때까지 충분히 기회를 주는 스타일이다. 물론 생활환경이 LA랑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캔자스시티, 미네소타보다 훨씬 살기 좋은 곳이라 김광현의 애리조나행은 고려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김광현 영입에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시카고 컵스와 궁합은 어떨까. 송 위원은 LA 다저스에 이어 시카고 컵스의 환경이 김광현한테 유리하게 작용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컵스는 조 매든 감독(LA 에인절스 새 사령탑)의 후임으로 데이비드 로스라는 포수 출신의 초보 감독을 선임했다. 감독의 능력이 미지수인 상태에서 성적 부담은 다저스 못지않다. 컵스 팬들이 워낙 열성적이라 성적의 높낮이에 따라 선수의 부담은 배가 될 것이다. 단, 전성기는 지났지만 에이스를 맡고 있는 존 레스터가 같은 좌완이고, 경험 많고 리더십이 뛰어난 선수라는 사실이 김광현에게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다. 콜 해멀스가 FA(자유계약)로 나가는 바람에 컵스는 존 레스터-다르빗슈 유-카일 헨드릭스-호세 퀸타나 이후 한 자리가 비어 있는 상태다. 컵스가 김광현을 영입한다면 5선발을 채우는 셈인데 상황에 따라서는 ‘스윙맨’으로 활약했던 마이크 몽고메리 자리를 대신할 수도 있다고 본다. 즉 처음에는 선발로 활용하다 불펜으로 돌리는 계획을 세울 것 같다.”
송재우 해설위원은 캔자스시티에 대해서는 “안정적인 경기 환경을 제공할 수 있지만 생활 환경에 대해서는 의문이다”라고 평가했다. 사진=이영미 기자
송 위원은 김광현한테 가장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팀으로 캔자스시티 로열스를 꼽았다.
“현재 캔자스시티의 선발 투수들 중에 에이스가 보이지 않는다. 좌완의 대니 더피가 있지만 올 시즌 7승 6패에 부상 등으로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캔자스시티가 김광현을 데려간다면 선발로만 활용할 것이다. 최근 구단이 매각되면서 새로운 구단주가 나타났는데 내년 시즌을 위해 돈을 푼다고 해도 현재 FA 시장에서 3억 달러(약 3540억 원) 정도의 몸값이 예상되는 게릿 콜을 영입할 수는 없을 것이다. 캔자스시티로서는 저렴한 몸값의 김광현이 꼭 필요한 카드인 것이다. 문제는 그곳의 생활환경이다. 한국 교민들이 거의 없는 낯선 땅에서 가족들을 비롯해 김광현이 제대로 적응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최근 뉴욕 메츠는 현지 지역 언론을 통해 김광현을 향한 구애 작전을 펼치고 있다. 미국 뉴욕 매체 ‘엘리트스포츠뉴욕(ESNY)’은 지난 27일 뉴욕 메츠가 김광현에게 관심이 있다는 보도와 함께 그의 KBO리그 히스토리를 집중 보도했다.
송재우 위원은 뉴욕 메츠가 김광현을 필요로 한다면 5선발보다 불펜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한 제이콥 디그롬과 노아 신더가드, 마커스 스트로먼, 스티븐 마츠가 있는 상황에서 5선발에 공백이 있지만 지난 시즌 불펜으로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세스 루고와 로버트 그셀먼이 5선발을 놓고 다투는 상황에서 김광현에게 선발 기회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캔자스시티 로열스 외에 나머지 팀들은 김광현을 선발 투수로만 생각지 않을 것이다. 불펜 활용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김광현이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할 따름이다. SK에서 선발로 뛰는 동안 총 21차례 불펜으로 뛴 이력이 있는 김광현으로서는 매일 대기 상태인 불펜 투수 활약이 성공으로 이어질까 싶다. 분명 체력적인 부담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족들과 함께 생활하기에는 LA나 뉴욕 등 대도시가 가장 좋겠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팀 상황이고 몸값이다. 분명한 것은 위에 거론된 5개 팀들이 모두 김광현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2014년 시즌 마치고 포스팅에 나왔을 때와 비교해서는 한층 선수한테 유리한 상황이 형성됐다. 선수와 에이전트가 좋은 판단을 하길 바랄 뿐이다.”
한편 김광현의 에이전트인 김현수 대표는 현재 미국에서 현지 에이전트 선임 작업을 진행 중이다. 김 대표는 지난 28일 밤 일요신문과 전화 통화에서 “미국 에이전트와 변호사 선임을 마무리 지은 다음 일시 귀국했다가 MLB 윈터미팅이 열리는 시점(12월 9일)에 맞춰 다시 미국으로 건너 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김광현의 포스팅 공시에 앞서 의료 기록 첨부가 필요해 최근 김광현이 병원을 방문, MRI를 찍는 등 세밀하게 몸 상태를 체크했는데 어깨, 팔, 허리 등 모든 부분에서 이상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 대표는 김광현에 대한 현지의 뜨거운 관심에 살짝 고무되긴 했지만 30일 동안 객관적이고 냉정한 시각을 유지하면서 선수와 함께 최종 선택을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포스팅 시스템에 나선 구단들의 성적, 클럽하우스 문화, 데이터 활용도, 투수 코치의 야구 철학, 감독의 마운드 운영 등을 자세히 분석해서 선수에게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물론 몸값도 중요하지만 팀이 얼마나 김광현이란 선수를 간절히 원하는지도 중요하다고 본다. 최대한 선수의 선택을 존중해주고 싶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