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11월 29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이날 오후 국회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나 원내대표는 이 같이 밝히며 “애당초 더불어민주당은 민식이법을 통과시킬 의지도 없으면서 민생을 인질로 본회의를 열지 않아 국회를 모독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민주당은) 불법으로 부의를 강행한 (패스트트랙) 법안을 불법으로 상정, 날치기를 하려 한다”며 “무시무시한 헌정파괴 행위를 도저히 그냥 볼 수 없어 소수야당에 보장된 무제한 토론권이라도 달라고 호소했는데 이를 국회 봉쇄라는 말도 안 되는 수단으로 짓밟아 버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민식이법을 정치 칼날로 쓸 의도밖에 없었고, 이번에 실체가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라며 “처음부터 민식이법을 이렇게 써먹으려고 작정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고 거짓과 왜곡, 선동을 일삼으며 양심의 가책은 전혀 느끼지 않는 정치세력”이라고 비난했다. 본회의에 상정된 법안 199개 모두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배경에 대해선 “저항권 때문에 부득이하게 전 법안을 필리버스터 신청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나 원내대표는 또 “우리는 본회의를 열어달라고 했고 애당초 민식이법은 필리버스터 대상이 아니어서 그날 본회의를 열었으면 민식이법은 통과가 됐다”며 “그런데 본회의를 열지 않아놓고 우리가 민식이법을 막았다고 하는데 새빨간 거짓말과 선동에 휘둘려선 안된다”고 덧붙였다.
스쿨존에서 과속차량 사고로 숨진 민식 어린이의 부모가 11월 29일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필리버스터 관련 기자회견을 직접 지켜본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민식이법’은 이날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었다. 사진=박은숙 기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사법개혁법안과 선거제 개편안에 대해서도 재차 반대 입장을 굳혔다. 나 원내대표는 “공수처법이 처리되면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사건과 황운하 논란 등을 수사할 수 있겠나”라며 “공수처 안에서 뭉갤 게 뻔하고 사면초가에 몰린 조국 전 법무부장관처럼 면죄부를 만들어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거제 개편안에 대해선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장기집권, 독재 선거법에 지나지 않은 엉터리 선거제”라며 비판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민생법안을 처리하기 위한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자고 제안한 것과 관련해 “민식이법을 처리한다는 것은 못 받을 이유가 없다”면서도 “유치원 3법은 받아들일 수 없다. 한국당 안이 따로 있다”며 선을 그었다.
나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여당과의 협상 여부에 대해 “협상의 문은 늘 열어놨지만 원칙있는 협상이 돼야 한다”며 “민주당은 패스트트랙 칼을 들고 협상이라고 빙자하면서 협박만 하고 있어 제대로 협상이 안 되고 있다. 패스트트랙으로 올라간 법안의 원천 무효를 선언하고 검찰개혁안과 형사소송제도 개혁을 얘기한다면 (협상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이인영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11월 29일 국회 로텐더홀 앞 계단에서 ‘민생파괴! 국회파괴! 자유한국당 규탄대회’를 열고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한국당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반면 이날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도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당의 필리버스터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 원내대표는 “우리 정치의 근본을 바탕에서부터 뒤흔들어 버렸다”면서 “국회를 완전히 마비시켜 20대 국회가 끝날 때까지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들려는, 필리버스터의 미명 아래 난폭하게 진행한 정치적 폭거”라고 규탄했다.
이어 “한국당은 민식이법을 먼저 처리하자고 했다고 주장하는데 명백한 거짓말이다. 이런 주장을 반복하면 알리바이 조작 정당으로 규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199개 안건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먼저 신청해놓고 여론의 비판에 몰리니 궁여지책으로 내민 게 ‘민식이법은 우선 처리하겠다, 그러나 나머지 몇 개 법안의 필리버스터는 보장하라’는 것 아니었느냐”고 지적했다.
이 원내대표는 “지금이라도 한국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포함한 선거제, 공수처 신설과 검경 수사권 조정을 핵심으로 하는 검찰개혁법에 대해 마음을 열고 그 방향에 동의해 협상에 나오면 우리가 협상을 마다할 이유는 전혀 없다”면서도 “그러나 국회를 완전히 마비시키고 봉쇄해 선거제·검찰개혁안 처리를 막으려는 의도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더이상 협상하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 지극히 회의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