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시즌 유료 투표 조작 논란이 불거진 프로듀스 시리즈. 사진=엠넷 제공
지난 3일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영림)는 프로듀스 시리즈를 담당했던 안준영 PD와 김용범 CP(총괄프로듀서)를 업무방해와 사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이와 더불어 보조PD 이 아무개 씨는 안 PD 등과 같은 혐의로, 기획사 임직원 5명은 배임수증재 및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안 PD 등이 프로듀스 시리즈 시즌 1~4 생방송 경연에서 시청자들의 유료 문자투표 결과를 조작해 특정 후보자에게 이익을 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앞선 경찰 조사에서는 안 PD가 지난해 연예기획사들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수천만 원 상당의 유흥업소 접대를 받았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른바 ‘데뷔조’를 뽑기 위한 ‘뇌물성 접대’가 실재했다는 것이다.
초기 경찰 조사에서 안 PD 등은 시즌 3인 ‘프로듀스48’과 시즌 4인 ‘프로듀스X101’에 대해서만 순위 조작 혐의를 인정했고, 이후에 이어진 추가 조사에서 시즌1, 2에서도 일부 조작이 있었다고 시인했다. 검찰 수사를 통해서도 프로듀스 전 시즌에서 유료 문자 투표 결과를 조작한 사실이 확인됐다.
조작 논란으로 활동을 전면 중단한 보이그룹 엑스원. 사진=고성준 기자
이 같은 소식이 보도되자 엠넷 측에서도 사건 발생 후 최초로 ‘보상’을 공식 언급했다. 3일 엠넷은 “현재 수사에 성실한 자세로 협조하고 있으며 결과에 따라 엄중한 내부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관계자들과 협의를 통해 빠른 시일 보상안과 쇄신대책 및 아이즈원과 엑스원의 향후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조작 논란의 직격탄을 맞은 아이즈원과 엑스원은 무기한 활동 중단 수순에 들어간 상태다.
이런 가운데 검찰 수사를 통해 조작 사실이 밝혀진 프로듀스 시즌1, 2와 관련해서도 계속해서 잡음이 새어 나오고 있다. 다만 시즌1, 2에서 결성된 걸그룹 아이오아이와 워너원은 활동 계약 기간이 끝나 해체한 상태. 따라서 아이즈원이나 엑스원처럼 향후 활동에 제약을 걸 수도 없고, 과거 그룹 활동을 놓고 잘잘못을 따지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해당 시즌에서 미심쩍은 이유로 등수가 떨어져 최종 데뷔조에 들지 못했던 연습생의 팬덤 사이에서는 “시즌1, 2와 관련해서도 철저한 조사를 진행하고 결과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아이오아이는 이달 재결합을 통해 다시 한 번 무대에 설 예정이었으나 무산됐다. 워너원의 경우는 재결합 소식은 없었으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당시 압도적인 득표수를 자랑하며 센터의 자리에 올랐던 강다니엘이 극심한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호소하며 솔로 활동 전면 중단 의사를 밝혀 왔다. 외부적인 이유로는 악플로 인한 스트레스와 건강 악화로 알려졌으나 이번 프로듀스 사태와 맞물리면서 그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아이즈원 역시 활동 중단 수순을 밟았다. 사진=박정훈 기자
결국 남은 문제는 법정에서 가려지겠지만 여전히 뿔난 팬덤은 그것과 별개로 엠넷의 모회사인 CJ ENM과 투표 조작에 관여한 소속사들에게도 책임을 묻고 있다. 앞서 프로듀스 시리즈의 투표 조작과 관련해 이른바 ‘국민 프로듀서’로 불린 팬들 일부가 ‘진상규명위원회’를 조직하고 엠넷의 모회사인 CJ ENM과 각 소속사 관계자들을 사기(공동정범),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공동정범), 배임수증재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이들은 엠넷과 CJ ENM 측에 온라인 투표를 포함한 각 시즌 회차별 순위와 누적 득표수에 대한 원 데이터를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를 바탕으로 실제 투표에 따른 정확한 데뷔 멤버를 가린 뒤에야 조작으로 데뷔한 멤버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진상규명위원회 측은 “정당한 투표 결과가 공개되면 이미 데뷔한 그룹들에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시각이 있으나 각 프로그램 출연자들은 정당한 투표 결과가 공개되는 것에 이미 동의한 상태에서 경연에 참여한 것”이라며 “만약 그룹들이 데뷔함으로 인해 발생한 이해관계가 존재하고 진정한 순위 공개로 인해 피해가 야기된다면 이는 응당 CJ ENM이 책임져야 하는 것이지 자료의 비공개 사유가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