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6일 신한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첫 회의를 열어 차기 신한금융 회장 선임을 논의했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신한금융 본사. 사진=연합뉴스
일부에서는 회추위의 행보를 놓고 조용병 회장의 연임을 위한 포석이라고 분석한다. 조 회장은 현재 채용비리와 관련한 재판을 받고 있으며 2020년 1월 1심 판결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판결보다 앞서 조 회장을 후보로 선정해 선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회추위는 독립적인 곳이기에 신한금융의 내부 의견을 전달할 수 없어 회사 차원의 입장은 없다”며 “회추위의 입장은 외압을 차단하고자 최종 후보를 선출한 후에 그간의 과정을 투명하고 상세하게 공개하겠다는 것이고 그 밖의 이야기는 추측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조 회장이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더라도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대법원 확정판결 전까지는 회장직을 맡는 데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그렇지만 연임 후 유죄를 선고받으면 신한금융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뢰가 중요한 은행이라는 특수성에서도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이를 우려했는지 최근 금융당국은 신한금융 회추위 행보에 제동을 걸고 있다. 금융감독원 인사들이 조만간 신한금융 사외이사를 만나 우려를 전달할 것이라는 소문도 들리지만 금감원 내부에서도 일부 임원들만 내용을 공유하는 것으로 보인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외국계 금융회사 CEO(최고경영자) 간담회’ 후 “적절한 시기에 금감원의 입장을 알릴 것”이라며 “아직 시점을 정한 건 없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지난 2월에도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던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당시 KEB하나은행장)에 대해 우려를 표한 바 있다. 당시 금감원 측 인사들은 하나은행 사외이사들을 만나 “차기 행장 선출 후 CEO 리스크로 인해 경영이나 신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결국 행장 3연임을 노리던 함 부회장은 연임을 포기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마음만 먹으면 금융사를 괴롭힐 수 있기에 금감원의 입장은 CEO 선임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이를 의식했는지 신한금융이 올해 초부터 금감원 인사들을 만나 사전 작업을 시도했다는 말도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금감원이 신한금융에 회장 선임 관련 의견을 전달하면 관치금융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금감원이 지난 2월 하나은행 사외이사들을 만났을 때도 적지 않은 비판이 있었다. 당시 금감원은 “사외이사 면담은 민간은행의 인사에 개입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며 하나은행장 선임에 대한 권한과 책임은 전적으로 이사회에 있음을 면담 과정에서 명확히 밝혔다”며 “지배구조 리스크 등에 대한 우려 제기는 관치 문제가 아니라 감독당국의 기본 소임”이라고 해명했다.
지난 11월 29일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도 대한상공회의소 초청 강연 후 “민간 금융기관의 CEO 선임은 법과 절차에 따라서 주주와 이사회가 선임하는 것”이라면서도 “(회장 선임을) 투명한 절차에 따라 진행하는지 보는 게 금융당국의 의무”라고 전했다.
일부에서는 회추위의 행보를 놓고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의 연임을 위한 포석이라고 분석한다. 2018년 11월 조 회장이 채용비리 관련 재판에 출석하는 모습. 사진=고성준 기자
신한금융 회추위가 회장 선임 과정을 비공개한다는 이유로 금감원이 입장을 내는 게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있다. 전직 신한금융 고위 관계자는 “회추위가 선임 과정을 처음부터 공개해야 한다는 원칙은 없는 걸로 안다”며 “사실 계열사 CEO나 전직 임원 등 회장 후보군은 정해져 있는데 이걸 중간에 하나하나 다 알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함영주 부회장에 비해 조용병 회장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도 금감원으로서는 조심스러워 할 부분으로 보인다. 지난 2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하나은행지부(하나은행 노조·위원장 이진용·김정한)는 “개인의 경영능력 우수성을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 근거가 없다”고 함 부회장의 행장 연임을 반대했다. 그러나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신한은행지부(신한은행 노조·위원장 김진홍) 관계자는 조 회장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이라고 전했다.
앞의 금융권 관계자는 “같이 채용비리 재판을 받고 있는데 금감원이 하나은행에만 의견을 전달하고 신한금융에는 전달하지 않으면 형평성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은성수 위원장이 법과 절차에 따라 CEO를 선임하는 것이라고 밝힌 만큼 금감원의 행보는 일종의 보여주기 식일 수 있다”고 추측했다.
한편 조 회장이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되지만 진옥동 신한은행장,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위성호 전 신한은행장도 차기 신한금융 회장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