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내 ‘대립’이라는 단어를 써가며, 민정수석실이 흔들린다는 분석까지 하지만 검찰에서는 “너무 과장된 분석”이라고 설명한다. 그것보다는 공무원, 그것도 검찰 공무원으로 오래 근무하면서 생긴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습관’이 만든 차이일 수 있다는 게 검찰 내 평이다. 하지만 적지 않은 문제점도 있다. 진술이 언론에 나오는 일련의 과정 모두 ‘피의사실 공표’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 청와대 등도 이를 지적하고 있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법무부를 통한 대검찰청의 언론 플레이 문제 제기 가능성도 있다.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하는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사진=연합뉴스
검찰 수사에 ‘변곡점’이 된 것은 박형철 비서관의 진술 덕분이라는 후문이 검찰 안팎에 흘러나온다. 유재수 전 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의 ‘보고 및 지시’ 라인 한가운데 위치한 박형철 비서관. 그는 위로는 조국 전 민정수석, 밑으로는 이인걸 전 감찰반장을 통해 감찰반 수사관들의 정보를 취합하는 역할이었다. 그리고 여기서, 조국 전 장관과 상반되는 진술을 내놓은 것.
조국 전 민정수석은 유재수 전 부시장의 감찰 과정에서 ‘부당한 중단 지시를 받았다’고 밝힌 김태우 전 감찰반 소속 수사관 주장에 대해 “박형철 비서관·백원우 전 비서관 등 3인 회의를 통해 결정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박형철 비서관은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에 대해 “조국 전 장관이 백원우 전 비서관의 의견을 듣고 난 뒤 감찰 중단을 지시했다”고 진술했다고 알려졌다. 조국 전 장관과 완전히 다른 사실 관계를 얘기한 것. 검찰 입장에서는 백원우 전 비서관까지의 수사가 불가피해진 셈이다.
검찰이 또 다른 갈래로 수사 중인 김기현 전 울산시장 하명수사 의혹에서는 백 전 비서관과 박 비서관의 설명이 또 다르다. 백 전 비서관은 첩보 전달 과정에 대해 “우편으로 온 일반 첩보를 단순 전달했다. 많은 첩보를 전달했고 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박 비서관은 “백 전 비서관을 통해 첩보를 별도로 받았다”며 다르게 진술했다. 첩보 양식 또한 경찰 문서에 가깝다는 점에서, 경찰을 통한 첩보 파악 및 수사 지시 의혹이 제기되며 수사는 확대되고 있다.
박 비서관 밑에서 특감반을 이끌었던 검사 출신 이인걸 전 특감반장 역시 조국 전 민정수석·백원우 전 비서관과 다른 맥락의 진술을 내놓았다. 이 전 반장은 천경득 총무비서관실 행정관이 유 전 부시장 감찰 무마에 관여한 정황에 대해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백 전 비서관 산하 별동대에 대해서는 심지어 “별도로 움직인 특감반이 맞다”고 얘기했다. 이는 백 전 비서관과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백 전 비서관 산하 별동대를 “친인척 관리팀”이라고 한 것과 완전히 다른 해석이다. ‘정치적인 판단’이 있었음을 시사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소속 검찰 수사관 A 씨의 빈소를 찾아 유가족을 위로하고 있는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사진=연합뉴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청와대는 반발한다. 당장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 하명 수사 의혹에 대해 “박형철 비서관이 검찰에서 한 진술이 중계방송되는 듯한 현 상황은 분명하게 비정상적”이라며 검찰을 비난했다. 그는 “어떤 부적절한 의도가 있지 않기를 우리는 바라고 있다”며 검찰이 고의적으로 피의사실을 공표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럼에도 검찰은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청와대 월권 의혹 관련, 특감반원 일부로부터 ‘관련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용은 모두 조국 전 민정수석, 백원우 전 비서관, 천경득 비서관 등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이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재수 전 부시장 감찰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정섭)는 지난 9~10월경 유 전 부시장 감찰에 관여했던 이인걸 전 감찰반장과 특감반원들을 각각 조사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PC와 휴대전화를 통해 당시 자료들도 확보했다.
당시 유 전 부시장이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으로 재직하면서, 금융 관련 업체들로부터 금품을 받고 있다는 의혹으로 특감반으로부터 감찰을 받아야 했는데, 이때 유 전 부시장으로부터 제출받은 휴대전화도 포렌식했다. 유 전 부시장의 휴대전화에서는 금융위 직무와 관련이 있어 보이는 문자 메시지와 텔레그램 비밀 메시지 등이 나왔는데 여기에는 천경득 행정관과 윤건영 국정기획상황실장,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과 함께 있던 텔레그램 대화방도 있었다고 한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이제 수사는 제대로 본격화됐고, 이번에는 청와대 내 검찰 출신 수사관, 검사들이 ‘사실을 정리해준 덕’에 그림을 확실하게 그리고 가는 모양새가 됐다”며 “중간에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까지는 검찰이 유리해 보인다”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