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지방선거 당시 서울특별시장 군소정당 후보 토론회를 마친 후보들. 인지연 대한애국당(현 우리공화당), 최태현 친박연대, 김진숙 민중당, 신지예 녹색당, 우인철 우리미래 후보. 사진=일요신문DB
우리공화당, 민중당 등 원내 소수정당의 목표는 세 확장이다. 한 원내 소수정당 의원실 관계자는 “과거 정의당도 1석에서 시작해 의석수를 점차 늘려갔다. 우리라고 못 할 이유는 없다”고 포부를 밝혔다. 무소속 의원들도 신당 창당 대열에 가세했다. 12월 1일 이언주 무소속 의원은 ‘미래를 향한 전진 4.0(가칭)’ 창당준비위원회를 출범했다. 친박 핵심이었던 이정현 무소속 의원도 신당 창당을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원외 군소정당은 ‘여의도 입성’이 최우선 과제다. 선관위에 등록된 군소정당 중 과거 유력 정당 당명을 그대로 인용한 곳이 눈길을 끌었다. 친박연대, 한나라당, 새누리당, 통합민주당 등이다. 한국국민당, 민중민주당 등 오래 전에 존재했던 정당명을 계승한 당도 있다.
이 중 친박연대는 과거 이력이 화려하다. 친박연대는 2012년 보수 정당이었던 희망한나라당으로 시작했다. 희망한나라당은 18대 대선 당시 진보 진영 문재인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희망한나라당은 이후 2013년 6월 28일 새정치국민의당으로 간판을 바꿨다. 새정치국민의당은 2015년 개혁국민신당으로 다시 이름을 바꾼 뒤 2017년 제19대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다. 대선이 끝난 뒤 개혁국민신당은 당명을 지금의 친박연대로 바꿨다. 동시에 정당 노선도 백팔십도 바뀌었다. 현재 친박연대는 ‘박정희 정신의 계승’,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을 주장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진=연합뉴스
이용휘 친박연대 대표최고위원은 12월 4일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당명을 도용했다’는 지적을 많이 들어왔다.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거대 양당도 기존에 썼던 당명을 또 쓰고 그러지 않나. 친박연대를 그렇게(당명을 도용한다고) 인식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 부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나는 그간 친박계로 정치 활동을 쭉 해왔다. 그래서 이번에 친박연대로 당명을 바꾼 것”이라고 말했다.
종교와 정치를 접목시킨 이른바 ‘종교 정당’도 적지 않다. 그린불교연합당, 기독당, 기독자유당, 대한당 등이다. 국민희망당도 개신교형 극우 성향을 표방하는 당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정당들의 실질적인 정치활동 여부는 불투명하다. 그린불교연합당의 경우 중앙선관위 자료에 기재된 전화번호가 유효하지 않았다. 현재 이 번호를 쓰고 있는 한 사업체는 “그린불교연합당 관련 전화 문의가 종종 온다”면서 “현재 전화번호는 개인 사업체가 쓰고 있다”고 했다. 기독당과 기독자유당 역시 당 사무실 전화 연결이 쉽지 않았다.
녹색당, 노동당, 인권정당은 특정 이슈와 관련해 정치적 목소리를 낸다. 녹색당은 환경 및 성 소수자 이슈 정책을 주로 다룬다. 신지예 녹색당 대표는 2018년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해 8만 2874표(득표율 1.7%)로 득표 순위 4위를 기록해 주목을 받았다. 노동당은 재벌 증세, 노동시간 단축, 정규직 고용 등 노동 정책을 내세우는 정당이다. 인권정당은 2016년 강제동원일제피해일본군위안부인권정당으로 출범한 뒤 이듬해 당명을 바꿨다. 인권정당은 한일과거사 평화적 청산과 더불어 한일평화를 지향하는 스탠스를 취한다.
국가혁명배당금당을 창당한 허경영 전 경제공화당 총재. 사진=연합뉴스
18대 대선에서 파격 공약으로 화제를 모았던 허경영 전 경제공화당 총재는 2019년 9월 11일 국가혁명배당금당을 창당해 대표로 취임했다. 허경영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혼담설을 주장한 것과 관련해 명예훼손 혐의로 송사에 휘말렸고, 2008년 징역 1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실형으로 10년간 피선거권을 박탈당한 허 대표는 2019년 11년 만에 정치권 컴백을 선언했다.
허 대표가 이끄는 국가혁명배당금당은 11월 27일 ‘33가지 혁명정책안’을 발표하면서 내년 총선 출사표를 던졌다. 허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 1인당 월 150만 원의 배당금을 줄 것”이라면서 “국회 150석을 확보하고, 당비를 납부하는 진성 당원 150만 명을 확보할 것”이란 각오를 밝혔다. 허 대표는 21대 총선에서 국가혁명배당금당 비례대표 1번으로 출마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한 원외 군소정당 대표는 “전체적인 분위기를 보면, 어떤 원외 정당이든 내년 총선에 원내에 진입하는 일이 뜻대로 잘 안될 걸로 본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 정당 대표는 “후보는 낼 수 있는 대로 다 낼 것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통과된다면 원외 군소정당의 원내 진입장벽이 조금은 낮아질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곧 정당의 모습을 갖추게 될 창당준비위원회의 수(12월 4일 기준)도 13개에 달한다. 유성엽 의원 등 다수 현직 국회의원이 포함된 대안신당을 비롯해 핵나라당, 부정부패척결당, 한민족사명당, 소상공인당 등 13개 창당준비위원회는 창당 작업을 마친 뒤 내년 총선에 출사표를 던질 전망이다. 중앙선관위 창당준비위원회 목록에 이언주 신당으로 불리는 ‘전진 4.0’과 이정현 의원이 창당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 신당은 포함되지 않은 상태다.
창당준비위원회가 꾸려지더라도 신당으로 가는 길은 험난하다. 창당준비위원회는 5개 시·도당을 창당하지 못할 경우 중앙당을 창당할 수 없다. 각 시·도당을 창당하려면 해당 시·도에서 1000명 이상 당원을 모집해야 한다. 산술적으로 최소 5000명 이상의 당원을 모집해야 중앙당을 창당할 수 있는 셈이다.
2019년 2월 당원 수가 모자라 창당에 실패한 핵나라당 창당준비위원회는 10월 다시 한번 발족해 ‘재수’를 노리는 정당 중 하나다. 정희원 핵나라당 창당준비위원장은 일요신문에 “최근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당원들을 모으는 작업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그래도 힘을 내 당원을 열심히 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 어느 때보다 군소정당이 우후죽순 쏟아지는 상황에 대해 정치평론가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연구원은 “군소정당이 많아지는 것은 여러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정당이 생긴다는 점에선 긍정적이지만, 부정적인 요소도 많다”며 “연동형 비례대표제 이슈와 함께 군소정당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는데, 어떻게 보면 ‘난립’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다. 군소정당이 난립하게 되면 포퓰리즘이 난무할 우려가 있다. 원내에 여러 정당이 입성해 있을 땐 의사결정 과정이 복잡해질뿐더러 비용도 많이 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