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그룹 허씨 오너일가의 경영권 세대교체가 본격화되고 있다. 서울 역삼동의 GS타워 전경. 사진=이종현 기자
#과도기 허태수 체제
허창수 회장은 GS그룹의 초대 회장이다. 2004년 LG그룹과 분리되면서 GS그룹 회장직이 만들어졌다. 허창수 회장은 동생인 허태수 신임 회장에게 자리를 넘겨줬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분석이다.
LG그룹의 경우 구본무 전 회장 별세 후 오랜 기간 회사 경영을 함께 해온 구본준 부회장을 거치지 않고 구광모 회장으로 경영권이 넘어갔다. 구광모 회장의 (주)LG 지분율은 15%다. 생부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지분(3.45%), 양모인 김영식 씨의 지분(4.2%)까지 합하면 22.65%에 달한다. 단독으로 경영권을 행사할 만한 수준이다. 반면 구본준 전 부회장은 LG 지분율이 7.72%로 단독으로는 2대주주다. 아들(구형모 LG전자 과장)도 있다. 자칫 회장직을 맡았다면 숙질 간, 또는 사촌 간 경영권 분쟁이 벌어졌을 가능성이 있었다.
반면 허태수 회장은 (주)GS 지분율이 1.98%에 불과하다. 아들도 없다. 허창수 회장과 자녀의 지분율 역시 5.63%에 그친다. 이제 갓 40세가 된 아들 허윤홍 GS건설 부사장에게 바로 그룹 경영권을 맡기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허윤홍 GS건설 부사장은 이번 2020년도 임원인사에서 GS건설 사장으로 승진했다.
#4세 선두는 허세홍? 허윤홍?
GS그룹 지배구조를 보면 고 허만정 창업주의 3남인 고 허준구 LG건설 명예회장 계열이 12%대 지분을 갖고 있다. 장남인 고 허정구 삼양통상 명예회장 계열이 11%로 이에 버금간다.
허정구 명예회장의 장남은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이다. 허남각 회장은 아들인 허준홍 GS칼텍스 부사장과 함께 피혁가공 업체 삼양통상 지분 42.5%를 갖고 있다. 장자 상속이 적용되면 순서는 허준홍 부사장이 가장 앞선 위치에 있다. 하지만 허 부사장은 최근 GS칼텍스에 사의를 표했다. 이에 재계에서는 허 부사장이 퇴진 후 삼양통상 경영에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허남각 회장의 바로 아래 동생인 허동수 연세대학교 이사장은 별도 회사를 소유하고 있지 않다. 대신 GS칼텍스의 회장을 맡아 경영을 총괄했다. 허 이사장의 아들이 허세홍 GS칼텍스 대표이사 사장이다. 1969년 생으로 ‘홍’자 항렬 가운데 나이가 가장 많다. 1992년부터 해외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고, GS칼텍스에 몸담은 지도 12년이다. 2017년 GS글로벌 대표이사를 맡고 1년 만에 GS칼텍스 대표이사 사장으로 올라섰다.
동생 허태수 부회장에게 회장직을 물려준 GS그룹의 초대회장 허창수 회장. 사진=사진공동취재단
허창수 회장의 아들인 허윤홍 사장도 2002년 GS칼텍스를 시작으로 2005년부터 GS건설에 몸담고 있다. 2012년 34세에 임원이 된 후 7년 만에 사장이 됐지만, 이번에도 맡은 임무는 신사업 발굴이다. 경영 실무는 임병용 부회장이 맡는다. GS그룹 회장직에 오르려면 허창수 회장은 물론 삼촌인 허명수 전 부회장, 허태수 신임 회장의 지원이 절실하다. 허창수 회장이 이를 고려해 친동생인 허태수 회장을 발탁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허창수 회장이 마지막으로 단행한 이번 임원 인사로 GS건설의 차기 경영권은 아들 허윤홍 사장으로 사실상 확정됐다. GS건설 내에서는 허윤홍 사장에 맞설 만한 인물이 없다.
허창수 회장 바로 아래 동생인 허정수 회장은 건축설비업체인 GS네오텍으로 일찌감치 독립했다. 셋째 동생은 허진수 GS칼텍스 회장이다. 허진수 회장 역시 이렇다 할 계열사를 소유하고 있지 않다. 허치홍 GS리테일 부장, 허진홍 GS건설 차장 등 두 아들이 있지만 이들 부자의 GS건설 지분은 4.4% 남짓이다.
넷째인 허명수 GS건설 부회장은 한때 허창수 회장을 도와 회사 경영을 총괄했다. 하지만 해외사업에서 낭패를 보면서 동생인 허태수 부회장에 등기임원 자리를 내줬고, 이번 인사를 통해 고문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반면 1983년생인 큰아들 허주홍 팀장이 이번 임원인사에서 GS칼텍스 상무보로 승진했다.
#4세들 지분승계 자금마련 숙제
허윤홍 사장의 부담이 가장 크다. 허창수 회장이 가진 지분가치는 GS건설(9.27%), GS(4.75%) 등 시가로만 약 5000억 원에 달한다. 지분을 다 물려 받으려면 2500억~3000억 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허창수 회장의 지난해 배당수입은 GS 850억 원, GS건설 75억 원 남짓이다. 두 회사에서 받은 급여 80억여 원을 합치면 연간 1000억 원가량의 수입이다. 허 회장은 수백억 원의 퇴직금을 받을 수도 있다. 허창수 회장이 현금자산을 허윤홍 사장에 물려준다면 지분승계 비용 상당부분은 충당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금자산을 물려받는 데에도 세 부담은 따른다.
GS와 GS건설 두 곳의 지분을 모두 물려 받아야 하는 허윤홍 사장에 비해, 허세홍 대표는 GS 지분 승계에만 집중할 수 있다. 허세홍 대표의 GS 지분은 1.54%로 허윤홍 사장(0.53%)보다 많다. 다만 허창수 회장의 지분율이 4.75%로 허동수 회장(1.75%)을 앞선다. GS 지분 2% 시가는 900억~1000억 원이다.
두 사람 모두 임금과 배당, 현금 상속 등을 통해 지분 상속 재원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