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지방선거 당시 경찰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에 비리가 있다며 수사를 했다. 결국 김 전 시장은 낙방했고, 송철호 현 시장이 당선됐다. 이것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유권자가 제대로 된 선택을 할 수 있으려면 선거 전이라 해도 비리 인사에 대해 수사하는 게 맞다.
문제는 그 후 김 전 시장이 무혐의로 풀려났다는 점이다. 판결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최소한 선거 전에 이 잡듯이 뒤질 만한 커다란 비리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여기에 관한 지시를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서민 단국대 교수
이 와중에 당시 민정수석실에 근무했던 수사관이 자살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한다. 검찰에 소환되기 직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인데, 여기에 대해 청와대와 여권은 ‘검찰의 강압수사 때문에 죽었다’고 하고, 그 반대 측에서는 청와대 측에서 괴롭혀 죽었다고 주장한다.
이를 입증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휴대전화를 뒤지는 것, 검찰이 고인의 전화기를 가져간 것은 이해가 간다. 그런데 MBC 뉴스데스크는 경찰의 말을 인용해 ‘증거절도’라는 제목을 뽑는다. 압수수색 형태로 휴대전화를 가져간 것도 부적절하며, 이례적이라고 말한다. 검찰이 법원에서 영장을 받아 압수수색을 했으며, 검찰 또한 대표적인 수사기관이라는 점에서 ‘증거절도’라는 말을 제목으로 뽑는 것은 충격적이다.
MBC가 이런 식의 방송을 한 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의 표창장 위조가 문제가 됐을 때 MBC는 시종일관 조 전 장관 편을 들었는데, PD수첩이 만든 ‘조국과 표창장’은 한국 언론사에 남을 부끄러운 왜곡방송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한 덕분에 MBC는 문 대통령의 극성 지지자를 뜻하는 ‘문빠’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문빠의 본산이라 할 인터넷 커뮤니티 ‘클리앙’을 보면 “MBC 뉴스 보실 시간입니다”라는 글이 매일 올라오고, 시청률이 얼마이며 더 올려야 한다는 글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어느 날에는 ‘드디어 6% 진입했다’며 기뻐하는 글도 있다.
그렇다고 MBC가 늘 이런 스탠스를 유지한 것은 아니었다. 최순실 비리의혹이 터지던 2016년, 지금의 ‘문빠’들은 MBC를 어용언론으로 취급했으니 말이다. 그럴 만했다. JTBC를 비롯한 모든 언론이 최순실을 저격하던 10월, 당시 MBC의 머리기사 제목은 다음과 같았다. 10월 13일, ‘필리핀서 한국인 3명 의문의 피살.’ 10월 14일 ‘관광버스 화재로 10명 사망.’ 10월 15일 ‘한미훈련, 북 불바다 응징.’ 10월 16일 ‘북 무수단 수초 만에 폭발 실패.’ 10월 19일 ‘국정원장, 송민순 회고록 쪽지 존재 확인 중.’ 이랬으니 전국언론노조가 MBC 건물에 ‘청와대 방송 즉각 중단하라!’는 피켓을 붙였고, 박근혜 하야 집회를 취재하던 MBC 기자들이 시민들에게 욕설을 듣고 쫓겨날 수밖에 없었다.
당시엔 클리앙도 MBC를 ‘언론도 아닌 것’ ‘엠빙신’ 등으로 폄하하기 바빴다. 하지만 모두가 MBC를 미워한 것은 아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팬클럽인 박사모는 MBC를 ‘애국언론’이라 부르며 환대했다. 새누리당 추천으로 MBC 이사가 된 어느 분은 “MBC는 시국에 지나치게 휩쓸리거나 왜곡된 내용이 없어 공영방송의 역할에 충실하다”고 했다.
이랬던 MBC가 지금은 문 대통령 편을 들면서 문빠들에게 환호받는 현실은 정말이지 씁쓸하다. 여기서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하나, 전 정권이나 현 정권이나 방송을 장악하려 드는 건 마찬가지다. 둘, 문빠는 박사모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서민 단국대 교수
※본 칼럼은 일요신문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