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그룹 워너원의 최종 멤버 선발에서 1명의 순위가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특별취재단
5일 검찰이 국회에 제출한 ‘프로듀스 시리즈’ 제작진에 대한 공소장에 따르면 시리즈 제작을 총괄한 김용범 CP는 ‘프로듀스 101 시즌 2’에서 온라인 및 생방송 문자투표 결과로 나온 연습생 A 군의 득표수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시리즈 제작을 담당했던 안준영 PD는 시즌 1과 2의 1차 탈락자 결정 당시 순위를 조작하고 투표 결과를 임의로 바꾼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투표 결과 A 군은 최종 데뷔 조인 상위 11명에 포함됐으나 조작으로 인해 밀려났고, 11위 밖에 있던 또 다른 연습생이 데뷔 조에 포함됐다. 이 시즌 2를 통해 결성된 그룹이 프로젝트 그룹임에도 불구하고 ‘공룡급’ 인기와 영향력을 거머쥐었던 보이그룹 워너원이다. 당시 최종 데뷔 조는 투표 등 순서대로 강다니엘, 박지훈, 이대휘, 김재환, 옹성우, 박우진, 라이관린, 윤지성, 황민현, 배진영, 하성운으로 이뤄졌다.
더 큰 문제는 이후의 시즌에서 불거졌다. 제작진은 워너원의 성공으로 ‘재미’를 보자 시즌 3 ‘프로듀스 48’과 시즌 4 ‘프로듀스X101’에서 더욱 대담하게 순위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프로듀스 48’ 제작보고회 현장. 사진=박정훈 기자
한·일 합작 아이돌 그룹으로 양국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걸그룹 ‘아이즈원’이 결성된 프로듀스 48에서 이들은 이미 데뷔할 연습생 12명을 미리 정해두고 방송을 진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들은 시즌3 최종 데뷔 조의 사전 온라인 투표 중간 결과가 원하는대로 나오지 않자 미리 뽑아뒀던 12명의 순위를 임의로 정한 뒤 투표를 조작했다. 순위에 따른 연습생별 득표 비율도 미리 정해둔 뒤, 합산된 투표 결과에 각각의 비율을 곱하는 방법으로 득표수를 조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듀스 48에서 이 방법이 먹히자 이후 시즌 4인 프로듀스X101에서도 같은 방법을 사용했다. 이들은 1차 투표와 4차 투표에서 각각 탈락권이었던 연습생을 합격권이던 연습생과 바꿔치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데뷔시킬 연습생 11명을 정해놓은 뒤 시즌 3과 같은 방법으로 득표수를 조작했다.
이들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연예기획사로부터 접대를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안 PD는 지난해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서울 강남의 유흥주점 등에서 연예기획사 관계자 5명으로부터 총 4683만 원 상당의 술접대를 받아 배임수재와 업무방해 등 혐의가 적용됐다. 또, 이미 내부적으로 순위를 정해놓고도 시청자들을 속여 1회당 100원 유료문자 투표를 하게 해 시즌 3에는 3600여만 원, 시즌 4에는 8800여만 원 등 총 1억 2400여만 원을 챙긴 사기 혐의도 추가됐다.
한편 이들은 지난 3일 구속 기소돼 오는 20일 오전 첫 공판준비기일을 앞두고 있다. 이 사건 외에도 프로듀스 시리즈 투표에 참여했던 팬들이 진상규명위원회를 조직하고 제작진과 엠넷의 모회사 CJ ENM 측을 상대로 고소·고발을 진행하고 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