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튜브는 공식 페이지 내 서비스 이용약관을 업데이트 했다. 사진=연합뉴스
12월 10일부터 유튜브 내에서 구독자 수를 늘리기 위한 이른바 ‘구독자 이벤트’가 금지된다. 최근 변경된 유튜브 이용약관 정책에 따르면 ‘동영상 조회수, 좋아요 또는 싫어요 수를 늘리거나, 채널 구독자 수를 늘리기 위해 사람들에게 비용을 지불하거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서비스에 대한 실제 사용자 참여도의 부정확한 측정을 야기 또는 조장하거나, 달리 어떠한 방법으로든 측정항목을 조작하면 안 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이를 위반할 경우 채널이 정지될 수 있다.
이 같은 결정은 사기 및 조작 이벤트 논란에 시달려온 유튜브가 내놓은 특단의 조치로 보인다. 유튜브는 그동안 일부 유튜버들의 과도한 구독자 이벤트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유튜버 간 구독 경쟁이 심화되면서 이들이 내건 상품의 가격도 점차 올라갔다. 이 중 일부가 고가의 상품을 감당하지 못하고 허위 상품을 내걸거나 상품을 보내지도 않고 보냈다고 하는 등 구설수에 휘말렸다.
최근 논란이 된 이벤트는 한 부동산 채널의 ‘아파트 이벤트’다. 이 채널의 운영자인 유튜버 A 씨는 “좋아요 2만을 달성할 경우 추첨을 통해 구독자 3명에게 강남의 3억짜리 아파트를 주겠다”는 내용의 공약을 내걸었다. 소문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은 해당 영상에 좋아요를 누르고 이벤트 참여 의사를 밝히는 덧글과 함께 개인정보를 남겼다. 구독자 2만 2000명이었던 A 씨의 채널은 이벤트 직후 구독자 10만 명에 육박하는 채널로 성장했다. 이벤트 효과를 톡톡히 누린 셈이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했다. 3억 아파트 이벤트에 맹점이 있다는 것이다. A 씨가 상품으로 내건 아파트는 강남의 한 오피스텔로 2억 7000만 원가량의 전세금이 잡혀 있었다. 이에 일부 사람들은 “전세금에 기타 세금까지 구독자의 부담이니 3억짜리 아파트를 준다고 홍보해서는 안 된다”고 항의했다. 논란이 증폭되자 A 씨는 “그러한 점을 고려하더라도 3000만 원 정도의 이득이 남는다. 이벤트의 취지를 정확히 이해한 사람만 참여하길 바란다”고 해명했다.
다른 유튜버 B 씨는 재화 상품이 아닌 다른 것으로 구독자를 현혹해 논란에 휩싸였다. 일정 구독자 수에 이르면 추첨을 통해 자신이 직접 제작한 사진 또는 영상을 보내준다는 이벤트다. 문제는 이것이 여성 모델의 노출 모습이 담긴 제작물이라는 점이었다. 이벤트를 시작한 지 하루가 채 되지 않아 해당 채널엔 1만 명 이상의 구독자가 몰려들었다. 이 채널은 유튜브로부터 이미 ‘커뮤니티 위반’이라는 경고 처분을 받았지만 유튜버 B 씨는 “음란물이 아닌 마사지 영상”이라고 주장하며 현재까지 이벤트를 이어나가고 있다.
당첨자를 미리 정해놓거나 당첨자가 아예 없었던 사례도 부지기수였다. 구독자가 100만 명이 넘는 한 유명 유튜버는 자신이 진행한 구독자 이벤트의 당첨자 가운데 다수가 동일인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비판을 받았다. 또 다른 유명 유튜버 역시 자신의 지인 혹은 존재하지 않는 메일 주소를 당첨자라며 공개해 대중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이처럼 유튜브 내에서 구독자 이벤트를 향한 논란이 증폭되며 일각에서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조짐까지 나왔다. 그리고 결국 유튜브가 직접 제재의 칼을 빼들었다.
한편 새로운 정책이 다소 혼란스럽다는 이용자도 많다. 추가된 정책 내용이 구독자 증가 목적의 이벤트만 제한하는 것인지 아니면 모든 이벤트를 제한하는지 모호해서다. 예컨대 연예기획사나 방송국 운영 채널이 구독자를 위한 미공개 영상 이벤트를 진행하는 경우도 문제가 되는지가 불분명한 것. 유튜브가 말하는 ‘비용과 인센티브’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아서 비롯되는 모호함이다. 그럼에도 유튜브와 구글코리아가 아직까지 명확한 해석을 내놓고 있지 않아 좀 더 촘촘한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여론도 형성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구독자 4만 명의 크리에이터는 “어느 이벤트든 구독자는 조금씩 증가하기 마련이다. 초기 진입장벽이 높은 유튜브에서 구독자를 늘리는 방법은 이벤트다. 구독자와의 소통을 목적으로 손글씨나 뜨개질 이벤트를 진행하는 경우도 많은데 어디까지가 비용이고 인센티브인지 알 수 없으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