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표가 12월 2일 청와대 앞에서 한국당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사진=이종현 기자
11월 20일부터 단식투쟁에 돌입한 황교안 대표는 23일부터 급격히 기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감기 증상까지 겹치면서 갈수록 상태가 악화됐다. 결국 27일 밤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실려갔고, 28일 새벽 1시쯤 의식을 회복했다. 그리고 단식을 중단했다.
한국당 고위 당직자는 “황교안 대표가 단식을 시작하기 전과 후 당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저 정도로 고생한 사람을 비판할 수 있겠냐는 여론이 주를 이뤘다”면서 “청와대를 향해 단식 투쟁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내부 단속을 통해 당 장악력이 강해졌다”고 귀띔했다.
황 대표가 돌아온 직후인 12월 2일 한국당 당직자들은 전원 사퇴를 선언했다. 박맹우 사무총장을 비롯한 당직자들이 당 개혁과 쇄신에 동참하겠다며 황 대표에게 사직서를 일괄 제출했다. 11월 17일 불출마 선언하면서 “한국당 현역 전원 물러나고, 당 해체해야 한다”며 강하게 당을 비판했던 김세연 의원도 여의도연구원장 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뒷말이 무성하게 나왔다. 총사퇴 직후 이뤄진 황 대표의 인사를 두고서였다. 황 대표를 향해 ‘쓴소리’를 했던 김세연 전 여의도연구원장 자리엔 원외 인사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가 발탁됐다. 통상 3선급 자리로 통하는 당 사무총장에는 초선 박완수 의원을 임명했다. 한 중진급 의원은 “선거를 앞둔 이런 중요한 시기에 초선 사무총장이 웬 말이냐”라고 되물었다.
총사퇴 자체가 김세연 원장을 염두에 둔 ‘쇼’라는 지적도 있다. 한 비박계 의원은 “결과적으로 놓고 봤을 때 직격탄을 날린 김세연 전 여의도연구원장을 날리기 위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라면서 “김세연 의원만 날리면 뒷말이 나올 수 있으니 총사퇴를 하는 척하면서 슬쩍 교체한 것 같다”고 귀띔했다.
12월 4일 국회를 찾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나경원 원내대표를 재신임하지 않았다. 사진=박은숙 기자
한국당 한 당협위원장도 “곧 총선이 시작된다.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가 사무총장과 여의도연구원장이다. 여의도연구원장은 당내 경선에서 여론조사를 책임진다. 경선 결과까지 좌우할 수 있는 직책”이라면서 “선거를 통해 세를 늘려야 하는 황 대표로선 여의도연구원장은 반드시 자기 사람을 심어야 한다. 황 대표와 성동규 교수가 사적으로 아는 사이라는 말도 있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의도연구원장 인선은 이해할 수 없어 설명하기도 어렵다. 여의도연구원 여론조사 결과는 진보 진영에서도 인정할 정도였다. 여의도연구원 역할과 미디어학과 전공의 신 교수가 잘 맞는지 모르겠다”며 “선거를 앞둔 시기 여의도연구원장은 최소한 선거를 몇 번 겪어본 사람으로 했으면 좋았을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초선 사무총장 인선도 황 대표 포석이라는 얘기가 들린다. 앞서 한국당 총선기획단은 현역의원 30% 컷오프를 공식화 한 바 있다. 공천에서 30%를 걸러낸 뒤 경선 등을 통해 현역의원 교체비율을 50%까지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사무총장은 공천 실무를 맡는 공천관리위원회에 당연직으로 참석한다. 황 대표가 초선인 박 의원을 이례적으로 임명한 것도 향후 공천을 대비하기 위한 차원으로 읽힌다.
자유한국당의 또 다른 당직자는 “박완수 사무총장은 대표적 친황(친황교안계)이다. 2009년 황 대표가 창원지검장 재임 당시, 박 사무총장이 창원시장이어서 자연스레 친분이 있다고 한다”며 “특히 박 사무총장 성격이 시원시원해 컷오프를 거침없이 하리라는 분석이 있다. 황 대표가 초선 사무총장을 기용하면서 얻으려고 했던 건 결국 친황계를 대거 넣기 위한 ‘작업’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신율 교수는 “정치인이라면 자기 사람 심기를 통한 당 장악을 시도할 수밖에 없다. 사무총장은 공천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총선을 앞두고 황 대표가 이번 인선을 통해 자기 사람을 심으려 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