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 서울 광진을 지역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맞대결이 펼쳐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한때 보수진영 유력 대선후보였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 과정에서 시장직을 내려놓은 뒤 시련의 계절을 보냈다. 보수 인사들 사이에선 오 전 시장의 중도하차에 따른 ‘나비효과’가 박근혜 탄핵으로까지 이어졌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돌았다. 절치부심하던 오 전 시장은 2016년 20대 총선에서 종로에 출마했지만 국회의장 출신 정세균 민주당 의원에게 패배했다.
오세훈 전 시장은 2018년 자유한국당에 복당한 뒤 당대표 선거에서 2위를 차지했다.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그리고 오 전 시장은 추미애 후보자가 버티고 있던 광진을에 출사표를 던졌다. 자유한국당 광진을 당협위원장으로 선출된 오 전 시장은 지역 활동을 활발히 펼치며 표밭을 다졌다. 자유한국당 광진을 당협위 관계자는 “오 전 시장은 아침에 일어나 새로운 사람 100명을 만나지 않으면 사무실로 돌아와 점심도 먹지 않겠다는 각오로 지역구 활동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 전 시장이 광진을에 출사표를 던진 이유를 두고는 여러 해석이 나왔다. 오 전 시장 한 측근은 “광진을은 1996년 지역구가 신설된 이래 보수 정당에서 한 번도 의석을 가져간 적이 없는 험지”라면서 “그야말로 통곡의 벽이라고 할 수 있는 광진을에서 오 전 시장이 의석을 가져간다면 그 자체로도 정치적인 의미가 상당할 것”이라고 했다. 정치적 재기는 물론, 차기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한 포석으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그런데 변수가 발생했다. ‘추미애 제압-광진을 입성’이란 오 전 시장의 두 가지 목표 중 하나가 사라졌다. 12월 5일 청와대는 신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추미애 의원을 지명했다. 지명 이틀 전인 12월 3일 추미애 의원실 관계자는 “지금은 뭐라 드릴 말씀이 없다. 지역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며 지역민과 소통하고 있다”고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추 후보자의 출마 가능성은 살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장관 지명과 함께 큰 변수가 없는 한 추 후보자는 불출마할 전망이다.
12월 5일 오후 2시 의원회관 501호 앞에서 법무부 장관 지명 소감을 밝히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이동섭 기자
추 후보자가 빠진 광진을을 두고 민주당에선 “당 대표 출신 의원이 자리를 비운 지역구에 ‘급이 맞는 대체자’가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이낙연 총리 이름이 거론되는 배경이다. 오세훈 전 시장이 광진을에서 존재감을 넓혀가고 있는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오 전 시장과 겨루기 위한 맞춤형 공천으로 이 총리 등판설이 제기되는 것이다. 이 총리 외에 김대중 정부에서 행정관을 지냈던 김상진 건국대 교수도 후보군으로 오르내린다.
하지만 부정적인 견해도 적지 않다. 우선 ‘이낙연 역할론’이다. 차기주자 지지율 1위를 독주하고 있는 이 총리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선 지역구에 차출해선 안 된다는 논리다. 전국 유세 등을 다니며 선거에 힘을 실어주는 게 낫다는 얘기다. 더군다나 광진을에 연고가 없는 이 총리가 자칫 선거에서 지기라도 하면 그 후유증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실제로 여권에서 나오는 이야기인지, 호사가들이 하는 이야기인지 그걸 잘 모르겠다”고 전제한 뒤 “이 총리를 둘러싼 ‘총선 역할론’은 이 총리가 전국적으로 선거를 이끌어야 한다는 요지다. 그런데 이낙연이란 카드를 국지전에 활용한다면, 지역구에 발이 묶이지 않나. 그렇게 되면 이낙연 카드의 전략적 활용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윤태곤 실장은 이어 “이낙연이 의석 하나를 가져 올 카드는 아니라고 본다. 여당 입장에서 선거의 상징이 돼야 한다. 그렇다면 이 총리에게 광진을이 큰 의미를 가지긴 어려울 듯하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분명 중량감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오세훈 전 시장을 꼭 이겨야 한다’ 이런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측은 “더불어민주당 쪽 움직임과 상관없이 광진을에서 부지런하게 지역 활동을 펼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12월 5일 일요신문과 만난 오 전 시장은 “보시다시피 온종일 지역 행사를 나가느라 정신이 없다. 앞으로도 꾸준히 지역민들과 소통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했다. 오 전 시장은 추미애 후보자에 대한 질문엔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답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