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김 부사장이 이끄는 태양광 사업에 대한 그룹 차원의 일감 몰아주기가 있었을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한다. 태양광 사업 실적 개선도 김동관 부사장의 경영 능력이기보다 국제 시장의 수요가 증가한 덕분으로, 호조세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 전무가 태양광 사업 실적 개선을 이유로 부사장으로 승진했지만, 태양광 사업에 대한 그룹 차원의 일감 몰아주기가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되고 있다. 김승연 회장(왼쪽)과 김동관 부사장. 사진=연합뉴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그간 부진하던 한화케미칼의 태양광 부문 실적은 올해부터 호조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매출 3조 6228억 원, 영업손실 107억 원을 냈지만 올해는 이미 3분기까지 누적 매출 4조 2977억 원으로 지난해 매출을 넘어섰고, 영업이익도 1472억 원을 거둬 흑자 전환했다. 그러나 이 같은 실적 개선이 한화 측 말대로 김동관 부사장의 경영 능력에서 비롯됐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시선이 엇갈린다.
지난해 말부터 태양광 모듈 제품을 기존 다결정에서 단결정으로 전환한 전략이 통했다는 것은 긍정적인 시각이다. 강정화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한화케미칼의 태양광 사업 부문 실적이 좋았던 이유는 빠르게 변화하는 수요에 맞춰 다결정에서 단결정으로 전략을 바꿨기 때문”이라며 “다결정 위주로 생산한 셀·모듈 제조사들은 실적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 관계자는 “프리미엄 제품 시장을 개척하고 주요 선진국에서 마켓셰어를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펼친 결과 해외시장에서 꾸준히 인정받고 있다”며 “영업을 총괄하는 김동관 부사장의 승진 이유”라고 말했다.
반면 태양광 실적 개선은 김동관 부사장의 경영능력이 아닌 국제 흐름에 기인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원재료 값 하락과 그에 따른 태양광 설치 수요가 증가한 덕분이라는 얘기다. 폴리실리콘과 잉곳 등 원재료 가격이 떨어지면서 이를 구매해 셀·모듈을 제작하는 업체들도 제품 가격을 내렸다. 설치비가 줄다 보니 최종 단계인 태양광 발전소들도 설치를 늘리면서 더 싼값에 전력을 공급하고, 가정과 상업시설에서도 설치를 늘리면서 세계적으로 태양광 수요가 높아진 덕에 태양광 사업 실적이 좋았다는 분석이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올해 한화 태양광 사업이 흑자를 낸 가장 중요한 이유는 국제적으로 원재료 가격이 3분의 1로 떨어지면서 에너지 단가가 맞았기 때문”이라며 “적자를 볼 때는 국제 환경을 탓하던 한화가 올해는 국제 환경 덕에 흑자가 났음에도 김동관 부사장의 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그룹 경영권 승계의 9부 능선을 넘었다는 시각이 나온다. 서울 중구 청계천로 한화빌딩 전경. 사진=박정훈 기자
태양광 사업 과정에서 김동관 부사장 지배구조 아래 계열사였던 한화큐셀코리아에 이익을 몰아줬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태양광 계열사들의 지속적인 분리·합병을 통해 김동관 부사장,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 삼형제가 지분을 100% 보유한 에이치솔루션 지배구조 맨 끝의 한화큐셀코리아에 알짜 사업장을 넘겨주고 부채나 수익성이 좋지 않은 사업들은 (주)한화 지배구조에 있는 계열사들에 떠넘겼다는 지적이다(관련기사 한화시스템 상장은 어떻게 김승연 회장 아들 삼형제의 ‘솔루션’이 됐나).
내부 일감을 몰아준 정황도 포착된다. 한화큐셀코리아 개별 재무제표를 보면 당기순이익이 2013년 53억 3700만 원, 2014년 46억 6900만 원, 2015년 88억 9300만 원, 2016년 825억 9400만 원, 2017년 380억 2400만 원으로 변동은 있으나 꾸준히 흑자다. 반면 연결 당기순이익은 2013년 마이너스(-) 89억 9500만 원, 2014년 -146억 3400만 원, 2015년 155억 5000만 원, 2016년 758억 4900만 원, 2017년 306억 7100만 원으로 적자와 흑자를 오간다.
개별과 연결 재무제표의 당기순이익 변동 폭이 큰 이유는 하이패스태양광, 해사랑태양광, 한반도태양광 등 한화큐셀코리아의 종속기업인 발전소들이 한화큐셀코리아로부터 셀·모듈을 구매하는 방식의 내부거래로 지출이 늘어나 이들 법인의 적자가 한화큐셀코리아 재무제표에 반영되면서 나타난 결과일 수 있다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제조사 한화큐셀코리아 입장에서는 생산 제품의 공급처가 확실한 만큼 이익이 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렇게 덩치를 키운 한화큐셀코리아를 한화케미칼에 편입시켜 (주)한화 아래 두면서 삼형제 회사인 에이치솔루션 및 손자회사 한화종합화학의 지분을 정리했다. 한화큐셀코리아를 (주)한화 자회사인 한화케미칼의 100% 자회사 한화첨단소재와 2018년 11월 합병시켰다. 한화첨단소재는 합병 대가로 합병교부금을 기존 주주였던 에이치솔루션과 한화종합화학과 (주)한화에 제공했는데, 이 합병교부금으로 (주)한화 지분 인수를 위한 승계 자금에 보탰다는 의견이다.
박주근 대표는 “거듭된 분할·합병으로 수익성을 한화큐셀코리아에 몰아주고 부채 등은 (주)한화 라인 계열사에 떠넘기면서 에이치솔루션 가치를 키우다가 한화첨단소재와 한화케미칼의 합병으로 보유 지분을 정리하고 태양광 계열사들을 재무구조가 안정적인 (주)한화 라인으로 편입시켰다”며 “태양광이 알짜 사업이고 전망이 좋다면 에이치솔루션 라인 아래 그대로 뒀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 관계자는 “태양광 발전소를 짓는 등 사업을 하려면 금융기관 등 제삼자로부터 파이낸싱을 해야 하는데 단가가 맞지 않으면 파이낸싱이 되지 않는다”며 “합리적인 기준 없이 마음대로 내부거래를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앞으로 김동관 부사장의 고민은 태양광 호실적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미지수라는 점이다. 올해 한화 태양광 사업 실적이 좋은 이유는 태양광 수요가 늘었고, 이는 폴리실리콘과 잉곳 등 원재료 가격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폴리실리콘 기업들이 제품 가격 하락으로 고전하면서 세계적으로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만큼 하나둘씩 폴리실리콘 기업이 문을 닫으면 공급 과잉이 해결돼 폴리실리콘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 저가에 폴리실리콘을 사서 셀·모듈을 만드는 한화 입장에서 원가 절감 효과가 사라지면서 이익이 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강정화 선임연구원은 “폴리실리콘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정리되면 원재료 가격이 오르고, 이럴 경우 셀·모듈 제조사 입장에서는 원가가 높아져 제품 판매 수익성이 떨어지고 시장 전체의 태양광 수요도 줄어들 수 있다”며 “요즘 각광받는 단결정 셀·모듈도 세계적으로 생산업체들이 늘면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 관계자는 “원재료 가격이 떨어지면 전체 제품 가격도 떨어지는 만큼 영업실적 개선에 국제 시장의 흐름이 작용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