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 측에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관련 파기환송심 3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김세종 송영승 부장판사)는 6일 열린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서 “가중·감경요소를 종합하면 이 부회장에 대한 적정 형량은 징역 10년 8개월에서 16년 5개월이라고 생각한다”며 “재판부에서 이 중 적정한 형을 택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날은 양형 판단을 위한 심리기일로 진행됐기 때문에, 특검이 이 부회장에게 정식으로 구형을 한 것은 아니다
특검은 헌법 제 11조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를 언급하며 이 부회장이 법 앞의 평등에서 벗어나 있다고 지적했다. 특검은 “평등의 원칙이 구현되는 양형을 해 법치주의를 구현함으로써 정경유착의 고리가 단절되도록 해 달라”며 “엄중한 양형을 통해 삼성그룹이 존중과 사랑의 대상으로 거듭날 기회를 부여해 달라”고 밝혔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적극적으로 뇌물을 공여했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대법원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의 요구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뇌물을 준 것이 아니라, 요구에 편승해 대통령의 직무 행위를 매수하려 적극적으로 뇌물을 준 것이라고 명시적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일반적인 강요죄의 피해자처럼 일방적으로 뇌물을 준 것이 아니고, 서로의 이익 관계에 의해 준 것으로, 공여한 뇌물에 비할 수 없는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얻었다는 판단이다.
이 부회장은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재산국외도피 혐의를 받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8월 29일 뇌물공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2심에서는 코어스포츠 용역대금 36억여 원만 뇌물액으로 인정했지만, 대법원은 말 3마리 구입 금액 34억여 원, 영재센터 지원금 16억여 원까지 뇌물로 인정해, 뇌물 규모가 86억여 원으로 늘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