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립 당시 크게 히트쳤던 마이클럽의 광고 | ||
지난 2000년 3월 크게 히트친 광고 문구였다. 주인공은 여성포털 인터넷 사이트로 유명한 마이클럽. 당시 이 회사는 광고 문구와 함께 외국계 자본이 투자한 벤처기업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실제 대주주의 정체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지만 홍콩계 자본이라는 정도로 알려졌을 뿐이었다. 그러나 외국자본으로 알려진 마이클럽의 대주주가 실제로는 국내 기업이 은밀하게 외국에 세운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역유입된 세칭 ‘검은머리 외국인’ 자금(위장 외자)이었음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당시 마이클럽에 외국 자본이 투자했다는 것은 한국 인터넷 시장의 미래 전망이 밝다는 것으로 해석되며 지난 90년대 말∼2000년대 초에 불어닥친 닷컴 버블을 일으킨 배경이 됐었다. 말하자면 금융시장 조작행위인 셈이다.
최근 검찰 조사 결과 홍콩계 외국자본으로 알려진 마이클럽의 실제 주인은 동양그룹으로 밝혀진 것. 결국 ‘선영이’는 ‘검은머리 외국인’이 시장조작을 한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외국자본 유치를 재료로 주가가 천정부지로 뛰었던 상당수 닷컴기업의 자금이 실제로는 국내 자금이 외국을 경유해 역유입되면서 만들어낸 주가조작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마이클럽의 실제 자금주의 정체가 드러난 것은 서울지검 외사부(부장검사 민유태)가 최근 조세회피지역에 몰래 역외펀드를 만들어 ‘외국인’ 행세를 하면서 주식매매와 외화차입을 해오던 5개사를 적발하면서부터.
여기에 문제의 동양메이저가 끼어있다. 동양메이저는 지난 95년 1월부터 케이만군도 등지에 설립한 역외펀드 네 곳을 통해 해외 자회사 등에 자금지원했고 해외에 금융그룹까지 설립했다는 것.
이중 눈길을 끄는 것은 지난 96년 7월 홍콩에 세운 클라리온캐피탈그룹. 검찰에 따르면 동양그룹은 아시아지역에서 해외증권업, 은행업 등을 할 목적으로 5천만달러를 들여 클라리온캐피탈을 세웠다고 한다. 동양종금이 4천6백만달러를 내고 동양메이저가 4백만달러를 낸 것.
클라리온은 산하에 14개 자회사를 거느리는 그룹 단위의 기업으로 규모가 커졌다. 이중에는 마이클럽코리아도 있었다. 지난 2000년 3월 당시 마이클럽은 “홍콩과 한국에 이어 중국과 대만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에서 차례로 사이트를 개설, 아시아를 대표하는 글로벌 여성사이트로 올해 말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다.
당시 마이클럽코리아의 초대 사장으로 부임했던 윤웅진 사장은 “마이클럽은 홍콩계 클라리온캐피탈이 아시아 지역에서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아시아 여성 시장을 겨냥해 기획한 대규모 프로젝트의 산물”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마이클럽이 ‘검은머리 외국인’, 즉 국내 자본이 외국에 나가 역외 펀드를 세운 뒤 거꾸로 유입된 돈으로 세워진 게 아니냐는 소문이 나돌았다. 그러나 클라리온캐피탈이 홍콩에 있는 회사인 데다가 국내 경영진들도 이와 관련된 내용을 밝히지 않아 단순 추측으로만 끝났다.
초반에 승승장구하던 마이클럽도 닷컴 버블이 꺼지면서 경영이 어려워졌다. 닷컴기업들을 상대로 여러 기업에 투자했던 클라리온도 경영난에 부닥쳤다.
사업시작 초기에 수십억원대의 광고비를 집행했던 마이클럽은 지명도는 크게 높아졌지만 수익성에서 한계에 부딪히면서 윤 사장이 2001년 말께 물러나고 클라리온의 헨리 킴 회장이 한국 법인을 직접 관할하는 형식으로 바뀌었다. 그러면서 마이클럽도 여성포털사이트에서 전자상거래사이트 성격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동양그룹에서 해외투자업무를 담당했던 임원 A씨는 “우리는 클라리온 설립에 돈을 댔을 뿐 경영이나 운영은 한국계 미국인인 헨리 킴이 했다”고 밝혔다. 즉 윤 사장 영입이나 운영 등은 동양과는 상관없이 클라리온이 독자적으로 운영했다는 것.
하지만 동양의 불간섭 정책은 클라리온이 해체되면서 바뀐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2년 10월 마이클럽은 사장으로 이수영이라는 인물을 새로 영입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이 사장 영입은 동양쪽에서도 관여했다”고 밝혔다. 그는 “클라리온캐피탈도 2년 전부터 정리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클라리온캐피탈에서 투자했던 14개 자회사 중 남은 것은 마이클럽뿐이라는 것.
위탁경영을 맡겼던 클라리온의 존재 자체가 사라지면서 동양이 경영진 선임에 개입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동양그룹 계열사들의 출자금 5천만달러(약 6백억원)로 시작한 클라리온캐피탈이 자본금 70여억원으로 추정되는 마이클럽코리아만 남기고 해체됐다는 것이다.
결국 동양그룹의 해외금융 경영이 철저하게 실패했던 셈이다. 검찰에선 ‘동양그룹이 금융전업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해 총 5억달러 상당을 조달하여 해외금융업을 하다가 IMF 사태를 맞아 3억달러 상당의 손실을 입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이 투자를 포함한 동양그룹의 ‘불법 해외 금융업’은 검찰에 의해 사법처리될 운명에 놓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