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의 원더골에 시대의 아이콘들이 소환됐다. 사진=토트넘 핫스퍼 페이스북
손흥민은 8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핫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번리와의 2019-2020 프리미어리그 16라운드 경기에서 팀의 세번째 골을 넣으며 승리에 기여했다.
단순한 한 골이 아니었다. 손흥민은 전반 32분 번리의 세트피스 상황에서 흐른 볼을 수비지역 페널티 박스 앞에서 잡았다. 이후 상대 수비가 전열되지 않은 틈을 타 홀로 골문을 향해 내달렸다.
앞도적인 스피드로 수비들을 제쳐냈고 골키퍼와 맞닥뜨린 1대1 상황, 침착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약 80m 단독 드리블로 만들어진 골이었다.
손흥민의 원더골에 축구계 전설들이 줄줄이 소환됐다. 경기가 끝난 직후 조세 무리뉴 감독에 의해 언급된 이름은 브라질의 전설 호나우두였다.
무리뉴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내 아들은 손흥민을 ‘손나우두’라고 부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호나우두 나자리우’라며 비교 대상의 이름을 다시 한 번 언급했다. 이름의 스펠링이 같은 유벤투스 소속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브라질 출신 호나우두를 구분짓기 위해서였다.
그가 아들과의 일화를 밝힌 이유는 손흥민의 골을 보면서 호나우두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무리뉴 감독은 “호나우두가 1996년 콤포스텔라를 상대로 넣은 골을 바비 롭슨과 함께 봤던 기억이 떠올랐다”면서 “그 때 호나우두는 오늘 손흥민처럼 미드필더 뒤쪽에서 공을 몰기 시작해 환상적인 골을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당시 무리뉴는 롭슨 감독의 통역관 역할을 맡아 바르셀로나 선수단과 동행했다.
영국 BBC에서는 아프리카의 영웅 조지 웨아를 언급했다. 영국 축구 전문가 가레스 크룩은 16라운드 베스트11로 손흥민을 꼽으며 “내가 마지막으로 본 이런 놀라운 골은 조지 웨아”라고 말했다.
국내 전문가들이 떠올린 인물은 디에고 마라도나였다. 이영표 해설위원, 이상윤 해설위원 등 국가대표로 화려한 족적을 남긴 이들은 마라도나의 1986 멕시코 월드컵 8강전에서의 골을 언급했다.
마라도나의 아르헨티나가 잉글랜드에 2-1로 승리한 이 경기에서 마라도나의 두번째 골은 30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축구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골’이다. 하프라인 뒤에서부터 드리블을 시작해 골키퍼까지 제쳐내며 골망을 흔들었다. 이날 넣은 두 골 중 나머지 한 골은 그 유명한 ‘신의 손’ 사건이기에 유명세를 더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