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도 극적인 장면이 많았던 2019 K리그, 마지막 주인공은 부산이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우승, 아시아챔피언스리그 티켓 획득, 1부리그 잔류 여부 등이 정규리그 최종 라운드에서야 결정되며 손에 땀을 쥐게 했던 K리그는 승강PO에서도 보는 이들을 눈물짓게 했다. 승격한 부산은 감격의 눈물을, 경남은 아쉬움의 눈물이 흘렀다.
승격과 강등이 결정되는 잔인한 승부에 현장에서 이를 지켜보던 경남 팬들은 눈물을 흘렸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부산은 2015년 이후 K리그1에서 자취를 감췄다. 11위에 그치며 승강PO로 떨어졌던 부산은 수원 FC를 만나 패하며 K리그2로 강등됐다. 2012년부터 상주와 광주, 대구와 대전 등이 다이렉트 강등을 경험했고 강원은 최초의 승강PO 패자가 됐지만 부산의 강등은 남달랐다. ‘최초로 강등된 기업구단’이라는 타이틀이 붙었기 때문이다.
2부리그로 떨어진 부산은 매 시즌 ‘승격 후보’로 거론됐다. 강등이 되면 구단 살림살이를 줄였던 대부분 팀들과 달리 부산은 사정이 달랐다. 주축 선수들을 지키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승격을 다짐했다.
하지만 K리그2로 떨어진 첫 시즌, 다짐이 현실로 이뤄지지는 못했다. 부산이 비교적 탄탄한 선수 구성으로 승격 경쟁을 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2부리그 무대는 험난했다. 가까스로 승격 후보를 가리는 준플레이오프에 합류했지만 허무한 패배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절치부심한 부산은 2017시즌과 2018시즌에는 한 단계 더 도약했다. K리그1 11위 팀과 겨루는 승강PO까지 진출한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도전은 2년 연속 승강PO에서 멈췄다. 상주와 서울이라는 강팀을 만나 눈앞에서 승격을 놓쳤다. 이들의 실패로 K리그2 소속 팀이 승강PO에서 매년 승리하던 징크스도 깨졌다.
거듭된 실패에 부산의 승격 부담감은 더해져갔다. 구단주(정몽규 HDC 회장)의 존재 또한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대한축구협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정 회장의 행보에 때론 ‘맡고 있는 구단이나 잘 챙기라’는 볼멘소리가 뒤따르기도 했다.
#각오 남달랐던 2019 시즌
올 시즌을 앞두고도 부산의 의지는 남달랐다. 앞선 두 번의 좌절에 승강PO라는 관문을 넘어선 경력이 있는 조덕제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조 감독을 도울 코칭스태프로는 감독 경험이 있는 이기형·노상래 코치가 선임됐다. 흔히 볼 수 없는 구성이었다.
5년 전 부산을 강등시킨 조덕제 감독은 이번엔 팀을 맡아 승격시키며 본인이 지은 매듭을 스스로 풀었다.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모두 부산을 K리그2 우승 후보로 꼽았다는 점도 부담이었다. 개막에 앞서 K리그2 9개 구단 감독 중(부산 제외) 6명이 부산의 승격을 점쳤다. 경쟁자들의 견제가 필연적인 상황이었다. 조 감독은 “구단에서 원하는 것은 승격밖에 없다. 원하는 것을 이루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조 감독은 2015년 부산을 K리그2로 내려 보낸 장본인이었다. 당시 수원 FC 지휘봉을 잡은 그는 승강PO에서 부산을 꺾었다. 선수 시절 그는 커리어 전체를 부산에서만 활약한 원클럽맨이다. 이 같은 기묘한 인연은 더욱 책임감을 갖게 했다.
실제 부산의 시즌은 예상보다 매끄럽지 못했다. 결정적인 순간 승리를 따내지 못하며 우승 경쟁에서 광주가 앞서 나갔다. 결국 이들은 지난 2년간 눈물을 흘렸던 승강PO 무대로 또 다시 향했다.
부산은 3수 끝에 K리그1 한 자리를 차지했다. 쉽지 않은 승부였다. 홈에서 치른 1차전에서 0-0 무승부를 거둔 이들은 적지에서 2-0 승리로 승격을 확정지었다. 가까스로 얻은 PK로 승기를 잡았다.
#감격의 순간 떠오른 얼굴
승강PO 2차전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선수들이 흘린 눈물은 감격 때문만이 아니었다. 이들은 그토록 염원하던 승격의 순간에 2017년 팀을 이끌던 도중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조진호 감독의 얼굴을 떠올렸다.
소속 팀의 승격이 확정되는 순간 이정협은 2년 전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고 조진호 감독 생각에 그라운드에 얼굴을 묻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상주에서 성공적 감독 커리어를 이어가던 고 조진호 감독은 승격이라는 특명을 받고 2017시즌을 앞두고 부산 지휘봉을 잡았다. 기대대로 조 감독은 시즌 내내 좋은 성적을 냈고 경남과 치열한 우승 경쟁 도중 갑작스레 쓰러졌다. 작고한 스승을 위해 선수들은 승격을 약속했지만 결국 최종 문턱에서 넘어지며 두 번 울었다.
유스 출신이자 팀의 간판인 공격수 이정협은 조 감독에 대해 각별한 마음을 갖고 있는 선수 중 한 명이다. 종료 휘슬과 함께 그라운드에 얼굴을 묻고 한동안 일어나지 못한 이정협은 경기 후 “하늘에 계신 감독님께서 우릴 자랑스러워할 것 같다. 눈물보다 기쁨을 감독님과 나누고 싶다”는 소감을 남겼다. 김문환, 호물로 등 조진호 감독의 가르침을 받은 다른 선수들도 기쁨의 눈물과 함께 그를 기억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