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안컵이 열리면서 한일전이 성사됐다. 대회에 앞서 선전을 다짐하는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감독(왼쪽)과 파울루 벤투 대한민국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예선 뚫고 참가해 주목받는 홍콩
동아시안컵은 동아시아 축구 맹주인 한중일 3국을 포함해 북한 대만 홍콩 등 10개국 축구협회가 가입한 동아시아축구연맹(EAFF)에서 주최하는 대회다. 지역 예선을 거쳐 한중일 3국 외에 본선 참가국이 결정된다. 2013년 초청팀 자격으로 참가한 호주를 제외하면 그간 북한과 홍콩이 한 자리를 차지해왔다.
홍콩은 축구 약소국 간의 치열한 경쟁 끝에 예선을 뚫고 본선에 나선다. 홍콩은 예선 2라운드부터 나서 북한과 대만 그리고 1라운드를 통과한 몽골을 상대했다. 홍콩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북한이었다. 이들은 맞대결에서 0-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해 2승 1무로 동률을 이뤘지만 홍콩이 득실차 1점 차이로 본선 무대를 밟는다.
홍콩의 본선 진출은 월드컵이나 아시안컵에 비해 주목도가 떨어지는 동아시안컵에 이슈를 불어 넣었다. 홍콩에서는 지난 6월부터 중국의 ‘범죄인 인도 법안’을 반대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과 홍콩의 갈등이 국제적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이들이 부산에서 맞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개최국인 우리나라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경찰 1개 중대(100명)가 배치되는 일반 축구경기와 달리 오는 18일 홍콩과 중국의 경기에 3개 중대를 투입한다. 대한축구협회는 응원단의 좌석 배정에도 각별히 신경 쓸 예정이다.
양팀 감독은 맞대결에 대해 말을 아꼈다. 리 티에 중국 감독은 “이번 대회 출전하는 모든 팀들이 만만치 않은 상대”라고 답했다. 미카 파텔라이넨 홍콩 감독은 “중국전도 기대되지만 한국전이 굉장한 시합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일전은 역사적으로 대회 경쟁을 떠나 언제나 중요한 경기였다. 2010년 대표팀을 이끌던 허정무 감독은 동아시안컵 포함, 한일전 2연승으로 우호적 분위기 속에서 월드컵에 나설 수 있었다. 허 감독의 두 번째 한일전 승리를 만든 박지성의 산책 세리머니. 사진=연합뉴스
#79번째 맞대결 치르는 한국과 일본
대한민국 A대표팀의 국가별 역대 전적을 살펴볼 수 있는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에서 방문객들이 가장 많이 검색한 국가는 일본이다. 한일전은 동아시아 축구계에서 가장 치열한 라이벌전으로 평가받는다. 한일 양국은 1954년부터 총 78회의 A매치를 치렀다. 한국은 역대 전적 41승 23무 14패로 앞서 있는 상황이다.
동아시안컵은 비교적 위상이 낮은 대회로 여겨지지만 한일전을 바라보는 팬들의 시각은 다르다. 한국과 일본의 맞대결은 대회의 중요도를 떠나 언제나 관심거리다. 때로는 한일전의 결과에 따라 양국 감독의 운명이 달라지기도 했다.
실제 일본은 2017년 동아시안컵에서 한국전 대패의 여파로 감독을 경질했다. 자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이 이끌던 당시 일본은 김신욱(2골), 정우영, 염기훈에게 연속골을 허용하며 1-4로 대패했다. 한일전 패배 이후 대표팀이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일본축구협회는 감독 경질이라는 칼을 빼들었다.
2010년 한국 대표팀을 이끌던 허정무 감독은 동아시안컵에서 한일전 승리로 지지 여론을 한몸에 받았다. 허 감독은 2010 동아시안컵에서 일본을 상대로 3-1 승리를 거뒀다. 같은 대회에서 A대표팀이 사상 최초로 중국에 패배했음에도 한일전 승리로 잊혔다. 또 허 감독은 이후 열린 일본과 평가전도 승리로 장식하며 직후 열린 월드컵까지 좋은 분위기를 이어갔다. 당시 승리를 거둔 한일전은 그 유명한 박지성의 ‘산책 세리머니’가 펼쳐진 경기다.
반면 한일전에서 연패를 거듭한 오카다 다케시 감독은 일본 내에서 강한 비판에 시달렸다. 당시의 상처가 깊은 오카다 감독은 2018년 할릴호지치 감독의 경질 이후 대표팀 부임설에 휘말리자 지도자 라이선스를 반납하며 거부 의사를 확실히 드러내기도 했다.
#벤투호, 개최국 징크스 깰까
2003년부터 시작한 동아시안컵은 한중일 3국이 돌아가며 개최했고 우승컵을 차지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개최국이 우승을 차지한 적은 없어 ‘개최국 징크스’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 2005년과 2013년 대회를 개최했지만 각각 4위와 3위에 머물렀다. 국외에서 열린 대회에서는 4회 우승으로 최다 우승국 지위에 올라 있다.
동아시안컵은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가 아니고 A매치 주간을 피해 개최되기 때문에 프로팀이 대표팀 차출에 의무적으로 응할 필요가 없다. 이에 유럽이나 중동에서 뛰는 선수들의 대표팀 합류가 어렵다. 이는 박지성 손흥민 등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숱한 경기에서 활약해온 일부 선수들이 동아시안컵 출전 기록이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파울루 벤투 감독은 “최고의 성과를 거두길 바란다”며 우승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대표팀에는 손흥민 황희찬 등 유럽파가 빠졌지만 김보경 문선민 등 K리그에서 최고 활약을 펼친 이들이 이름을 올렸다. 김민재 김영권 등 중국이나 일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도 합류했다.
대한민국은 이번 동아시안컵에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참가한다. 사진은 2017년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대한민국 선수단. 사진=대한축구협회
반면 일본과 중국은 유럽파가 빠진 것 외에도 A대표팀에서 활약하던 주요 선수들이 제외되면서 일부 2진급 선수들을 내세웠다. 중국은 유럽에서 활약 중인 우레이 외에도 가오린과 정즈 등 일부 핵심 선수들을 이번 대회 명단에서 제외했다. 일본도 1989년생 사사키 쇼를 제외하면 1992년 이후 출생자로 젊은 대회 명단을 꾸렸다.
그럼에도 중국과 일본 모두 대회에 대한 기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앞서 우한과 상하이에서 각각 8, 9일의 전지훈련을 별도로 실시하며 대회를 준비했다. 일본도 이번 대회에 대비해 지난 A매치 2연전에서 베네수엘라와 평가전에는 국내파 위주의 라인업을 가동한 바 있다. 유럽파가 없는 상황에서 최정예를 가동한 벤투호가 라이벌들을 상대로 ‘개최국 징크스’를 깰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동아시아컵 남자 경기 일정 12월 10일(화) 오후 7:30 중국 vs 일본(부산구덕경기장) 12월 11일(수) 오후 7:30 대한민국 vs 홍콩(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 12월 14일 (토) 오후 7:30 일본 vs 홍콩(부산구덕경기장) 12월 15일 (일) 오후 7:30 대한민국 vs 중국(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 12월 18일 (수) 오후 4:15 홍콩 vs 중국(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 12월 18일 (수) 오후 7:30 대한민국 vs 일본(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