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주성 세아제강지주 부사장이 세아제강지주 지분을 매입하고 있다. 지난 9월 국제 가스·오일 전시회 가스텍에 참여한 세아그룹 부스. 사진=세아그룹
이주성 부사장의 행보를 놓고 일각에서는 세아그룹의 계열분리 가능성을 점친다. 세아그룹에는 두 개의 지주사가 있다. 하나는 강관 사업을 담당하는 세아제강지주고, 다른 하나는 특수강 사업을 하는 세아홀딩스다. 강관은 내부에 빈 공간이 있는 봉 형태의 철강 제품을 뜻하며 특수강은 탄소강에 다른 합금원소를 첨가해 성질을 개선한 합금강이다.
세아제강지주는 이주성 부사장이 이끌고 있으며 세아홀딩스는 이주성 부사장의 동갑내기 사촌 이태성 세아홀딩스 부사장이 경영을 맡고 있다. 이순형 회장은 세아그룹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2013년 3월 고 이운형 전 세아그룹 회장이 심장마비로 사망하면서 동생인 이순형 회장이 그룹 회장직을 이어받았다. 이태성 부사장은 이운형 전 회장의 장남이다.
세아제강과 세아제강지주의 분할 계획을 발표한 2018년 4월 당시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은 “세아제강의 분할 결정은 추후 그룹 분리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해석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김미송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도 “이주성 부사장과 이태성 부사장의 계열분리가 마무리되면서 경영 효율화를 높이기 위함으로 보인다”며 “이태성 부사장은 세아제강 지분율을 2016년 초 18.29%에서 2018년 4월 4.2%(현재 세아제강지주 지분율 3.21%)까지 낮췄다”고 전했다.
지분상으로는 세아제강지주, 세아홀딩스 두 회사가 사실상 분리된 것으로 보인다. 서울 마포구에 있는 세아타워. 사진=세아그룹 제공
이주성 부사장의 동생 이주현 씨의 세아제강지주 지분율은 2018년 9월 0.61%에서 현재 1.05%로 늘었다. 지분율이 높은 건 아니지만 최근 들어 꾸준히 지분을 매입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또 이순형 회장과 이주성 부사장이 대주주인 회사 에이팩인베스터스는 세아제강지주 지분 19.43%를 보유하고 있고, 이태성 부사장의 개인회사 에이치피피는 세아홀딩스 지분 5.38%를 갖고 있다. 이주성 부사장과 아버지 이순형 회장, 에이팩인베스터스가 보유한 세아제강지주 지분을 합치면 51.4%고, 이태성 부사장과 어머니 박의숙 회장, 에이치피피가 보유한 세아홀딩스 지분은 51.15%다. 이주성·이태성 부사장 측은 각각 세아제강지주와 세아홀딩스 의결권 절반 이상을 갖고 있는 것이다.
회사 규모는 세아홀딩스가 더 크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세아제강지주의 자본금은 1조 4140억 원이지만 세아홀딩스는 3조 447억 원에 달한다. 올해 1~3분기 매출도 세아제강지주(2조 291억 원)보다 세아홀딩스(3조 7749억 원)가 앞선다. 다만 세아그룹의 모태인 부산철관공업의 역사는 세아제강지주가 계승하고 있다.
세아그룹이 계열분리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재계 관계자는 “범 LG가의 전자, 건설, 금융과 같이 사업 분야가 명확히 나뉘면 모르겠지만 세아그룹은 대부분 계열사에서 철강 관련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며 “따라서 계열분리보다 세아라는 이름 아래 있어야 서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고 전했다.
세아그룹 관계자도 “계열분리 계획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세아제강지주와 세아홀딩스를 중심으로 각각 책임경영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계열분리 계획이 없다고 강조하면서도 굳이 세아그룹 지주사가 두 개로 나뉜 배경에 궁금증이 따를 수밖에 없다. 2001년 세아제강은 투자회사인 세아홀딩스와 사업회사인 세아제강으로 분할됐다. 당시 세아제강은 “제조·판매 부문과 투자 부문을 분리해 경영자원의 효율적 활용 및 객관적 성과평가 등을 통해 제조·판매와 투자 부문의 전문화, 집중화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공시했다.
이후 세아홀딩스는 계열사들을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지주사 체제를 이뤘고, 세아제강은 세아홀딩스 자회사가 아닌 오너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회사로 남다가 2018년 지주사로 전환했다. 세아제강은 2000년대 들어 미국, 이탈리아, 인도네시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해외 국가에 자회사를 설립했다. 세아그룹에 따르면 현재 세아제강은 7개국에 12개 생산·판매기지를 두고 있다.
세아그룹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세아제강의 국내외 계열사가 많이 늘어나 더 전문적인 관리를 할 수 있는 조직의 필요성이 생겼다”며 “최근 무역확장법 등 이슈로 전문적인 글로벌 전략 관리 기능을 강화하고자 하는 것이 지주사 전환의 주요 목적”이라고 전했다.
계열분리를 하지 않을 경우 향후 세아그룹 총괄 회장이 누가 될지에 재계 시선이 쏠린다. 두 사람 모두 2018년 임원인사에서 부사장에 올라 회사 내 입지는 비슷한 수준이며 2020년 임원인사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세아그룹 관계자는 “아직 경영승계와 관련해 구체적인 이야기가 나온 건 없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