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자녀에게 CJ 신형우선주 184만여 주를 증여한 이재현 CJ그룹 회장. 사진=고성준 기자
CJ는 이재현 회장이 CJ 신형우선주인 CJ우(전환) 184만 1336주를 장녀 이경후 CJ ENM 상무와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에게 각각 92만 668주씩을 증여했다고 지난 9일 공시했다.
신형우선주는 의결권이 없어 보통주보다는 주가가 낮지만, 시간이 지나면 의결권이 되살아나 보통주가 되는 것이 특징이다(관련기사 10년 뒤 의결권 ‘뚝딱’ 신형우선주, 재계 승계작업 해결사 되나). 두 사람에게 증여된 신형우선주는 10년 뒤인 2029년에 각 2.7%의 보통주로 전환된다. 보통주로 증여받을 때와 비교해 절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아울러 배당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이 회장은 주식 배당으로 신형우선주를 받았고, 이를 자녀들에게 증여했다.
앞서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2006년 당시 중학생이던 큰딸 서민정 씨에게 아모레퍼시픽그룹 신형우선주 20만 1448주를 증여하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 신형우선주의 가치를 지나치게 낮게 잡아 증여세를 적게 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국세청은 2012년 150억 원 규모의 증여세를 추가로 부과했고, 서 회장 측이 과세 전 적부심을 통해 80억 원으로 감면받아 납부했다. 이후 서 씨는 10년이 지난 2016년 이 신형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 아모레퍼시픽그룹 지분 2.93%를 확보했다.
이재현 회장은 지난 3일 종가 기준으로 1220억 원 규모의 신형우선주를 자녀에게 증여하면서 700억 원을 증여세로 납부하기로 했다. 그런데 과연 이경후 상무와 이선호 부장은 어떻게 700억 원의 현금을 마련할까.
우선 차입이 가능하다. 매년 받는 배당으로 이자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 하지만 전액 차입하기엔 부담이 될 수 있다. 매년 이자로만 20억 원 이상을 지불해야 한다. 이 때문에 숨겨뒀던 종잣돈을 활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006년 이 회장은 두 자녀에게 500억 원대 무기명채권을 증여했다. 세법상 무기명채권은 자금 출처 조사와 증여세 부과를 면제받는다.
이후 이 회장의 두 자녀는 계열사 지분을 매입하고, 2010년 서울 가로수길에 170억 원을 주고 빌딩도 샀다. 지난 13년 동안 500억 원을 잘 굴렸다면 700억 원을 내고도 남을 정도로 큰 액수로 불어났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CJ그룹 관계자는 “오너 일가의 개인적인 증여이기 때문에 회사 차원에서 증여세 마련 방안을 알기는 어렵다”며 “증여세의 원천소득에 대해서는 추후 과세당국이 확인하지 않겠느냐”고만 밝혔다.
최열희 언론인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