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 CGV에서 열린 영화 ‘남산의 부장들’ 제작보고회. 배우 이병헌, 곽도원, 이희준과 우민호 감독이 참석했다. 사진=고성준 기자
이날 우민호 감독은 캐스팅 비하인드에 대해 “저도 비하인드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큰 비하인드 스토리는 없다”고 운을 띄웠다.
그러면서 “‘남산의 부장들’을 기획하고 시나리오 작업할 때부터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배우들이었다”라며 “너무나 운이 좋게 훌륭한 배우들과 함께 한 영화에서 작업하게 돼 큰 영광이었다”라고 덧붙였다.
내년 1월 개봉을 앞둔 영화 ‘남산의 부장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 암살사건을 모티브로 한 동명의 논픽션 베스트셀러가 원작이다. 원작자 김충식 작가는 한국 기자상을 두 차례 수상했으며, 투철한 사명감을 갖고 ‘남산의 부장들’을 연재 집필했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이병헌. 사진=고성준 기자
실제 사건과 인물들을 모티브로 한 영화에 참여하는 것은 베테랑 배우들이라 하더라도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터다. 이에 대해 배우들 모두 입을 모아 “조심스럽게 접근했다”고 말했다.
중앙정보부장 김규평 역을 맡은 이병헌은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시나리오인데 장르적으로 세련된 느와르 같아 꼭 출연하고 싶었다”라며 “(실존인물을 연기하는 것) 그 자체가 고충이었다. 모든 것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고, 사실이 왜곡되지 않도록 경계했다. 배우들도 연기를 위해 되도록 더 많은 자료와 증언을 찾아봐야 했다”고 설명했다.
내부고발자로 변모한 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 역의 곽도원 역시 “까다롭게 접근해야 했다. 특히 제가 연기했던 인물에 대한 자료는 부족해서 좀 어렵긴 했다”고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연극‧영화계 미투 협박 논란 이후 2년 만에 복귀했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배우 곽도원. 사진=고성준 기자
곽도원은 또 이병헌과의 연기 호흡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가장 놀랐던 것은 (이병헌이) 많은 감정을 쏟아내는데 그게 잘 깎인 다이아몬드처럼 잘 정제돼 나타난다는 것”이라며 “이병헌이 전혀 보이지 않고 그 시대의 인물을 만난 것 같아 생소하고 신기하면서 감탄을 하기도 했다. 많이 배웠다”며 극찬했다.
이희준은 박통(이성민 분)을 충심으로 섬기는 경호실장 곽상천 역으로 분한다. 이번 역할을 위해 몸무게를 25kg이나 증량했다는 뒷이야기를 풀어놓기도 했다.
이희준은 “실제 인물에 대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다. 생각보다 심플한 연기를 한 것 같다”면서도 “(연기를 할 때) 체중 증량이 필요할 것 같다고 감독님께 말씀드렸는데 ‘강요는 안 한다, 근데 찌우면 좋겠지’라고 하시더라. 그래서 찌울 수 밖에 없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우민호 감독. 사진=고성준 기자
‘남산의 부장들’은 ‘내부자들’ ‘마약왕’을 이은 우민호 감독의 다섯 번째 장편이다. 앞서 우민호 감독은 ‘남산의 부장들’이 ‘내부자들’ ‘마약왕’으로 이어진 욕망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원작의 톤을 유지하려 했다. 한 쪽의 시선에 치우치지 않고, 냉정하게 중립적인 시선을 유지하면서 끝까지 영화를 연출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언젠가 (이 작품으로) 꼭 한 번 영화를 하고 싶었는데 운이 좋게 기회가 주어졌다. 책 내용 모두를 영화로 담기엔 방대해 그 가운데 가장 드라마틱한 순간이었던, 중앙정보부가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던 40일의 순간을 영화로 담았다”고 덧붙였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 제작보고회에서 기자들에게 답변하는 배우 이희준. 사진=고성준 기자
이병헌과의 호흡에 대해서는 “이병헌이 이 작품을 안 하면 접으려고 했다. 이병헌이 하지 않으면 안됐는데, 다행히도 같이 할 수 있었다”라며 그에 대한 신뢰를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영화 ‘남산의 부장들’은 52만부가 판매된 동명의 논픽션 베스트셀러 원작을 기반으로 1979년, 제2의 권력자라 불리던 중앙정보부장(이병헌 분)이 대한민국 대통령 암살사건을 벌이기 전 40일 간의 이야기를 그렸다. 2020년 1월 개봉.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