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토토 수탁사업자 선정을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일요신문DB
체육진흥투표권 발행 사업(스포츠토토)는 국민체육진흥기금 조성을 위해 운영되는 국가정책사업이다. 쉽게 말하면 국가가 허락한 도박이다. 토토로 조성된 기금은 체육 시설 설립, 체육사업 지원 등 국가 스포츠 발전을 위해 사용된다. 2001년 시작된 토토는 이미 발행액이 로또를 뛰어넘었을 만큼 규모가 크다. 2018년 발행액은 4조 7000억 원을 넘어섰다.
로또보다 잘나가는 토토 사업권을 둔 경쟁은 치열하다. 현재 토토 감독은 문화체육관광부, 관리는 한국체육진흥공단, 운영은 민간 사업자가 맡고 있다. 민간 사업자 선정은 5년에 한 번 이뤄진다.
첫 입찰 공고는 올해 10월 이뤄졌다. 하지만 입찰 참여를 준비하던 업체들이 자격 기준에 문제를 제기하며 입찰절차 진행 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공단이 이제까지 없었던 자격 기준을 신설해 입찰 조건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입찰 참여 기업의 자금관리 계획을 평가하는 항목에서 불거졌다. 이 항목은 입찰 참여 기업이 손잡은 은행에 따라 차등적으로 점수를 준다는 내용이다.
공단은 당첨자가 토토 당첨금을 지급받기 위해 은행 지점을 방문해야 하는 만큼 은행 지점 수를 평가 항목에 넣었다. 지점수 100개 단위로 점수를 평가해 6~10점을 준다. 1000개 지점이 있는 은행인 경우 만점인 10점을, 900개 지점을 보유한 은행은 9점을 받는 셈이다. 입찰 참여 기업으로서는 지점이 많은 은행을 빨리 잡을수록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얼핏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은행별 상황을 대입해보면 경쟁 시작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을 하게 되는 구조다. 토토 사업에 참여의사를 보인 은행은 IBK기업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세 곳이다. 우선 입찰 참여업체의 진입장벽이 생긴다. 은행과 손잡지 않으면 입찰 참여가 힘들어 사실상 3개 업체까지만 참여가 가능해졌다.
점수로 환산하면 IBK기업은행은 지점 641개로 6점, 우리은행은 지점 869개로 8점, NH농협은 지점 1138개로 10점을 받게 된다. 어느 은행과 손잡느냐에 따라 정량점수가 정해진다. 복권사업 입찰전에서 2점 차이로 당락이 결정된 적도 있었던 만큼, 은행 선점에 따라 입찰전 성패가 좌우되게 된 셈이다.
입찰 참여 업체를 대입해보면 입찰공고 기준의 작은 변화가 성패를 좌우하는 게 더욱 명확해 보인다. 입찰 참여 업체는 에이스침대, 제주반도체, 케이토토 등이다. 현재 토토 수탁사업자인 케이토토는 IBK기업은행을 자금대행사로 두고 있다. 은행지점수 항목에서 IBK기업은행과 손잡은 케이토토는 6점으로 최저점을 받게 돼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될 뻔했다.
상황이 역전된 건 염동열 자유한국당 의원이 문제를 삼으면서다. 염동열 의원은 여러 차례 은행 지점수별 차별 점수화를 콕 집어 지적했다. 10월 21일 문화체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염동열 자유한국당 의원은 체육진흥공단 이사장에게 “이사장님, 저번에도 지적했고 제 방에도 오셨었죠. 여론이 나쁘니 재삼 부탁하겠다”며 “지금 기준으론 NH농협은행만 사업에 들어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평생 체육인이자 이사장직을 맡아온 이사장님이 굉장히 곤욕을 치를 수 있다”고 발언했다.
염동열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박은숙 기자
공단은 이후 입찰 공고를 파기하고 재입찰 공고를 냈다. 하지만 또 다시 불공정 논란이 일었다. 기존의 은행 지점수별 차등 점수화는 정성평가로 변경됐다. 그런데 입찰공고의 ‘사회적 신용 평가’ 항목에 돌연 단서조항이 달리며 참여업체들의 불만이 커졌다.
입찰 참여 기업은 사회적 신용을 증명하기 위해 소송사항을 적시해야 한다. 신용도는 ‘입찰 제안업체 지분비율 5% 이상인 구성주주의 최근 3년 이내 정부조직법에 의한 국가기관, 지방자치법에 의한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운영에관한법률에 의한 공공기관과의 소송현황’을 기재하도록 해 평가한다. 재입찰 공고에는 기존 문항에다가 ‘법원에서 사건번호를 부여한 소송 중 종결된 소송(확정된 경우, 취하 등)을 기재하고, 소송이 진행 중인 사건의 경우 작성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단서조항이 붙었다.
단서조항 때문에 현 사업자에게 유리한 고지가 다져졌다는 게 신규 참여 업체들의 불만이다. 현 사업자인 케이토토는 토토 사업 관리주체인 체육진흥공단과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공단에 따르면 케이토토가 예산을 부적절하게 사용해 이에 대한 반환청구소송이 진행됐다. 1심에서는 공단 측이 승소했다. 토토 현 사업자로서 사회적 신용이나 준법성에 상당한 타격을 받을 만한 요소다. 하지만 재입찰 공고 단서조항에 대해 공단이 대법원 판결까지 난 사건만 종결된 소송으로 해석해, 케이토토는 현재 진행 중인 소송에 대해서 사회적 신용 평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공단의 입찰 공고가 쉽사리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단은 신용평가를 위해 소송이 취하된 사건까지 공개를 요구했다. 하지만 정작 소송 중인 사건은 평가에서 배제해 그 배경이 의구심을 자아냈다. 재입찰로 두 차례 기준이 변경되며 특정 업체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평가기준이 변경된 것도 의혹에 힘을 실었다.
공단에 따르면 최초 입찰에서 재입찰이 이뤄진 것은 조달청의 요구에 따른 결과다. 공단 관계자는 “입찰 초부터 잡음이 나오자 조달청의 권유로 재입찰을 결정했다”며 “이권사업이다 보니 잡음이 나온다. 세상이 바뀌어 조금의 공정성만 사라져도 큰 논란이 일고 심지어 수사를 받게 될 수도 있다. 공단은 최대한 조심스럽고 객관성을 유지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한 입찰 참여 업체 측은 “입찰을 앞두고 잡음을 내는 게 참여업체로는 부담스러워 조심스럽다”며 “입찰에서 재입찰로 바뀌는 과정, 또 그 결과로 결국 누가 유리해졌는지를 따져보면 특혜의혹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신규 진입자로서 기존 사업자보다 정보가 부족한데 입찰마저 오락가락해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