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어에 전시된 서핑 보드 핀
발리까지는 직항 편으로 약 7시간 정도가 걸렸습니다. 가는 비행기에서 기내식을 먹으며 부인에게 가고 싶은 곳이 있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던 그녀는 어디를 가보고 싶은지 이야기를 해보라며, 단 오토바이와 관련 있는 곳은 안 된다고 단호하게 선을 긋습니다. 어라 난감해집니다.
데우스 카페 발리의 테라스
슬슬 이야기를 풀어봅니다. 우리가 가는 첫 번째 목적지가 어디냐, 서핑 해변으로 유명한 쿠타(Kuta)지 않냐. 서핑 문화와 모터사이클 문화를 잘 버무려 멋있는 분위기로 꾸민 카페가 있다, 레스토랑과 바도 겸해 젊은이들의 힙플레이스로 유명하다며 분위기를 띄웁니다. 이 분, 거의 넘어왔습니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 발리. 열정의 사원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 DEUS EX MACHINA BALI CANGGU
발리 여행을 기해 꼭 방문해보고 싶었던 곳은 발리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이하, 데우스)입니다. 데우스는 모터사이클과 자동차 커스텀 문화를 바탕으로 서핑과 자전거에 이르는 서브컬처를 표현하는 스트리트 브랜드입니다.
데우스 발리 스토어 내부 모습
데우스 커스텀 바이크만의 독특한 분위기로 커스텀 바이크 신(Scene)에서는 이미 그들만의 스타일이 정착되고 있으며, 팬덤도 꽤 두텁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호주에서 시작된 탓에 브랜드 전반에서 서핑과 해변 분위기를 크게 느낄 수 있는데 발리에서는 어떻게 토착화되었는지 궁금해집니다.
서핑 아이템들이 꽤 많이 보였다
데우스 발리는 규모 면에서 스케일이 꽤 상당했습니다. 직접 방문했던 일본, 미국, 이탈리아의 데우스 스토어 보다 더 넓고 많은 아이템들로 꾸며져 있었습니다. 음식과 음료를 즐길 수 있는 데우스 카페가 함께 있었던 것은 물론이고요. 별도의 아트 갤러리를 설치해 미술 작품을 전시 관람할 수 있게 한 점은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인도네시아의 젊은 신예 작가들의 작품들을 전시한 공간
모터사이클이나 서핑 등 데우스가 표방하는 틀로 한정을 짓지 않고 일반 대중들에게도 호소할 수 있는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어 오랫동안 그림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남성미를 뽐낼 수 있는 바버샵과 커스텀 바이크 개러지도 별도의 공간을 할애하고 있었으나 방문했던 시간에 구경할 수 없었던 것은 못내 아쉽습니다.
데우스 스토어에서 커스텀 바이크를 볼 수 있었다
데우스는 각 지점마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현지 분위기에 잘 맞게 현지화를 하고 있는데 발리의 데우스 스토어 역시 발리만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점은 좋았습니다. 고성능 고비용 커스텀 작업보다는 현지에서 많이 타는 기종의 쿼터급(250cc)에서 미들급(500cc) 클래식 네이키드 베이스 모델들이 많았습니다. 현지 해변 분위기에 잘 맞는 트래커 커스텀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강렬한 레드 컬러 페인팅을 리듬감 있게 표현한 것도 좋았고요. 현장에 있던 점원은 전시되어 있던 바이크는 실제로 판매를 하는 모델이며 고객에게 의뢰를 받아 작업을 진행하기도 한다고 귀띔해줍니다.
데우스 카페 내부 풍경
데우스 카페는 테라스는 물론 뒤뜰까지 테이블이 많았지만 간격이 널찍한 덕분에 여유롭고 편안한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뒤뜰에는 라이브 공연을 위한 무대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발리 데우스 카페만의 특별함입니다. 관광산업이 발달한 발리의 특성을 잘 살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발리의 음식점이나 바에서 라이브 공연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문화기도 하고요.
식사와 함께 무대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라이브 공연을 보면서 주문한 음식과 음료를 즐깁니다. 꽤 근사한 레스토랑에 온 듯 분위기가 좋습니다. 휴양지 특유의 설렘과 가벼움이 라이브 음악의 리듬에 따라 퍼져나갑니다. 낯선 여행지에서 여유롭게 즐기는 바이크 라이프입니다.
이민우 월간 모터바이크 수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