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까지 외국인 선수가 가장 많은 황금장갑을 가져간 시즌은 3명이 받은 2015년. 투수 에릭 해커(NC), 1루수 에릭 테임즈(NC), 2루수 야마이코 나바로(삼성)가 그 해 수상자였다. 그러나 올해는 4명 모두 유력한 수상자로 꼽혔고, 예상대로 시상식에서 호명됐다.
2019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는 투수부문 린드블럼(사진)과 함께 샌즈, 로하스, 페르난데스가 골든글러브의 주인공이 되며 역대 최대인 4명의 외국인 선수가 영광을 안았다. 사진=연합뉴스
확실히 이전과 다른 풍경이다. 골든글러브 투표 결과를 둘러싼 논란은 종종 벌어지는데, 그 가운데 가장 뜨겁고 뿌리 깊은 화두는 ‘외국인 선수 차별’과 관련된 비판이었다. 그동안 성적에 비해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외인이 많지 않았던 게 원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1998년 OB 타이론 우즈다. 우즈는 당시 한 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을 세우면서 정규시즌 MVP로 선정됐다. 그러나 골든글러브 1루수 부문 투표에서 삼성 이승엽에게 밀려 상을 받지 못했다. 이전까지 프로야구 역사에서 정규시즌 MVP가 골든글러브를 받지 못한 시즌은 수비율로 골든글러브 수상자를 정했던 1982년밖에 없었다. 골든글러브 평가 기준이 바뀐 1983년 이후로는 우즈가 유일하다. “전교 1등인데 반 1등을 못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만도 했다.
2012년에는 투수 부문에서 논란이 일었다. 넥센 에이스 브랜든 나이트는 16승 4패, 평균자책점 2.20을 기록하면서 평균자책점 1위와 다승 2위에 올랐다. 거의 모든 지표에서 그 해 최고의 선발 투수였다. 그러나 1승차로 다승왕에 오른 삼성 장원삼(17승 6패, 평균자책점 3.55)에게 골든글러브를 내줬다. 야구팬들은 다시 한 번 “나이트가 장원삼에게 국적에서 밀렸다”는 비난을 쏟아냈다.
그 후 분위기는 급격하게 달라졌다. 2014년 넥센 앤디 밴 헤켄이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게 신호탄이었다. 2015년에는 NC 에릭 해커가 투수, 테임즈가 1루수, 삼성 나바로가 2루수 부문 황금장갑을 각각 손에 넣으면서 역대 최초로 3명의 외인 수상자를 배출했다.
2016년에도 두산 더스틴 니퍼트가 이변 없이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가져갔고, 전체 수상자 가운데 최다 득표도 기록했다. 테임즈는 역대 외국인 선수 최초로 2년 연속 수상하는 기록을 남겼다. 테임즈가 시즌 막바지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켰고, 시즌 종료 후에는 메이저리그 밀워키와 계약해 NC를 떠났지만, 오로지 시즌 성적만으로 객관적인 평가를 받았다.
표심의 변화는 수치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외국인 골든글러브 수상자는 1998~2013년 16년간 총 10명에 불과했다. 그런데 2014년부터 올해까지 6년간은 무려 12명이 나왔다. 1년 평균 0.6명꼴에서 2명꼴로 급격하게 늘어난 것이다. 2017년과 2018년에는 다시 각각 KIA 외야수 로저 버나디나와 린드블럼만 골든글러브를 받아 1명씩으로 수상자가 줄었지만, 올해는 4명으로 역대 최고 기록을 쓰면서 외국인 선수 수상 점유율이 40%까지 올랐다.
이와 관련해 야구계에서는 ‘국적 차별’이 없어졌다는 데 환영의 목소리를 내면서도 “국내 선수들의 성장이 너무 더뎌 외국인 선수 전력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점은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내년부터는 외국인 선수를 3명 보유하고 3명 전원 출전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외국인 선수 제도 변화를 논의하는 중이라 앞으로 열릴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는 더 많은 ‘대리 수상자’가 단상에 설 수 있다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배영은 일간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