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사진=박정훈 기자
카카오는 지난 11월 22일 한국투자금융지주로부터 카카오뱅크 지분 16%를 매입, 인터넷은행 특례법상 최대보유한도인 지분 34%를 갖게 됐다. 카카오뱅크의 수익성은 최근 개선 추세에 있다. 카카오뱅크는 1분기 66억 원, 2분기 30억 원, 3분기 58억 원 등 3분기까지 총 154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59억 원 당기순손실을 낸 것과 비교하면 극적인 반전인 셈이다.
카카오뱅크의 최근 실적 호조는 이자수익과 수수료 이익 확대 덕분이다. 올 1~3분기 카카오뱅크 이자수익은 3510억 원으로, 전년 동기(2005억 원) 대비 75% 증가했다. 수수료 이익 역시 지난해 3분기까지 458억 원에서 올해 843억 원으로 84% 늘었다.
대출 역시 성장세를 보였다. 카카오뱅크의 지난 3분기 기준 대출금은 13조 5802억 원으로, 1년 전 7조 7886억 원과 비교해 74% 늘었다. 이에 따라 예대율(예수금 대비 대출금 비율)도 소폭이지만 개선됐다. 3분기 예대율은 68.3%로, 전분기 64.4%보다 3.9%포인트(p) 높아졌다. 예대율이 높아졌다는 것은 대출이 늘어나 이자 수익 등이 증가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던 지난해 예대율은 80%대였다. 일반 시중은행의 경우 90%를 상회하기도 한다. 카카오뱅크가 올해 호성적에도 예대율이 60%대에 머무르고 있는 이유는 대출금이 예수금 증가세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7월 계좌개설 고객수 1000만 명, 총수신 19조 원을 돌파하는 등 꾸준히 증가했지만, 자본 여력이 부족한 탓에 대출은 그만큼 늘리지 못했다.
이처럼 카카오뱅크의 빠른 성장 속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은 BIS 비율 때문이다. 자본금은 그대로인데 대출자본이 증가하면서 카카오뱅크 BIS 비율이 3분기말 9.97%까지 떨어졌기 때문. 반면 같은 기간 국내 전체 은행의 BIS 비율은 15.4%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올해까지 자본 규제 특례가 적용, BIS 비율 8% 이상만 유지하면 된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특례가 끝나면서 카카오뱅크도 BIS 비율 규제 기준이 점차 올라가, 2023년에는 일반은행과 마찬가지로 10.5%를 넘어야 한다. BIS 비율이 이 기준보다 낮아지면 금융당국이 시정조치를 내리고 특별관리에 들어간다.
카카오뱅크가 최근 환매조건부채권(RP)을 대량 매입하고 있는 것 역시 BIS 비율 부담 때문에 대출 대신 선택한 고육지책이라는 분석이다.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올해 3분기 2조 8006억 원의 RP를 매수했다. RP는 일정기간 후 되사는 조건으로 채권을 팔고, 기간에 따라 이자를 붙이는 채권거래다. 하지만 금리가 기준금리 수준으로 낮고 대부분이 하루 등 초단기 거래라 수익성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 실제 카카오뱅크가 현재 보유한 RP 만기는 전부 1개월 미만이다. 그럼에도 카카오뱅크가 RP 거래를 하는 것은 ‘남은 돈’을 단기로 운용하기 위한 대책으로 보인다.
카카오뱅크. 사진=박정훈 기자
그런데 카카오뱅크의 올해 3분기 NIM은 1.47%를 기록했다. 이는 전분기(1.56%) 대비 0.09%p, 전년 동기 2.07% 대비 0.60%p 하락한 수치다. 시중은행들이 저금리 기조로 NIM 하락세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카카오뱅크의 경우 낙폭이 다른 곳보다도 큰 것이다. 이는 카카오뱅크가 앞서 언급했듯 RP 등 수익성이 높지 않은 이자수익자산이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방법은 추가적인 자금 투입으로 BIS 비율을 높이는 것이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4월 5000억 원 이어 11월에도 5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완료하면서 자본금을 1조 8000억 원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이에 따라 올해 4분기에는 BIS 비율도 기존보다 4%가량 오를 것으로 분석된다. 카카오뱅크는 이를 기반으로 주택담보대출 등 신규 대출 시장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수익성이 낮은 RP나 채권을 매도하고 이 자금을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대출로 돌리면 NIM도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관계자는 “카카오뱅크 입장에서는 성장을 위해서는 자기자본 확충이 필요하다. 앞으로도 유상증자 등 방법으로 자본금 확충에 나설 것”이라며 “은산분리 규제 완화 움직임이 보이고 있으니 상황이 나아지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5000억 원 유상증자가 완료돼 정상적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며 “추가적인 자본금 확충이나 수익성 개선을 위한 추후 계획은 아직 없다”고 설명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