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m 단독 드리블 골 등 연일 계속되는 손흥민의 맹활약에 토트넘의 홈구장에서는 태극기가 자주 눈에 띄고 있다. 사진=토트넘 핫스퍼 페이스북
#흔들림 없이 나아가는 손흥민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 이적 이후 5년차를 맞은 손흥민은 완연한 전성기에 접어든 모양새다. 영국 무대에서 지난 4년과 달리 이번 시즌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들을 겪었지만 흔들림 없이 맹활약을 이어나가고 있다.
손흥민은 지난 11월 3일 에버턴전에서 흔치 않은 경험을 했다. 수비 상황에서 무리한 태클을 시도했고 충돌 과정에서 상대 선수가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중계 카메라가 자세한 부상 장면을 송출하지 않을 정도였다. 손흥민은 정신적 충격에 눈물을 흘렸고 그 자리에서 레드카드를 받고 경기장을 떠나야 했다.
심리적 타격이 우려됐지만 손흥민은 이내 털고 일어났다. 3일 뒤인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멀티골을 기록했고 양손을 모으는 ‘사죄 세리머니’를 선보이기도 했다. 유럽 현지에서도 ‘반칙을 당한 선수(안드레 고메스) 역시 안 된 일이지만 손흥민도 운이 없었다’는 동정론이 주를 이뤘다.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에서도 손흥민의 태클에 악의가 없었음을 인정하고 퇴장 징계를 철회했다.
잉글랜드 진출 이후 처음으로 감독 교체를 경험하기도 했다. 손흥민을 팀에 영입하고 성장시킨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경질되고 조세 무리뉴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새 감독 아래에서도 손흥민의 입지는 흔들림이 없었다. 무리뉴 체제 6경기에서 모두 경기장을 밟았다. 지난 12월 7일 번리전에서는 약 80m 단독 드리블에 이은 골로 전 유럽을 들썩이게 했다.
황희찬은 챔피언스리그에서 세계 최고 수비수들을 상대로도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유럽 전역에 존재감을 뽐냈다. 사진=연합뉴스
세계적 명문 맨체스터 유니이티드에서 황금기를 보낸 박지성 이후 축구선수들에게 ‘꿈의 무대’로 불리는 챔피언스리그는 2010년대 중반부터 손흥민의 독무대였다.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가능한 각 나라 상위권 팀에서 활약하는 선수가 손흥민 외에는 드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시즌만큼은 이강인과 황희찬이 챔피언스리그에서 존재감을 뽐냈다. 특히 황희찬은 눈에 띄는 활약으로 주가를 올렸다.
오스트리아 분데스리가의 절대적 강자 레드불 잘츠부르크 소속 황희찬은 챔피언스리그 6경기 3골 5도움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조별리그 2차전 리버풀과 일전은 백미였다. 세계 최고 수비수로 불리는 버질 반 다이크를 무너뜨리며 1골 1도움을 기록했다. 비록 팀은 조 3위로 16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유로파리그에서 기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슈퍼 유망주’ 이강인도 역대 한국인 최연소 챔피언스리그 출전 기록을 세우며 꿈의 무대에 데뷔했다. 첫 경기부터 교체로 모습을 드러낸 그는 기세를 몰아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경기에 선발 신고식과 함께 생애 첫 골을 넣는 겹경사를 맞기도 했다. 이후로도 꾸준히 출전 기회를 받던 그는 현재는 부상으로 결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후반기 일정과 함께 복귀가 예상된다.
#알짜 활약 펼치는 태극전사들
손흥민 외에도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국가대표팀에 이름을 올리는 국가대표팀 멤버들은 각자 소속팀에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지롱댕 보르도(프랑스)의 황의조는 순조로운 적응력을 보이고 있다. 데뷔 첫 시즌임에도 파울루 소사 감독의 신임을 받고 있다. 황의조는 개막전부터 선발로 나서더니 3~4일 간격으로 열리는 빡빡한 일정과 가벼운 부상 정도를 제외하면 팀의 주축 선수로 나서고 있다. 전반기 최고의 순간은 11월 3일 낭트전이다. 구단은 이날 선수들에게 유니폼에 한글로 이름 표기를 병행한 유니폼을 입혀 적극적인 ‘한국 마케팅’을 펼쳤고 황의조는 경기력으로 이에 보답했다.
황의조는 공교롭게도 구단이 한글 유니폼을 제공한 날 1골 1도움으로 화답했다. 유니폼 뒷면의 한글이 눈에 띈다. 사진=지롱댕 보르도
홀슈타인 킬에서 유럽 2년차를 맞이한 이재성은 팀 내에서 더욱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지난 시즌에 비해 팀 전력이 약화된 상황 속에서 해결사 노릇까지 하며 팀을 이끈다. 리그 일정의 절반도 치르지 않은 현재 7골을 넣으며 이미 지난해 골기록(5골)을 넘어섰다.
독일 생활 2년차에 접어든 이청용도 팀내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시즌 초반 일정 두 달 가까이 무상으로 날렸지만 복귀하기가 무섭게 선발 명단에 올랐다. 10년이 넘는 유럽 경력만큼 경기장에서도 원숙한 플레이를 선보이고 있다.
정든 스페인 무대와 작별하고 독일로 향한 백승호도 성공적인 이적 첫 시즌을 보내고 있다. 이적시장 마감 직전에야 계약하며 팀에 뒤늦게 합류했지만 첫 경기부터 선발로 나서며 감독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후 단 한 번의 예외 없이 리그 전경기에 선발로 나섰다. 전담 키커 역할까지 맡으며 예리한 킥력을 자랑하고 있다.
부상으로 전반기 일정을 날린 독일무대 ‘터줏대감’ 지동원도 회복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이번 시즌 자유계약으로 아우크스부르크에서 마인츠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그는 등번호 11번과 함께 새 팀에서 기대를 받고 있다. 부상으로 단 1경기에도 나서지 못했지만 바이어로어처 마인츠 감독은 지난 5일 “지동원이 곧 팀 훈련에 합류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최악의 시즌’ 탈출구 모색하는 기성용 이승우
반면 기성용과 이승우는 나란히 유럽 커리어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출장 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즌을 앞두고 감독이 교체된 기성용은 전력에서 제외된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즌 개막 이후 단 3경기(선발 1회)에만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9월 29일 교체투입 이후 9경기 연속 벤치에도 앉지 못했다. 2010년 유럽 진출 이후 최소 20경기 가까이 소화했던 이력을 감안하면 익숙하지 않은 상황이다.
기성용은 유럽 생활 내내 “내가 뛰는 팀이 명문”이라며 명문 팀의 러브콜을 마다하고 출전 시간을 우선시했던 선수다. 따라서 경기 출전을 위해 이적을 감행할 것으로 보인다. 그의 아버지 기영옥 전 광주 FC 단장은 최근 “1월 이적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승우도 시련을 맞고 있다. 더 많은 출전 기회를 찾아 나선 벨기에 이적은 결과적으로 독이 됐다. 2019-2020시즌 공식 경기에 단 1분도 출전하지 못하고 있다. 소속팀 신트 트라위던은 이승우의 적응 문제를 이유로 출전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는 벨기에서 2군 경기에만 두 차례 나선 것 이외에는 15경기 중 단 2경기를 제외하면 교체 명단에조차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승우는 이적을 고려하는 기성용과 달리 ‘정면돌파’를 택하며 의지를 보였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2019-2020시즌 유럽 축구 주요선수 기록 손흥민(잉글랜드 토트넘) 21경기 10골 9도움 1536분 황희찬(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22경기 9골 14도움 1334분 이강인(스페인 발렌시아) 13경기 1골 346분 황의조(프랑스 보르도) 15경기 3골 2도움 1100분 이재성(독일 홀슈타인) 18경기 7골 3도움 1622분 이청용(독일 보훔) 11경기 763분 백승호(독일 다름슈타트) 12경기 819분 지동원(독일 마인츠) 0경기(부상) 기성용(잉글랜드 뉴캐슬) 3경기 136분 이승우(벨기에 신트 트라위던) 0경기 |